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 사람 일을 하다가 한 시대 한 사람과 한 역사를 통과시킨 이들이 우주를 만나는 곳,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귀정사. 몸과 마음에 새기거나 새겨진 상처를 깊고 넓게 들여다보고 자신의 역사를 관조하며 쉼으로 보듬어 안는 길, 집, 숲. 가끔 나는 그 길, 집, 숲을 지나간다. 귀정사는 금남호남정맥 장수 팔공산의 지맥인 천황지맥(개동지맥)에 있는 만행산 천황봉 아래 있다. 남원 산동면 대상리 계곡에 숨은 듯이 깃든 절집이다. 나는 천황지맥에 있는 산마루들을 오래 전부터 걷다가 만행산 천황봉을 만났다. 그러다가 귀정사에서 오르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5년부터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일부 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22년부터는 국민 상당수가 뉴스 기사와 악성 댓글, 유튜브에서 혐오표현을 접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포털뉴스 댓글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폄훼 표현 현황을 살펴봤는데요. 2023년에도 기성언론뿐만 아니라
다음 다섯 가지 문장 가운데 ‘가짜 뉴스’를 골라 보자.1. 하얏트는 객실에 일회용 생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2. 좌파는 급여를 더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3. 세계 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비정부기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4. 눈 색깔과 지능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5. 에볼라 바이러스는 미국의 핵실험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의심 많으면 더 잘 속는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잘못된 정보와 양극화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 가운데 일부로(전체는 20가지), 하
7월15일 기록적인 폭우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차량 17대가 물에 잠겨 14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천재가 아닌 인재에 가까웠습니다. 청주엔 7월13일부터 큰 비가 이어졌으나 지자체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응하지 않았고, 지하차도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미호천교에서는 확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기존 제방을 헐고 임시 제방을 쌓아둔 상태였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이 제방이 기존 것보다 낮고 부실해 강물이 범람한 것이라고 참사 원인을 지목했습니다. 관료사회의 칸막이 행정편의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7월 18일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교육청과 경찰이 조사에 나선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A씨 사망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일파만파 퍼졌는데요.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은 되레 루머의 생산자로 뛰어들었습니다. 잘못된 원인 지목과 더불어 정치 문제로 논란을 확산시키고도 있는데요. 사건 본질은 뒷전인 채 비윤리적 보도를 반복하는 언론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연합뉴스.jpg△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추모객들(7/20 연합뉴스) 언론이 확산시킨 ‘유가족 추정 댓글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백재권씨가 방문했다고 경찰이 결론내렸다는 KBS 단독 보도에 여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그런데 국민의힘 논리가 이상하다. 김민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금세 말을 바꿔 조선시대 왕실 터를 정하듯 풍수가가 대통령 관저를 정했다며 또다시 근거 없는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백재권 교수는 미래예측학 박사로서 풍수지리학의 최고 권위자다”라고 밝혔다. 애초 역술인 천공이 공관 방문 의혹 당사자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말을 바꿨다는 공세는 가능할지 몰라도 백재권씨를 풍수지리 전문가라고
한 젊은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에 대한 공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은 이번 사건에 놀라거나 안타까워 하거나 슬퍼하는 걸 넘어 공분하고 있다. 교직이랑은 무관한 나조차도 내 일부가 죽은 것만 같은 감정이 들어 스스로 당혹스럽다. 그만큼 우리 모두가 ‘진상’ 때문에, 더 정확히는 ‘진상’에서 도망칠 수 없었던 노동환경 때문에 상처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도 국회의원실에서 일할 때 진상 민원을 지독히도 많이 겪었다.정치적 이견에 따른 분노를 퍼붓는 이들은 차라리 참을 만 했다. 동성애자는 지옥불에 떨어져야 한다는 걸 복창하게
한반도와 그 주변이 전쟁을 예고하는 군사적 조치가 일상화 되고 그 수위가 자꾸 높아지고 있다. 한미가 북한 핵을 방어한다는 목적의 ‘확장억제정책’을 강화하고 미국 전략무기가 남한에 기항하자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맞장을 뜨는 군사적 조치로 대응했다. 미국이 대만에서의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 일본과의 연대를 강화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상에서 합동군사훈련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반도에서는 언제든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거나 미중간 군사적 충돌 발생시 한국도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었다. 한반도와
