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방송 문제로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MBC 김재철 사장이 결국 구성원들에 의해 버림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위원장 정영하)는 이명박 정부 4년 여 만에 5번째 파업에 돌입했다.

MBC 노조는 30일 아침 6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본격적인 파업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로비(민주의터)에서 열린 ‘MBC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MBC 노조 총파업 출정식에는 500여 명의 MBC 기자,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경영, 영상미술부문 조합원들이 모여 공정방송 회복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정영하 MBC 위원장은 출정식에서 “공영방송 MBC가 정권의 방송이 됐다는 말을 입사 18년 만에 처음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정권 방송된 적이 없었다. 더 노골적인 표현으로 MBC는 이제 ‘MB씨’가 됐다”고 개탄했다.

MBC 파업에 따라 <나는 가수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당장 이번 주말부터 결방될 가능성이 커졌고, 2년 여 만에 시청률 30%를 넘나들고 있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도 담당 PD가 빠질 것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MBC의 방송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MBC를 떠나지 않는 한 이 멍에와 굴레 벗어날 수 없다”며 “이번 투쟁을 통해서 반드시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했다. 정 위원장은 다만 “엄숙하고 엄중한 파업이지만, 즐겁고 끈질기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왜 방송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민에 설명하고, 하루빨리 되돌려 놓고, 일터로 올라가자”고 촉구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도 “이번 싸움은 MBC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싸움이자 MBC와 MBC 노조의 운명을 건 싸움”이라며 “김재철이 퇴진할 때까지, MBC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확보할 때까지 이번 파업은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출정식 사회를 본 김정근 MBC 아나운서도 “지난 연말 우리 마음 속에 MBC 맨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데에는 모두들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엿새째 기자들의 전면적인 제작거부를 이끌며 노조 파업에 불을 당겼던 박성호 MBC 기자회장도 이날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임을 다짐했다.

박 회장은 기자들이 들고 일어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지난 4일 보도본부 수뇌부가 들고나온 뉴스개선안에 작년 한 해 동안 뉴스를 망친 반성도 없었고, 시청자들이 왜 실망했는지에 대한 분석이나, 향후 비전제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뉴스 파행의 선봉에 선 보도책임자를 뉴스개선의 추진주체로 세우겠다고 한 것은 우리에게 MBC 뉴스제작의 모순적 현실을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그 다음날 총회에서 그 분노가 화산폭발하듯 터졌다"고 전했다.

특히 민감한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KBS와 SBS가 메인뉴스에서 리포트했는데도 MBC만 보도하지 않은 사례가 20여 건이 있었다. 심지어 모든 언론사에서 보도하는 문제도 MBC만 보도하지 않은 일도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전 언론사가 다 쓰는데 우리만 못썼다는 것은 기자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일종의 왕따판정인데 스스로 왕따를 자초했다”며 “이런 상황이면, 선배들이 보통 후배한테 ‘나가 죽으라’고까지 한다”고 자책했다.

박 회장은 이어 스스로에 대해 “좋은 뉴스 만들고 좋은 뉴스 지켜내는데 MBC 기자들이 제역할 못했다”며 “그동안 말만 많이 하고, 행동을 너무 늦게 했다. 기자들이 행동하자고 했는데, 신중하고자 했던 제 불찰”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또한 “침묵하면서 동조하고, 냉소하면서 방조했고, 괴로워하면서 자기합리화한 면도 없지 않았다”며 “뒤늦었지만 일어섰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줬으니, MBC의 봄을 되찾아 올 때까지 끝까지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제작거부 중인 카메라 기자들을 이끌고 있는 양동암 MBC 영상기자회장은 “절박함을 느낀다”며 “이제는 현장투쟁(일상투쟁)을 위해 위로 올라갈 수 없게 됐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현장에서 불신당하고, 조롱거리가 되고 조직 시스템이 망가졌다. 그렇게 만든 한 김재철 사장이 되레 우리를 반드시 이기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한편,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뉴스의 마비현상이 온 데 이어 MBC 노조의 전면 총파업에 따라 시사·교양·예능·드라마 등 MBC의 방송 프로그램이 통째로 결방될 상황에 이르게 됐다.

강지웅 MBC 노조 사무처장은 “시사교양과 예능 PD들은 모두 손을 떼기로 했기 때문에 PD수첩의 경우 당장 내일 방송이 어렵고, ‘나는 가수다’ 역시 이번 주부터 방송이 힘들 것”이라며 “‘무한도전’과 ‘하이킥’ 모두 MBC 스탭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결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1%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올리며 고공행진 하고 있는 드라마 <해를 품은달>에 대해 강 사무처장은 “이 드라마는 외주제작이지만 감독이 MBC PD이고, 촬영감독, 엔지니어 등 스탭이 제작에 동참하는 프로그램이라 PD가 빠지면 올스톱될 것”이라며 “PD가 빠지는 결정을 할지 여부에 대해 고심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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