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종각역에 모여 “교사 생존권 투쟁”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5천여명의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모여 교실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한 A교사를 추모했다. 동시에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로서의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했다. 깊은 공감 가운데서도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전교조에 대한 선 긋기와 참여자 중에는 학생인권과 교권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 여기는 분도 계실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은 ‘우리는 전교조가 아니다. 평범한 일반
영화 인어공주가 끝나자마자 “너무 재미있다!”고 소리치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어린이들이 있었다. 나와 함께 사는 어린이 A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재미있다고, 또 보고 싶다고 했다. 나와 내 짝궁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걱정이 있었다. 종종 줌 회의로 국제 미팅을 하곤 하는데 A가 나와 회의하는 사람들 중에 흑인들을 보고 ‘얼굴 색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있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미 수많은 공주 만화, 드라마, 영화 등에서 흰 피부가 예쁜 것이라고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입 밖으로
트럼프가 금지시킨 다양성훈련2020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다양성훈련을 ‘위험한 교육’으로 지목하며 다양성훈련 금지 명령을 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사회에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성훈련은 ‘반미 정치선동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분열조장 개념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주민을 차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주민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과 폭력을 없애야 한다는 다양성훈련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는 미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가속화시켰다.
지난 달, 배우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가 ‘점심으로 사골국(bone broth)을 자주 먹는다’고 한 것에 대해 미국의 유명 모델인 테스 홀리데이(Tess Holliday)는 ‘사골국은 적절한 식사(suitable meal)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기네스 펠트로는 점심으로 주로 수프(soup)를 많이 먹는데 사골국도 자주 먹는다고 했다. 곰탕이나 설렁탕처럼 소면이나 밥을 말아먹는 게 아니라 그냥 국물만 마신다는 느낌이 확실했다. 사골국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MZ세대를 기존의 세대와 구분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주로 개념없는 개성있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것도 차별이라고 할 수 있나요? 차별이라면 누가 누구를 어떤 정체성으로 차별하는 것일까요?”다양성훈련을 하는 중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한 답은 누가 누구를 뭐라고 부르는지, 특정한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의 특성이 무엇이라고 규정되는지,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지를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단 하나의 정체성만 가지고 살아가는
영화 의 인기가 뜨겁다. N차 관람도 많다. 내 주변에는 10차 관람을 앞두고 있는 사람도 있다. 30년 전 수집해 놓았던 만화책을 다시 꺼내드는 사람, 만화책 전권을 주문하는 사람, 넷플릭스에서 예전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비디오 테이프 시절에는 속도감이 너무 느려서 보지 못했던 애니메이션 버전을 이제야 보기 시작했다. 1.5배속 재생 기능 덕분이다.‘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 사회운동가로 살고 있는 지금 다시 보는 슬램덩크는 학교 안 청소년 시절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이따금씩 어떤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연예인 덕질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서로의 덕력을 확인하며 함께 행복하게 덕질을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내가 좋아했던 연예인은 누구였는지 생각해보면 한때는 핑클이었고 또 한때는 소녀시대였다. 나는 그들을 왜 좋아했을까? 돌이켜보면 방송에서 보여지기를 요구받은 모습만 보고 좋아했을 뿐, 실제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어떤 성격을 가진 인간인지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인격체가 아니라 껍데기만 보고 환호하며 ‘소비’했을 뿐이었다. 아이돌이었던 당시에는 자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사회운동을 다룬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 상영중이다. 서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고한 성차별, 나이차별, 외모차별 등이 어떠한 문제인식도 없이 다뤄지는 것이 불편했지만 사회운동가로서 부당한 억압을 끝내기 위해 싸웠던 삶은 숭고했다. 이 영화가 끝나자 뒷좌석의 한 어르신이 이런 말을 했다.“저런 분들이 있었으니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야”독립운동가 조마리아와 그의 아들 안중근을 비롯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일제에 맞서 힘겨운 운동을 이어
[안전안내문자] 4호선 삼각지역 상선 당고개방면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타기 불법시위로 무정차 통과하고 있습니다.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서울교통공사가 재난문자로 총칭되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휠체어이용인이 지하철을 타는 것이 시위의 방법이 될 만큼, 휠체어이용인이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은 말끔히 지워졌다. ‘대중’을 위한 교통수단이지만 휠체어이용인은 ‘대중’이 아니었다. 휠체어이용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비장애인중심주의 사회에 의해 ‘재난’으로 규정되었다. 누구나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
포함의 언어, 배제의 언어“Merry Christmas(메리 크리스마스, 축 성탄)”라는 인사는 모두를 포함하는 언어일까, 아닐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포함하는 언어와 그렇지 못한 언어의 차이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모두를 포함하지 못하는 언어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어떤 그룹의 사람들이 소외나 배제를 경험하게 만드는 언어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두 번째 특징인데 어느 한 그룹의 사람들만이 그 사회에서 “중심, 정상, 표준”으로 여겨지게 하는 언어다. 그렇다
욕망의 대상, 주체성의 제거라는 폭력문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잘못된 만남”은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여성의 몸은 상품화되었고 성적으로 끊임없이 욕망되지만 주체성이 없는 존재로서 머물기를 요구받는다. 그런 요구를 가장 심하게 받는 집단들 중 여성 아이돌이 있다. 여성 아이돌이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주체성을 가지고 살고자 하거나,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페미니스트로 ‘오해’라도 받았던 이들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내몰렸다.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 앞에 한국 사회는 여전히 사회문화적으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를 위한 계기를 갖지 못한 까닭에,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일상에서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성이라는 것은 인간이 갖는 정체성이자 관계맺기를 통해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것이지만, 오늘날 이 사회는 성을 상품으로서 소비하도록 만드는 까닭에 ‘가부장제 자본주의’는 여성을 끊임없이 인격과 분리된 ‘몸뚱아리’라는 대상으로 존재하게 만든다.
