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시청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두 종류의 기독교인이 있었다. “돌아와, 기다릴게… HOLY KOREA” 라는 피켓을 들고 북을 치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 그리고 이들이 퀴어퍼레이드 행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또 다른 부류의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행사를 지켜주기 위헤 &lsqu
내가 ‘옹달샘(깊은 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희극인 세 명의 모임을 지칭한다)’도 변호했던 사람이다. 그만큼 심약한 사람이라는 소리다. 나는 다수의 분노가 특정인에게 쏠리는 현상을 보면 덜컥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옹달샘 퇴출운동이 거셌을 때, 이들이 한국의 광연한 가부장적 통념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한 뒤 이를 토대로 발화했
메르스 병원 이름을 정부가 공개하겠다고 밝힌 날은 일요일이었다. 뉴스타파가 메르스 병원 실명을 공개한 지 이틀만이고, 메르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19일 만이었다. 이날 정부가 갑자기 병원 실명을 공개할 것이라고는 전날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다.정부의 병원 이름 발표는 애초 오전 10시에 공개된다고 했다가 10시 20분, 그리고 11시에 결국 공개됐다. 병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찬성투표 비율은 62.1% 였다. 이를 두고 당시 아일랜드를 방문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누구든, 누구를 사랑하든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것”이라며 아일랜드의 동성결혼 법제화에 찬사를
월간잉여 창간 소식을 접하고 잡지를 구독한 뒤, ‘독자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해 온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잘못) 말했다가 그는 “그럼 님이 하면 되겠네요”라는 내 답변에 덜컥 독자위원장 감투를 썼고, (한 명 있는) 독자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매달 꼬박꼬박 리뷰를 써 보내주었다. 몇 개월이 지나
요즘 인터넷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이나 콘텐츠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이슈는 모바일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사용요금이 저렴해지는 추세여서 스마트폰으로 글자와 사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이 있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된다.실제로 페이스북에 유튜브 링크를 거는 것보다 동영상을 직접 올려보면 도달률에서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인
나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에서 성소수자 노동권팀 팀장을 맡고 있다. 일터 안의 성소수자 노동자 차별 사례들을 전해 듣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는 활동을 한다. 가장 최근 일은 작년 7월에 대구에서 있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부당 해고 당했던 사건이다. 회사 동료가 그가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다는 이야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독립출판 열람실’이라는 전시가 열렸다. 이와 관련, 독립출판 현장에 몸담은 사람 중 네 명이 각각 한 번씩 참석한 네 번의 대담이 있었다. 나도 참석했다. 전시의 막이 내린 뒤, 큐레이터와 대담 참여자들이 모여 함께 식사했다.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즐거웠다.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 김명수 큐레이터는 &lsq
요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성완종 리스트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정치인들의 변명과 죽은 사람의 폭로 내용이 온종일 주요 뉴스를 장식한다. 며칠 전까지 경남기업은 알아도 성완종은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 성완종 이름 석 자는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언론의 의제 설정(Agenda Setting) 기능이다.비교 대상이 되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며
얼마 전에 집에 고양이들과 있는데 누군가 집 초인종을 눌러서 누구냐 물었다. 그런 때는 우선 누구냐고 묻고 밖에서 응답을 해야지 문을 열어 주는데 보통 교회에서 전도를 위해 나오셨거나 아니면 주문했던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님이라 그날도 택배가 와서 잠시 기다리시라 이야기하곤 문을 열었다. 그러다 문득 나의 유년기 시절이 생각났다.나는 친구들과 이웃집 초인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대화의 진공상태가 어색해서 견디지 못했다. 괜히 초조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지금은 말하기 보다는 들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걸 안 이후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주
누군가 가본 길을 걷는 것은 쉽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나서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공지영 작가를 만났던 2011년 11월말은 새해에 해직언론인들과 함께 제작단을 구성해보자는 계획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시작되기 전이었다.뉴스타파 영상을 편집한 첫 컴퓨터는 트위터 활동 언론인들의 모임에 초대된 공지영 작가의 갑작스
내가 아는 한 레즈비언은 하우스메이트를 구할 때 이런 질문을 한다. “제가 레즈비언인데 괜찮을까요?” 상대방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그 대답이 다행스러웠다고 전해주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이다. 어느 이성애자도 하우스메이트를 구할 때 “제가 이성애자 여성(혹은 남성)인데 괜찮을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하게 분화돼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에 밀접한 이야기가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해 말할 때, 막연하고 진부한 의견과 편견을 가지기 쉽다. 무지와 편견에 기반을 둔 진부한 이야기, 닳고 닳은 표현과 의견은 재미없다. 자신이 발 디딘 곳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기반으로 한, 구체성을 가지고 서술된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다.1인칭 주인공 시점
많은 이들이 묻는다. 마을미디어가 도대체 무엇이고, 거대도시 서울에서 마을미디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조금 곤혹스럽다. 마을미디어를 정의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만드는 미디어’라고 하면 편하겠지만 그걸로는 2% 부족한 부분이 있다.관련해서 필
기막힌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 만남 가운데, 우연히 흘러나오는 각자의 꿈과 희망들이 모이고 모여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기회로 연결된다. 지난 3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뉴스타파는 서로 다른 히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의 ‘만남’이 ‘인연’으로 발전해간 과정인 것 같다.뉴스타파 같은
나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장은 망원시장에서 자주 보고, 여름에는 집 근처 한강시민공원에서 밤바람 맞으며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나이는 올해 33살이고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동성애자, 게이(gay)다. 나는 12살 즈음부터 교회에 다녔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는데 아버지는 자동차 유리를 만드는 공
‘OO충(蟲)’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2013년, OO 안을 가장 독보적인 빈도로 채웠던 것은 ‘일베’라는 고유명사였다. 출근, 결혼, 리얼, 설명 등 두 글자의 보통명사들이 OO 안을 채우는 것을 목격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었다. ‘OO충’이라는 용법에는 OO 안을 채우는 대상에 대
지난 2014년 12월 6일 저녁 서울 성북구 아리랑씨네센터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서울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마을미디어 축제에서 그 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팀에게 수여되는 마을미디어대상에 2팀(성북구 와보숑TV와 동작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공동수상을 하였다. 한 번도 마이크를 잡아 본적이 없고, 단 한 번도 카메라 뒤에서
지난 12월 중순 언론진흥재단에서 KBS, MBC, SBS, 한겨레신문 SNS 담당자가 모인 집담회에 동석할 기회가 있었다.각 매체별로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리고 2015년은 어떻게 운영해갈 지에 대해 SNS를 연구중인 언론학자가 묻고 현업 실무자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각사마다 처한 상황이나 회사 전략에 따라 운영방식이나 집중도에 차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