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떠도는 산업예비군 언론고시생
(2) 왜 언론사로 몰리는가
(3) 문제많은 입사제도
(4) 차별이 낳은 그림의 떡
(5) 늘어나는 조기퇴직자들
(6) 본질 벗어난 보완책
(7) 외국 언론사들의 입사제도
(8) 토론 : 대안을 찾는다
“수석으로 입사한 수습기자라 해도 실제 취재나 기사작성 능력을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 신문사 인사부 차장이 자사 수습기자 공채결과를 설명하면서 털어놓은 얘기다.

현 언론사 채용방식이 우수한 자질의 예비 언론인을 뽑는데 적절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도서관에서 밤낮없이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는 고시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사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할 뿐이다”, “솔직히 언론사 시험이 수험생 ‘걸러내기’를 위해 있는 것 아니냐. 암기능력만 가지고 언론인이 갖춰야 할 소양이나 자질을 평가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대부분 언론사들은 서류-필기-면접의 3단계 방식으로 수습기자와 PD를 뽑고 있다. 그런데 이 3단계 채용방식으로 응시자의 자질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서류전형이 문제의 표적이다. 지난 92년 경향신문과 중앙일보가 시작한 서류전형은 언론사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전에는 학교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필기시험을 치러야 했으나 서류전형이란 ‘그물망’이 생긴 후엔 웬만한 강당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류전형은 고시생들 사이에선 ‘차별전형’이라 불릴 정도로 원성의 대상이 돼왔다.

경희대의 정모군(정경대4·27)은 “서류심사에서 세칭 명문대와 기타 대학의 학점에 대한 차등 평가가 이뤄진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며 “명문대 출신 응시자의 평점 3.0과 기타 대학 출신자의 평점 3.5점이 똑같이 취급된다고 들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국어, 외국어(주로 영어), 상식과목이 주로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필기시험은 응시자들의 객관적인 능력 평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보의 수급이 국경을 뛰어 넘는 현 상황에서 외국어 독해와 구사능력은 필수적이란 것이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허나 이같은 현실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필기시험이 지나치게 암기 위주의 시험방식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목시험 성적이 응시결과의 결정적 변수이기 때문에 고시생들도 관련 수험서적을 무조건 암기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연세대의 조모군(사회대4. 26세)은 “도서관에 앉아 한글 맞춤법을 달달 외우고 있다보면 이렇게까지 공부해서 내가 꼭 언론인이 돼야하나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면접은 90년 이후부터 정치적 성향에 촛점을 맞춘 질문이 많다는 것이 고시생들의 평가다.

지난해 4개의 언론사에 응시해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오모군(서강대졸·26)은 “질문이 상당히 정치적이고 때론 자존심 마저 건드린다. ‘너 취직시켜주면 말 잘들을래’하는 식이다”라며 어이없어 했다.

이같은 서류-필기-면접의 현 언론사 채용방식에 대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여느 대기업 입사시험과 하등의 차이가 없는 채용방식으로 언론인의 기본적 자질유뮤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모신문사 중견기자의 지적이다. 물론 언론사들은 현행 입사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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