언론에 생산적인 논쟁이나 창의적인 정책에 관한 토론이 보이지 않게 된 지는 오래되었다. 대신 한국의 정치는 부정확, 부적절, 무책임, 따라서 무용한 말들의 경쟁터가 된 듯하다. 이 상황에선 공동의 선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호 협조적인 교섭이나 대화가 사라진다. 반대로 (내게는) 통쾌하고 (너에겐) 모욕적인 말폭탄이 승부를 겨루는 무기가 된다. 이른바 (내게는) ‘사이다’, (네겐) ‘고구마’라며 띄우거나 누르며 말꼬리를 이어가는 미디어도 이 현상의 악화에 한몫한다.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기형적인 승부욕만 넘치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과 (정규 수업 외에) 이런저런 공부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저책이책’이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책방’을 줄인 말이다. 국내외 기자가 쓴 책을 학생들이 골라 오면, 게으른 나도 책을 읽는다. 최근엔 미국 기자 폴 로버츠가 2008년 펴낸 을 읽었다. 언론 관련 도서가 병풍을 이룬, 학교의 책방 ‘단비 서재’에서 작은 토론이 열렸다. 어느 학생이 말했다. “기자라서 쓸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의 한글 번역본은 500여 쪽이다. 역사,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폐수(nuclear wastewater) 해양 투기에 UN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찬성 입장의 보고서를 공개하자 일부 언론은 IAEA 보고서를 ‘과학’으로 포장하며 여론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IAEA 보고서는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필터 성능을 검토하는 대목이 빠져 있고 서문부터 “보고서를 사용한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하는 등 신뢰성에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조차도 IAEA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도쿄신문은 7월 8일
기록적 폭우로 전국에 큰 피해가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수해 지역을 찾아 빠른 복구를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7월 18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수해복구 가용 재원으로 이권 카르텔 보조금을 삭감해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여권 내부에서도 ‘재난의 정쟁화’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대다수 언론 보도는 대통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 피해를 본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400억 원의 배상 결과가 나왔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누굴 탓해야 하나”라는 횡설수설 칼럼을 썼다. 이 글은 “우릴 자책할 수밖에 없긴 한데 정확히 누굴 탓해야 하나?”라고 ‘열린 결말’로 맺는다. 이 글에 따르면 ‘우리’를 자책해야 한단다. 그러나 합병에 관여하지 않았던 많은 국민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굴 탓해야 하는지 묻는 저 칼럼의 의미를 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 해외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관련해 많은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평소 친환경을 중시하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합리적인 가격대의 국내 가방을 들었던 김건희 여사이기에 이번 순방길에서도 환경친화적인 국내 제품들을 많이 알릴 것이라고.김건희 여사가 순방길을 떠나면서 순항기 출입문 끝에서 손을 흔드는 사진은 언론의 단골 보도 내용이다. 김 여사가 든 가방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특정 제품의 이름과 가격, 그리고 그 안에서 메시지를 찾는 내용이다.이를테면 파리 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미사일은 유럽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공동대응하자’고 강조한데 이어 지난 16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신냉전 전략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크게 냉각될 조짐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러시
권력과 언론이 손발 맞춰 나라를 망가트리고 있다.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대통령 아래 실업급여를 ‘달콤한 시럽’으로 깐죽대는 집권당 간부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취임이후 민생, 민주, 민족의 삼중 위기가 무장 깊어감에도 언론권력은 되레 찬가를 불러댄다.무릇 언론이 할 일 가운데 권력 감시가 있다. 권력과 으밀아밀 한통속으로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 ‘언론권력’은 마땅히 감시 대상이다. 그 일을 할 의무가 있는 곳은 한겨레와 공영방송이다. 언론권력 견제는 한겨레 창간에 나선 민중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 신문 여론매체부
“충격이었습니다. 그럼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건 묘지에서 하는 운동회 같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묘지에서 하는 운동회. 장일호 시사인 기자의 에세이 ‘슬픔의 방문’(낮은산)에서 읽은 구절이다. 일본 종이 장인들 이야기를 쓴 오다이라 가즈에의 ‘종이의 신 이야기’(책읽는수요일)에 나온 것을 재인용한 문구로, 염색 공예 작가 유노키 사미로 씨가 대학생 시절 ‘그림은 죽었다’는 주위 말을 듣고 떠올린 장면이라고 한다. ‘그림’ 대신 ‘종이 신문은 죽었다’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종이 신문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특
지난 10일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3주기였다. 많은 언론이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유가족과 지기들의 추모사들을 보도했다. 곧 고인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도 개봉할 예정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때맞춰 박원순 전 시장의 범죄혐의는 왜 숨기냐며 공격에 나섰다. 박 장관의 비판은 민주유공자법을 거쳐 민주화운동 전반에 대한 모욕으로 뻗어나간 후 결국 문재인 정권과 현 민주당 비난까지 도달한다.여전히 속 터짐과 부끄러움은 또 우리의 몫이다. 많은 비판을 받고, 선거에서 지고, 또 졌던 3년의 시간 뒤에도 우리는 또 왜 이 사건에 붙
※ 주의 : 영화 ‘좋.댓.구’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인터뷰하면서 제일 좋았던 영화배우가 누구예요?”영화기자 생활을 한 뒤 자주 받는 질문이다. 들을 때마다 고심하고, 대부분 말을 아끼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배우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고 해도 끽 해봐야 한두 시간, 개인사를 흉허물없이 터놓은 자리도 아니고 작품이라는 명확한 소재를 두고 이런저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만남일 진데 ‘그 사람은 이렇더라’ 류의 평가 자체가 조심스러워서다.그럴 땐 요령껏 객관적인 사실관계 몇 가지를 전하곤 한다. 예를 들면 봉준호 감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