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안아주세요”

파업중인 MBC 여기자들이 명동 한 복판에서 신뢰를 잃은 MBC 뉴스에 사과하면서 시민들에게 “안아달라”고 ‘프리허그’ 시위(시민이 껴안주게 하는 시위)를 벌여 관심을 모았다. 생중계 리포트 도중 방송사고를 낸 것이 되레 많은 관심을 불러왔던 이지선 MBC 기자도 허그시위에 참여했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은 3일 서울 명동의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정권의 방송, 편파방송 MBC의 죽음을 선포하는 노제’를 연 뒤 명동역과 명동성당을 오가며 시민홍보를 했다. 행사에 참가한 350명의 MBC 기자,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경영직군 조합원들이 행진하면서 들고 있던 손펼침막에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사회를 본 김나진 MBC 아나운서는 이날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해버린 MBC의 현실을 타파하고 국민의 방송 MBC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시민과 MBC 노조가 함께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MBC 노제에서 헌화, 목례, 발언 등을 했고, MBC 입관식도 실시했다. 이들은 특히 “이제가면 언제오나 어히야 디히야, 어히야 디히야, 공정방송 한다더니 재철오니 황천이네”, “MB정권 끝나가고 시중이도 그만두고 재철이도 데려가라, 어히야 디히야” 등 상여소리도 합창했다.

 

 

 

MBC 노조의 이날 노제 행사가 끝난 뒤 돌연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는 MBC의 젊은 여기자 3명과 카메라기자가 “MBC를 안아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프리허그 시위를 벌여 많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프리허그에 나선 MBC 기자는 임현주 사회2부 기자, 임소정 <시사매거진 2580> 기자, 서현권 영상취재부 기자 등이었다. 특히 MBC 주말 <뉴스데스크> 첫방송 때 생중계 리포트를 하면서 일부 방송사고를 냈으나 나머지 리포트를 잘 마무리해 되레 많은 시청자·누리꾼들에 격려를 받았던 이지선 기자도 동참했다.

 

이들은 약 30분 여 동안 “MBC를 안아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이에 호응한 시민들과 꼭 껴안았다. 명동 시내를 돌아다니던 시민들과 특히 젊은층은 이들과 껴안으면서 “멋있어요” “MBC 파이팅” 등 격려의 말을 즉석에서 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등 청년층도 있었다.

이지선 MBC 기자는 프리허그 시위를 끝낸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왜 안아달라고 했는지’에 대해 “(제작거부에 이은) 파업을 하면서 뉴스파행을 빚게 돼 시청자들에게 가장 죄송했다”며 “불가피하게 우리가 왜 파업을 하는지 알리면서 시민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달라는 의미에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이어 ‘MBC를 안아주세요’라는 외침에 대해 “MBC 뉴스가 신뢰를 많이 잃었기 때문에 이를 외복하기 위한 몸짓”이라며 “따뜻하게 안아달라는 의미의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꿔달라는 호소의 의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파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자가 취재현장을 떠나고 펜과 마이크를 놓게 된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며 긴시간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뉴스가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뉴스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 방법(제작거부와 파업) 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앞서 가진 노제 마무리 발언을 통해 “파업 첫주입니다. 국민에 대한 사과의 주간입니다. 이제 우리는 몰락한 MBC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이제 좀 떳떳해졌습니다”라며 “하지만 반도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빨리 올라가 MBC를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다음주부터는 김재철 퇴진 투쟁이 본격화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시민들에게도 “내주부터 전개되는 투쟁을 시민 여러분도 지켜봐주십시요”라며 “서울시 곳곳을 돌며 쑥대밭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김재철이 나가는 길만이 살길”이라고 덧붙였다.

MBC 노조는 오는 6일 오후엔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거리 선전전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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