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9월 ‘원전 비평’이란 칼럼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핵발전소 관련 보도를 비평하는 글을 쓰면서 단 한 번도 원고 쓸 소재가 부족하지 않았다. 바꿔말하면 현재 우리 언론에는 핵발전소·에너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와 ‘억측’이 차고 넘친다. 단순히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잘못 이야기하는 것부터 부분적인 이야기를 크게 확대하는 ‘침소봉대’형 기사, 장밋빛 전망을 확대해서 포장하는 ‘소설형 기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중금속 범벅 태양광 패널’ 같은 것이 대표적인 ‘가짜뉴스’이고, 한때 104기
2020년 새해가 밝았다. 10년 단위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 중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겠지만, 2020년대는 한국 탈핵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때이다. 198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된 핵발전소 수명이 만료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1983년 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1985년에서 1989년에는 매년 1~2기 정도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해 고리 3, 4호기, 영광(한빛) 1, 2호기, 울진(한울) 1, 2호기가 이 때 가동을 시작했다. 이들 핵발전소의 설계수명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속보 경쟁이 치열한 언론 환경을 생각할 때, 오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인쇄 매체만 발행했던 과거보다 정정 보도와 수정은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같은 분야에서 오보가 반복되고 잘못된 내용은 계속 수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탈핵 정책을 둘러싼 보도가 그렇다. ‘중금속 태양광 패널 보도’처럼 명백히 허위사실임이 드러난 보도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를 수정하지 않았고, 인터넷상에는 당시 보도 내용이 그대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들 내용은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었
인터뷰 기사는 화자(인터뷰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또 하나의 기사이다.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것도 질문을 만드는 것도 기자와 편집자의 몫이다. 다양한 질의응답 중 주요한 내용을 추리거나 제목을 선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터뷰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종종 ‘내가 같은 사람을 인터뷰했다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같은 인터뷰이라도 질문에 따라 나올 답은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곤 한다.얼마 전 조선일보와 서울경제는 자유한국당 영입 인사 1호로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김성원 전
지난 13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원자력협력체계(IFNEC) 집행위에 이어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 상용화와 수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요 선진국들이 안전성이 혁신적으로 강화된 소형원자로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여 소형원자로 개발·상용화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글로벌 소형 원전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일체형 원자로는 일반적인 핵발전소보다 규모가 작고, 다양한 설비를 한 군데 모아
어느 산업이나 산업계의 시장 전망은 언제나 ‘장밋빛’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전망이 어두운 산업에 투자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부풀려진 경우가 많고, 한두 번 검토만 되었던 사업도 마치 진행 중인 것처럼 서술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들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나 공공 투자를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핵산업계의 전망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탈원전 역설… 500조 원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한지 벌써 5개월이 다되어간다.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이 투여되었지만, 국민적 토론이나 공론화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 등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의 재검토위원회 참여가 배제되면서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재검토위원회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지역실행기구 등 재검토위원회 산하 기구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애초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 잡기는 요원해 보인다.한편 언론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포화직전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
구글 트렌드에서 최근 5년간 ‘후쿠시마’와 ‘방사능’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지난 8월이 관련 키워드에 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보도가 늘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후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오염이나 후쿠시마에서 출발하는 올림픽 성화·선수단 안전 문제 등으로 관심이 점차 넓어졌다.후쿠시마 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이나 오염수 누출
지난 9월17일 주요 뉴스 포털 메인 화면에 ‘미국이 한국에 핵발전소 40기 중동 건설 사업 파격 제안’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걸렸다. 유력한 에너지업계 관계자와 회동 결과 지난 6월, 로버트 맥팔레인 세계안보분석연구소 회장이 방한해 핵발전소 건설 사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단독’이라는 제목까지 달린 이 기사는 그날 주요 뉴스 포털 상위권에 위치했고, 증권가에선 이 기사의 영향으로 원자력 관련 주가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이 기사를 읽어보면 이상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미국이 중동에 핵발전소 40기 건설을
“이 영광 온 겨레에게” 1974년 7월13일자 경향신문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했던 정명훈 군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1면에 게재했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정명훈 군은 2등을 수상했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에서 1등, 2등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국제적인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국위 선양’이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열렸고, 시청 앞 광장에서는 환영식이 진행되었다.1970~80년대는 카퍼레이드의 시대였다. 스포츠 대회는 물론이고, 기능올
