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영방송이 사장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영방송(rbb) 사장이자 제1공영방송연합(ARD) 의장을 맡고 있는 파트리시아 슐레진저가 지난 8월 22일 해고됐다. 친인척 의혹으로 시작되어 시청료로 ‘호의호식‘을 했다는 의혹에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건은 지난 6월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슐레진저의 남편인 게르하르트 스푀를은 베를린박람회 측과 여러 건에 걸쳐 14만 유로(약 1억9000만원) 상당의 미디어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는 베를린박람회 감사에서 드러났는데, 입찰 공
지난해 7월 독일 서부 지역 홍수 참사로 180명 이상이 숨졌다. 아르 계곡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 통째로 휩쓸렸다. 안전 인프라가 탄탄하다고 여겨지던 독일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참사였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연방 대통령 등 거대 정치인들이 모두 재난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스스로 정치적 삶을 재난에 빠트린 이가 있다. 아르민 라셰트 당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총리다.아르민 라셰트는 메르켈 후임으로 기민당 총리 후보였다. 재난 대처가 9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는 슈
“언론 보도에서 인간이 단순한 수단으로, 객체로 전락할 때 그 표현은 부적절하게 선정적이다. 이는 특히 죽어가거나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공익과 독자의 정보 이익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보도되는 경우에 그렇다. 폭력과 사고 사진을 1면에 배치할 때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독일 언론윤리강령 중 한 부분이다. 언론윤리강령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보도 등 사건 사고를 다룰 때 유의할 점이 상세히 명시되어 있다. 인간 존엄과 인격권 존중이 그 바탕이다. 독일의 언론윤리강령은 강제력도 법적 구속
독일에서는 휠체어 탄 사람을 자주 마주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와 자리를 비켜주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한국에서 평생 한 두 번 마주쳤을 다운증후군 환자는 한 달에 몇 번은 지나쳐 간다. 독일 일상에서만큼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보는 일이 드물다. ‘장애’ 테마를 다루는 경우는 물론 예외다. 테마가 장애가 아닌 이미지는 대부분 비장애인들로 채워져 있다. 독일에서 사회적 이미지 데이터뱅크, ‘게젤샤프츠빌더(Gesellschaftsbilder.de)’가 나온 배경이다. 2016년부터 운영된 게젤샤프츠빌더는 ‘새로운
지난해 12월4일, 독일 타블로이드지 ‘빌트’에 과학자 3명의 얼굴이 인쇄됐다. 코로나 정책 자문을 하는 과학자였다. 3명의 얼굴과 이름, 소속, 나이가 공개됐다. 얼굴 위에는 “락다운 주동자들(Die Lockdown-Macher)”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일반적으로 제작자를 뜻하는 마허(Macher)는 여기서 나쁜 일의 주동자, 선동자라는 의미였다. 빌트는 그간 정부의 방역 및 백신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금도 독일 도시 곳곳에서 매주 방역 정책 반대 시위가 열린다. 시위는 종종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한다.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
독일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사민당과 녹색당, 자민당이 연정 정부를 구성했고, 올라츠 숄츠 사민당 대표가 지난달 8일 독일 총리로 취임했다. 독일 각 정당이 총리 후보자를 내고, 연방의회 선거를 치르고, 연정을 위한 셈법에 몰두하고, 정책을 조율하고, 새 총리가 취임하는 동안 총리 배우자를 다룬 보도를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독일 언론은 정치인의 배우자에게 관심이 없다. 정치인의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총리 후보자의 정치 이력과 정책, 메시지를 분석하고 보도하기에도 충분히 바쁘다. 정보가 없지는 않다. 유력 정치인 대부분 결혼
“너희들은 뉴스 어디에서 봐?” 알고 지내는 독일 청소년 두 명에게 물었다. “인스타요.”“거기 사진 한 장에 한마디씩 적혀있는 거?”“네.”“또?”“틱톡이요.”틱톡 앱을 다운로드 받은 건 그래서였다. 독일 청소년들은 대체 어떤 뉴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독일 틱톡의 뉴스 생태계는 꽤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독일 공영방송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 틱톡 팔로워가 5일 현재 96만4000명에 이른다. 계정 ‘좋아요’ 수는 2400만 개. 세 명의 젊은 기자들이 직접 출연해 영상을 만든다. 기존에 방송된 뉴스
독일 공영방송 중부독일방송(MDR)이 뉴스 화면에서 유력 황색신문 ‘빌트(Bild)’의 로고를 지웠다가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MDR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인 작센슈피겔(Sachsen Spiegel)은 9월 2일 박물관 보석 도난 사건의 기소 소식을 보도했다. 드레스덴 검찰 앞에 방송사 마이크가 모였다. 지난 6월 TV 방송 허가를 받은 ‘빌트TV’의 빨간색 마이크도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MDR 뉴스에는 빌트 로고가 지워진 채로 방송됐다. 별도의 안내 없이 실제 화면을 바꿨다. ‘조작된’ 화면이다.방송 후 비난이 쏟아졌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공영방송 수신료를 인상 결정을 내렸다. 공영방송 재정은 방송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8월 5일 “수신료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은 작센안할트주의 의무 불이행은 기본법 5조 1항에 명시된 방송 자유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합의 규정이 나올 때까지 기존 인상안은 일시적으로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독일 공영방송 수신료는 2021년 7월 20일부터 기존 17.5유로에서 18.35유로로 소급 적용된다. 헌재의 수신료 판결은 독일이 생각하
