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은 시청자들이 그것을 ‘감안하고’ 보기 때문에 덜 위험할 수도,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배려로 보이는 행위는 고도의 편집기술일 수도, 스타성 혹은 시청률이 담보되는 사람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수단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아니다. 우리는 이게 모두 ‘쇼’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쇼에는 주인공이 있다. 어느 순간엔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그 일반인들은 주연의 자리를 심사위원, 멘토, 혹은 기획사 대표자 들에게 내주었다. 더 이상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수많은 일반인들을 위한 대리만족의 장으로 기능하기에는 너무나도 ‘산업화’ 된 것이다. 꿈의 실질적인 실현 공간이 적어도 ‘3대’ 기획사(JYP, SM, YG) 정도는 되거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가수의 멘토링 스쿨 정도 되어야 ‘상’이라는 권위를 가질 수 있다.

SBS <K팝스타>는 바로 그 3대 기획사 ‘JYP’, ‘SM’, ‘YG’의 박진영, 보아, 양현석이 심사위원으로 참여, 상금과 3대 기획사를 통한 데뷔 기회를 부상으로 제공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SBS 'K팝스타'. ©SBS

오디션의 당락을 판단하는 주체가 적어도 그 형식에 있어서 만큼은 대중에서(<슈퍼스타K>), 음악적 권위로(<위대한 탄생>), 산업화된 기획사(<K팝스타>)로 변화했다는 점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이는 마치 음악시장의 변화와도 닮아있다. 물론 이제는 아이돌의 음악성을, 거대 기획사들의 프로듀싱 능력을 폄하하거나 비판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연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내부의 강고함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참가자들의 서사가 기여하는 것이(<K팝스타>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개인사 등장비중이 적지만) 본인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획사’라는 점이다. 그들의 브랜드는 <K팝스타>를 통해서 ‘아우라’를 갖게 된다. 이미 구축된, 혹은 구축중인 그들만의 리그는 적어도 프로그램 곳곳을 통해 보여지는 ‘아티스트 양성을 위한 완성도 있는 시스템’이라는 ‘공장견학’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이 만들어낼 가수들에게 ‘고급’이라는 차별성을 줄 것이다. 이미 거대기업화된 그들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 K팝스타에서 드라마를 통한 서사의 혜택을 받는 참가자는 바로 심사위원들이 대표이거나 속해있는 거대 연예기획사이다.

   
SBS 'K팝스타'. ©SBS

지난 19일 방송된 <K팝스타>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이미쉘이 “성대결절로 인한 자기관리 결여”로 혹평을 받고 생방송 진출을 위한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졌다. 각 기획사 대표(자)들이 말한 ‘자기관리’라는 것은 일면 합당한 심사기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기획사가 원하는 가수가 되기 위한 훈육을 견뎌내는 것은 현재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성공을 위한 방법과 유사하다. 혹독한 연습(공부)과 경쟁, 그리고 대기업 입사 같은 것들 말이다. 그들은 이미 ‘룰’에 대해 숙지하고 동의했다는 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당락 결정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현재 음악시장과 다른 장르를 바라보는 시각은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Rock’을 ‘가난’ 혹은 ‘반항’과 등치시키는 것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 있지 못하다. 이렇게 다른 장르가 소외되듯 아이돌도 ‘대기업’ 아이돌과 그렇지 않은 아이돌, 품격있는 아이돌, 찌질한 아이돌로 세분화될지 모른다. <K팝스타>가 보여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화는 단순히 연예 권력의 지형도만을 보여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