지난 19일 언론은 일제히 영국 에너지 그룹인 BP의 자료를 인용하여,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OECD 주요국인 미국(-4.3%), 일본(-2.1%), 독일(-7.2%), 영국(-16.6%)과 달리 한국은 석탄 소비량이 늘어났다. 이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사설과 보도를 통해 ‘탈원전 정책 탓에 OECD 주요국 중 한국만 석탄 소비가 늘었다’며 또 다시 ‘기-승-전-탈원전 반대’를 이어갔다. 핵발전 비중을 억지로 줄이려다 보니 석탄화력발전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정책으로 국내 여론이 뜨겁다. 대대적인 일본 제품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일본 여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내년 도쿄 올림픽 참가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2013년 아베 일본 총리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시 아베 총리가 말한 “Under Control”은 이후에도 많이 회자되었다. 하지만 당시 이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조차 의구심을 표했다. 아사히 신문은 당시 보도를 통해 “방사성 물질 봉쇄
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은 ‘에너지정책 파탄 및 비리 규명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름처럼 이 특위는 자유한국당이 진행해 온 탈원전 정책 반대 운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원전정책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 특별위원회’나 ‘재앙적 탈원전 저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특별위원회’ 같은 긴 이름의 특별위원회를 수차례 만들어왔다. 흔히 정당에서 만드는 특위는 ‘진상 규명’이나 ‘대책 마련’ 같은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이들 위원회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거나 대책이 마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종 발언으로 정치 공세만 강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흔히 핵산업계에서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근거로 ‘다중 방벽’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핵발전소는 사고 시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5겹의 다중 방벽을 둔다. 1단계 핵연료 펠릿, 2단계 핵연료 피폭관, 3단계 원자로 용기, 4단계 격납 건물 철판, 5단계 콘크리트 격납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다중 방벽 중 1, 2단계는 핵연료를 감싸는 것이고, 3단계는 원자로 용기이기 때문에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4, 5단계인 격납 건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두께 1.2m에 달하는 콘크리트 격
최근 보수 언론의 핵발전 관련 보도를 보고 있으면, 어떤 단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문제를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기-승-전-탈원전 반대’ 기사가 쏟아져 나온 지 벌써 2년이 되었지만, 갈수록 강도가 강해진다. 특히 최근 UAE 핵발전소 기술 유출 논란이나 영광 한빛 1호기 사고를 둘러싼 기사를 보고 있으면 할 말을 잃는다. 이들 사건에 대해 모두 ‘탈원전 정책 탓’을 하고 있으나, 정작 탈원전과 상관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묵묵히 핵발전소 운영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을 모독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
매년 여름이면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진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기사도 늘어나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없애자는 주장도 많아진다. 최근에는 탈원전정책 탓에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찬핵 진영의 주장까지 겹치면서 연례행사처럼 여름철이면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쟁이 많아진다.하지만 몇 년째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의는 여름철, 가정용, 누진제 이 3가지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같은 근본적인 논의는 계속 늦춰져 있고, 가장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는
지난 10일 영광(한빛) 핵발전소 1호기가 갑자기 멈춘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영광 1호기는 1월과 3월 화재로 오랫동안 정비가 지연되다가 지난 9일 재가동됐다. 재가동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발전소가 멈추자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왜 발전소가 멈췄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원안위가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발전소 재가동 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의 18%까지 급증했고, 원자로 조종면허가 없는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출력 급증에도 원자로를 멈추지 않았다가 12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탈핵·탈석탄·에너지전환 정책을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들의 기대감 또한 높았다. 탈석탄·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은 ‘좋아요’ 클릭 수 1위와 3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동해안 지진과 미세먼지 문제로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그만큼 컸다. 이에...
지난 19일 오전 서울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게획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수요 목표, 에너지원 구성, 효율 향상이나 안전관리 대책 등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주기가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보통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이나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이 수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조기 대선 등으로 이번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먼저 수립되었다. ...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다양한 ‘가짜뉴스’가 있었다.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든가,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언론이 ‘팩트 체크’ 형식 기사를 통해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보도를 했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탈원전 정책과 연관 짓는 일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는 주로 일부의 진실을 ‘침소봉대’하거나 전혀 상관없는 사안을 서로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생산·수입된 적이 없는 카드뮴-텔루라이드 태양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