“이용자분들, (페이스북) 페이지에 명예훼손과 혐오 선동을 위한 곳은 없습니다. 네티켓, 사실관계와 공정함을 지키며 토론에 응해주세요. ZDF-네티겟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모욕적인 댓글은 피해주시고, 이슈의 사실관계에 맞게 표현해주세요. 혐오와 선동을 위한 자리는 없으며, 앞으로도 여기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감정적인 이슈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이 사건에서 냉소주의가 적절하고 의미 있는 표현방식인지 댓글을 남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주세요.”독일 공영방송 ZDF가 6월 25일 뷔르츠부르크에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사는 요르그 틸(Georg Thiel)은 지금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지난 2월 25일부터 지금까지 3개월 넘게 구속된 상태다. 공영방송 수신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납부된 요금은 가산세 등을 포함해 총 1774.46유로(약 240만 원). 그는 여전히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면서 방송국 측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올해 55세인 틸은 캐드 디자이너다. 25년 전부터 TV를 없앴고, 2010년부터는 라디오도 듣지 않았다. 이전에는 수신기가 없다는 걸 확인받고 수신료를 내지 않았지만, 독일에서 수신기 보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가 파업으로 임금인상을 이끌어냈다. 도이체벨레는 독일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KTV 같은 곳이지만 활동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국정홍보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각 국가의 언어로 개발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접근한다. 물론 그러한 활동이 장기적으로는 독일의 이미지를 향상시킨다.도이체벨레 기자들은 지난 2월 이미 3년간 임금인상 6.2% 안을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문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코로나19 대책을 위한
인플루언서가 대가를 받지 않고 상품을 소개하는 건 광고일까 아닐까. 상품 브랜드가 노출되는 경우 ‘내돈내산’도 광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독일에서 나왔다. 인플루언서 채널 자체가 비즈니스 용도로 실질적 광고 기능을 한다는 이유에서다.독일에서도 ‘뒷광고’ 논란이 뜨겁다. 소셜네트워크상 공정 경쟁을 내세우는 시민단체 소셜 경쟁협회(Verband Sozialer Wettbewerb)는 인플루언서들의 채널을 살피면서 불법 광고 소지가 있는 인플루언서들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640만 명을 지닌 파멜라 라이프도 경고장을
독일 기자들에게는 출입처라는 개념이 없다. 주요 정부 기관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주로 기사를 쓰는 한국과는 좀 다르다. 언론사 소속 기자뿐 아니라 프리랜서 기자들도 많은 독일에서 언론사별로 기자석이 마련된 기자실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기자단은 있다. 구조와 운용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먼저 조직 자체가 기자들이 스스로 꾸린 조직이다. 개별 기자 회원들에게 가입비를 받아 운영하는 정식 협회로 여타 시민 사회 단체의 법적 구조와 같은 형태다. 대표적인 게 독일 연방기자단(Bundespressekonferenz)이다. 베를린 연방기자단
독일 공영방송이 제작한 풍자 영상이 수신료 논란으로 비화됐다. 여당 정치인들은 수신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며 나섰고, 언론계는 재정을 볼모로 한 협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의 인스타그램 채널 아우렐(@aureloriginal)은 지난 7월11일 독일 경찰의 인종 프로파일링 정책을 비꼬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두 경찰이 자전거 열쇠고리를 풀고 있는 청년을 두고 한바탕 토론을 벌인다. ‘외국인인가? 독일인인가? 흑인인가? 반 흑인인가? 마약 딜러보다는 피부가 하얗지만, 자전거 도난범으로 보기에는 충분히 검다
‘아시안’이라는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독일에 와서야 내가 아시안임을 깨닫는다. 백인사회에 소수 인종으로 살면서 내 존재 자체가 약자임을 인식한다.약자성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무시하거나 분노한다. 인종차별을 감당하거나 용인하는 수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나는 보통 무시한다. 길을 가다 칭창총(동양인 비하 용어)을 들어도, 캣콜링(지나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남성의 휘파람 또는 성적 발언)을 들어도, 뭔가 설명하기 힘든 불친절함을 경험해도 그냥 지나친다. 그게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판단해서다. 내가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시작된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독일 내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됐다. 독일 경찰 내의 극우 세력과 인종차별적 행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베를린에선 6월4일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 경찰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시민의 인종·성별·종교·언어·장애·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이들을 감시하는 옴부즈 기구가 설치된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차별을 당한 경우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 등 일각에서는 이 법이 ‘반경찰법(Anti-
기자들은 늘 전문가를 찾아다닌다. 바이러스라는 전문 영역과 일상사의 변화 속에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 시대, 사회와 세계의 전환기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이들은 그런데 대부분 남성이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는 전문가들은 왜 모두 남성일까.독일 언론을 바라보는 이들은 최근 이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독일에서도 수많은 바이러스 및 전염학 전문가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부분 남성이었다. 특히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바이러스연구소장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는 영웅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독일 제2공영방송사 ZDF에서 10년 넘게 일한 비르테 마이어 PD. 실력을 인정받으며 데스크로도 일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고정 프리랜서였다. 법적으로는 ‘유사 근로자’라는 요상한 이름을 달고 있다. 한 곳에서만 임금을 받으며 정규직처럼 일하면서도 사회보장보험이나 비용 처리는 스스로 하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고용 형태다. 독일 언론 분야에서 자주 보이는 프리랜서 고용까지는 넘어갈 수 있었다.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든 건 임금 격차였다. 독일기자협회에 따르면 여성 저널리스트의 월급은 평균 2400유로(세후, 약 323만원), 남성
독일의 SNS 사업자들은 이제 위법적인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연방범죄수사청에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Netzwerkdurchgesetz)을 통해서 SNS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혐오 발언과 불법적 게시물의 관리 의무를 부과해왔다. 여기서 관리란, SNS 상의 혐오, 협박, 국민선동 등 위법적인 게시물을 신고받고 삭제하는 것이다.지난 18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결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SNS 사업자는 신고된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연방범죄수사청에 신고까지 해야 한다. 불법 게시물과 작성자의 IP주소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