‘D&I 유행’ 따라잡기 급급한 기업 이제는 기업의 유일한 목표가 잉여자본의 극대화가 될 수 없는 세상이다. 기업도 결국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 공동체인 까닭에 인간과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기업의 책무이자 목표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소비자가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도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의 기본값이 윤리적 소비가 될 수 있도록 하며, 환경이 지금 당장의 이윤창출만을 위해 착취되고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은
얼마 전 좋은 교육자이자 교육행정가였던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났다. 난민(아프간 특별기여자)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첫 등교길을 함께 걸었던 교육감,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공교육에 포괄적성교육을 도입하고 실행한 교육감, 울산광역시 교육감 노옥희 선생이다.지역주민들이 난민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먼저 난민들의 곁으로 갔다.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먼저 몸으로 보여주었다. 포괄적성교육에 대한 부정확하고 부족한 정보,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성교육
모두의 삶과 연결된 화물운송 노동자의 삶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 과적, 과속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망사고는 매년 700건에 달한다. 매일 2건씩 일어나는 셈이다. 커다란 화물차들이 졸음운전 때문에 중앙선을 넘어 자기 앞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보더라도 알 수 있겠지만,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는 그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다면 그들만 죽는 게 아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과로는 도로 위의 흉기가 된다. 또한 현대사회의 경제시스템은 화물 운송의 의존도가 높아, 화물운송이 더 이
자본권력, 정치권력의 '좋은’ 파트너 FIFA지구촌 최대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이 긴 코로나 방역 상황 가운데 다시 시작되었다. 오랜 거리두기에 지친 많은 시민들이 즐거움을 찾아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다. 분노와 무력감만 가득한 각자도생의 삶 가운데서, 월드컵이 단비와 같은 축제가 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언제나 그랬듯, 자본과 정치권력과 결탁한 국제축구연맹이 철저하게 자본과 정치권력의 이권을 고려하여 만들고 있는 배제의 축제라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은 ‘월드컵은 정치적이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늘 너무나도 정치적인 행보를 보여
혐오를 등에 업고 당선된 대통령은 지지율이 추락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사회의 곳곳에 차별과 혐오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끔 촘촘히 신경 쓰는 이 국가는, 끊임없이 “공정”과 “자유”를 앞세워 국민들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 가짜뉴스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해외순방에서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서 언론통제를 하더니, 이번에는 공교육을 ‘날리고’ 있다.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고시했다. 일상에서 수많은 국민이 죽었지만 ‘슬퍼하되 구조는 묻지 말라’며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
한국은 매년 산업재해로 2천명 이상이 사망하는 나라다. 노동부는 8백명이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추락사, 끼임사와 같은 공사 현장이나 공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사망자 수만 발표한 것으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적어 보이게 만들고자 하는 꼼수다. 과로사와 직업병 등의 질병을 포함해서 하루 5-6명, 매년 2천명 이상이 일하다 죽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끔찍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과로사나 직업병은 조건이 까다롭고 산재를 신청하는 사람(많은 경우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이 직접 그 인과관계(노동-사망)를 밝히게 되어있어서 인정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1999년 10월30일)는 대부분의 희생자가 청소년으로 56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부상당했던 큰 사건이다. 지하에 노래방, 1층에 식당, 2층에 호프집, 3층에 당구장이 있는 건물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망자는 호프집에서 나왔다. 당시 참사에 의한 희생자들은 ‘그런 일을 당해도 되는 사람’처럼 여겨졌다. 당시 인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나는, 이 사건이 ‘술 마시는 “불량 청소년”이라 일어난 일’이라는 방식의 메시지를 학교, 교회, 미디어 등 모든 곳에서 들었다. 당시 나로서는 ‘노래방, 호프집, 당구장과 같
페미니즘 운동과 트랜스젠더‘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페미니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일부 여성운동계, 여성학계 인사들 중에서도 그러한 주장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자 폭력’이라고 말하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첫째로 좌표를 찍고 공격을 가하던 세력들로부터 방어적인 선택을 해야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둘째로 ‘페미니즘의 판이 커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랜스 배제 페미니즘에 대해 ‘n개의 페미니즘이 있다’고 옹호론을 펼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배제하고 차별과 억압을 조장
“긴 머리에 파마, ‘스타일’ 확 바꾼 추미애 전 법무장관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한 근황 보도가 있었다(2022.10.17). 10여개의 기사들은 대부분 제목과 내용이 대동소이했다.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에서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는 것인데, 보도를 통해서는 강의의 제목만 겨우 알 수 있을뿐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보도에서는 추 전 장관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가 유력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있는 ‘한국의 미래’의 모습이 어떤 지에 대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