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 뿐 아니라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30일 6시부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직후 부적절한 부사장 임명을 계기로 39일간 치렀던 파업에 이어 MBC 2년 가까이 만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공영방송 MBC를 정권에 품에 안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것이라 파업 장기화가 불가피하며 경영진의 고강도 징계가 뒤따를 전망이다. 김재철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벌이는 파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BC 노조는 이번 파업을 김재철 사장 체제의 ‘종결투쟁’으로 규정짓고 비장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7일 파업찬반투표 개표결과 투표자의 69.4%(535명)의 찬성률을 나타내 이번 파업에는 500~600명 가량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로가 없는’ 투쟁인 만큼 노조는 이번 파업에 들어가면서 국민들에 석고대죄의 사과문 먼저 발표했다. MBC 노조는 30일자로 발행한 파업 특보 2호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과문’에서 스스로를 비겁하고 비굴했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겁했고, ‘MB정권의 언론탄압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굴했다”며 “MBC의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못하고 저들의 품안에서 놀아난 지난 2년을 가슴 깊이 성찰한다”고 사죄했다.

MBC 노조는 “조금씩 무너지는 MBC를 지탱하기 위해 저항으로 맞서고 몸부림 쳐 봤지만 끝내 몰락을 막지 못하고 공범이 되어 이 자리에 섰다”며 “공영방송 MBC는 MB방송 MBC가 됐으며, 국민의 방송 MBC는 정권의 방송 MBC가 됐다”고 개탄했다.

노조는 뉴스데스크에서 세상 돌아가는 진실을 전할 수 없고, PD수첩이 ‘진정한 우리시대 목격자’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MBC를 대신해 석고대죄 드린다고 고백했다.

이런 정권의 방송으로 총선·대선 방송을 할 경우에 대해 MBC 노조는 ‘다시 국민 기만 방송인으로 남아 생을 연명하는 것’이라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쏟아지는 비난과 야유를 달게 받아야 하겠지만, 공영방송 MBC의 구성원으로 마땅히 해야 할 도리가 아직은 남아 있다”며 “몰락한 MBC에 종언을 구하고, 저들의 손에 있는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종결투쟁에 몸을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선전도구가 아닌 국민의 여론장으로 반드시 돌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MBC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도 이번 파업을 두고 “향후 조합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곤일척의 승부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파업에 모든 것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든지 조합이 문을 닫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외길이라는 것.

이들은 “우리는 모두 MBC의 구성원이다. 그런데 우리의 얼굴이 망가졌다. 외부에서 감히 MBC 직원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기자들에게, PD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있지만 망가진 우리의 얼굴을 감출 수는 없다. 이제 우리 모두 일어설 때다. 기자들과 PD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일어나 어깨를 맞대자”고 촉구했다.

MBC 노조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자”며 “우리는 오로지 여러분만 믿고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며, 이번 파업의 출구는 김재철 퇴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MBC 기자들의 보도책임자 사퇴 촉구 제작거부 5일째인 29일 밤 MBC는 <뉴스데스크>를 최일구 앵커 혼자 진행하면서 스포츠와 날씨를 제외하고 리포트를 4꼭지 방송하는데 그쳤다. 모든 뉴스를 다 방송하는데 9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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