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KTF 납품 비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22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내달 5일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조영주 KTF 사장, 유기석 전 BCNe글로발 사장, 서동연 전 글로발테크 대표, 전용곤 크니아이 대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계철 후보자가 KT의 민영화를 추진한 것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채택된 조태욱 위원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증인 네 명은 ‘KTF 납품 비리’ 의혹 관계자들이이어서 사실상 이번 청문회가  이 후보자의 로비 의혹 등 도덕성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인과 관련된 검증의 핵심은 조영주 전 사장-전용곤 대표 간에 이뤄진 납품 비리에 KT 사장 출신인 이계철 후보자가 ‘중계자(메신저)’로 개입됐는지 여부다.

이계철 후보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통신장비 납품업체인 ‘BCNe글로발’, ‘글로발테크’에서 고문을 맡으면서 3억여 원을 받았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매년 약 7900만 원을 받았고, 2009년에는 약 7000만 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고문료를 받은 이 두 업체의 실소유자는 통신사에 납품하면서 뇌물을 줘 처벌까지 받은 인사인 점이다. ‘글로발테크’의 전신인 ‘BCNe글로발’의 전용곤 회장(현 크니아이 대표)은 지난 2006년~2007년에 당시 KTF 조영주 사장에게 24억여 원의 뇌물을 주는 등 횡령·배임 혐의가 지난 2008년에 드러나 같은 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KTF 납품 비리 사건이 터지자 ‘BCNe글로발’은 ‘글로발테크’로 이름을 바꿔 KTF에 통신장비를 납품했다. ‘글로발테크’의 실소유주도 전용곤 회장이었다.

유기석 전 BCNe글로발 전 사장과 서동연 전 글로발테크 대표는 이계철 후보자를 고문으로 선임하고, 고문료를 2008년 비리 사건이 터지고도 2009년까지 지급한 이유 등으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전병헌 의원은 “신생회사에 불과한 ‘글로발테크’가 KTF 사장을 회사 인근 식당으로 불러 차명통장을 건네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는 KTF 사장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중계인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계철 후보자가 글로발테크에서 돈을 받아가면서 사실상의 로비스트로서 활동하지 않았느냐’라는 의혹”이 있다고 밝혀, KT 사장 출신인 이 후보자가 KTF 납품 비리에 관계자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로서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여야는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은 이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고발할 방침이다. 김재윤 문방위 민주통합당 간사는 “증인이 불출석하게 되면 국회법에 따라 고발하게 된다”며 “증인도 떳떳이 나와 증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제 한나라당 간사도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을 했을 때 국회법에 따라서 고발처리 되는 게 정당한 절차”라며 “그에 따라서 진행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계철 후보자는 경기 평택 출신으로 서울대사대부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이명박 대통령의 고대 동문이다. 그는 행시 5회로 공직에 입문, 체신부 전파관리국장과 기획관리실장,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관료출신으로 이석채 정보통신부 장관(현 KT 회장) 시절 차관을 지냈다. 이 내정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 사장,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사장, 한국전파진흥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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