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추월했다? 주요 신문의 2월 1일자 지면에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문재인, 대선 여론조사 안철수 첫 추월(동아일보)”
“문재인, 일부 여론조사서 안철수 첫 추월(한국일보)”
“문재인, 안철수 원장 처음으로 추월했다(국민일보)”

이들 언론이 전한 기사 내용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조사 결과이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한 것으로 1월 27~2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집전화(KT 등재, 비등재 혼합) ARS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 결과이다.

대선 다자구도 대결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5.4%, 문재인 이사장은 25.3%, 안철수 원장은 22.7%의 지지율을 보였다. 문재인 이사장이 2.6%포인트 차이로 안철수 원장을 앞섰다는 점에서 언론은 ‘추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월했다는 표현이 적절한 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오차범위 내 결과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지지율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문재인 이사장이 안철수 원장을 정말로 추월했는지 그 흐름이 앞으로 계속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대목이다. 분명한 점은 문재인 이사장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추월’이라는 언론의 관전포인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여론조사 결과는 따로 있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의 양자대결 결과이다. 2012년 대선에서 두 사람의 가상 대결에 대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박근혜 45.4%, 문재인 42.7%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7% 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내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대선 양자 대결에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박빙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철수 원장을 집중 견제했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뛰어 넘는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세론의 기반은 여론조사였는데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이 꺾인 셈이다. 이번 리서치뷰 조사에서도 안철수 51.0%, 박근혜 42.1% 등 오차범위를 뛰어넘는 격차로 안철수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을 찜찜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조사결과가 아니라 문재인 이사장이 오차범위 내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따라 붙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안철수 원장 한 명이 아니라 문재인 이사장까지 만만찮은 경쟁자가 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대체 카드가 하루 빨리 나타나야 하는데 여권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얼굴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보수신문과 보수진영 모두 ‘박근혜 띄우기’ ‘박근혜 보호’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으로는 국민의 시선을 잡기 어렵다. 신선함은 떨어지고 식상함이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안철수-문재인이라는 만만찮은 카드가 있고,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등 다크호스들도 줄줄이 2012년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가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이사장은 이미 4월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것도 한나라당 텃밭을 자임했던 부산을 선택했다.

문재인 이사장의 만만찮은 경쟁력을 확인시킨 이번 여론조사는 오는 4월에 경험할지도 모를 상황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꽃피는 봄, 여의도에서 문재인 이사장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다시 말해 4월 총선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 지역구에서 당선돼 여의도에 국회의원으로 등장한다면 대선구도는 어떻게 바뀔까.

문재인 본인의 당선은 물론 ‘바람’까지 일으키면서 부산·경남의 야권 후보들이 줄줄이 총선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면 대선구도는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싫은 장면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서 야권이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낸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총선 참패로 직결될 수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부산·경남에서 ‘문재인 바람’을 차단해야 총선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부산 민심은 다시 한나라당에 ‘희망’을 품을까.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을 기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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