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의 시트콤은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 시리즈만 있었다. SBS <순풍산부인과>를 비롯, 현재 대한민국 시트콤을 있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은 독보적이었던 반면, 한국에서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원류인 미국의 그것과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전혀 다른 형식을 만들어냈다.

현재 방영중인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얼마 전 방송을 시작한 SBS <도룡뇽도사와 그림자조작단>을 비롯, 종편채널인 jTBC <청담동 살아요>, MBN의 <갈수록 기세등등>, <뱀파이어 아이돌>, <왔어왔어 제대로 왔어>까지 포함하면, 현재 제작·방영되고 있는 시트콤은 6편을 넘는다. 또 KBS에서는 <선녀가 필요해>를 준비 중이다.

시트콤의 부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산업적 측면이다. 시트콤은 일반적인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든다. 평균 편당 1억5천에서 2억원 정도 소요되는 드라마 제작비에 비해 시트콤은 그에 비해 70~80% 가량의 제작비로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작비 문제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든 것이, 제작비의 대부분은 캐스팅 비용으로 소요되며 프라임타임대에 걸친 편성시간으로 인해 광고단가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시트콤은 적은 제작비 외에 일반적인 ‘정극’ 드라마 형식과는 다른, 과감한 설정과 표현, 캐릭터 구축을 가능케 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또한 ‘시트콤’이라는 공간에서는 장르적 속성상 쉽게 용인되는 것이다.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는 로케이션을 억제하고 캐릭터와 그를 통해 발생하는 사건에 집중함으로써 ‘스토리’라는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인되는 폭이 넓다는 점이다. 보통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있을법한, 즉 개연성을 가짐으로써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시트콤은 풍자 혹은 블랙코미디, 컬트(소수가 열광하는 문화적 현상) 등 다소 ‘마이너’하다고 볼 수 있는 표현기법까지 비교적 쉽게 아우를 수 있게 된다.

지난주 방송된 SBS <도룡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에서 과장되게 설정된 도둑 캐릭터들에 의해 경찰이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이나, MBN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에서 ‘재벌’이 ‘세트 공간의 한계’로 인해 좁다란 사무실에 앉아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 등은 다 시트콤이라는 드라마적으로 조작된 공간 안에서 가능한 부분이다.

현재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은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개연성의 폭이 상당부분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풍자를 가능케 하고, 말도 안 되는 사건은 현재 ‘말이 안 되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역으로 설득력을 부여받는다.

시트콤 장르의 이러한 제작러시는 산업적 부분 또한 간과할 수 없으나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이야기의 폭이 늘어난 것만큼 창작자들이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확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다소 ‘비정상적’인 시트콤 내부의 캐릭터들과 대중들이 용인하는 개연성의 경계에 있는 사건 등은 (극적)상상력이 (사회적)현실을 넘어서지 못하는 ‘웃기면서 슬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치, 사회문제를 비롯한 각종 비리와 사건들 등 현재 우리 사회가 써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는 그 어떤 창작자의 상상력도 가뿐하게 넘어서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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