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를 기획한 성지훈 기자는 중징계를 받자 지난 23일 퇴사했다. 작가 유시민씨, 방송인 김어준·김용민씨, 기자 이상호씨 등 이른바 진보 진영 인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까고 있네’는 지난 3월 첫 방송된 뒤 고작 2회 만에 삭제·폐지됐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권용득(개친빠), 이순근(김만석), 최황(마가린)씨는 “진보 어용 지식인”을 선언한 유시민, 부정 개표를 포함해 음모론을 제기한 김어준, 영화 ‘김광석’으로 가수 김광석씨의 타살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등을 거침 없이 비판했다. 이들은 합리성을 결여한 진보 진영을 비판했다.

국민TV 이사회는 “방송된 내용 중에는 뚜렷한 근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인사들을 비하하고 심지어 허위 사실을 인용해 특정인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등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에 반하는 무책임한 내용들이 방송됐다”며 제작진에 책임을 물었다.

▲ 지난 26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난 성지훈 전 국민TV 기자는 “나는 국민TV에 완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전반에 ‘가르치려 말라’는 풍토가 유행인데, 여기에는 ‘반지성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며 “이런 현상이 국민TV에서 더 천박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이우림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난 성지훈 전 국민TV 기자는 “나는 국민TV에 완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전반에 ‘가르치려 말라’는 풍토가 유행인데, 여기에는 ‘반지성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며 “이런 현상이 국민TV에서 더 천박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사진=이우림 기자

지난 23일 ‘정직 3개월’ 중징계가 떨어지자 성 기자는 다음 날 페이스북에 “사실상 해고”라며 “정직 3개월의 징계가 확정됐고 어떤 생계 활동도 허용하지 않는 정직이란 결국 퇴직 종용, 즉 해고와 다름없음을 잘 알고 있어 결국 퇴직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성 기자는 “국민TV의 주된 지지층이 ‘신봉’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방송을 만들었고, 그 방송을 만든 것이 잘못이라고 사과하지 않아서 징계를 받았다”면서 국민TV 이사회와 조합원들의 맹목성을 비판했다. ‘근태 불량’이라는 징계 사유에도 성 기자는 “33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일한 적은 없었고 지난 3개월 동안 매일 같이 회의하고 밤을 새웠다”고 반박했다.

지난 26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난 성 기자는 “나는 국민TV에 완패했다”고 했다. 그는 “사회 전반에 ‘가르치려 말라’는 풍토가 유행인데, 여기엔 ‘반지성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이런 현상이 국민TV에서 더 천박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성 기자와 일문일답. 

- 징계 직후 바로 퇴사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는?

“지쳐서 포기했다. 사실 생계 때문에 해고 되길 바랐다. 실업 급여라도 받아야 생계가 유지된다. 해고 됐다면 법적 절차를 밟으려 했다. 그러나 정직이 나오면 (법적 조치 일환으로) 가처분을 내고 출근해야 하는데 그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든 자르겠다는 사람들, 나를 ‘함량미달’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 근태 실적을 조사한다며 내게 지난 1월 재입사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일정과 동선을 보고하라고 하더라. 근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복귀 후 지난 3개월 동안 매일 같이 회의하며 밤을 새웠다. 기획안 작성과 회의의 연속이었다. 내게 수치심을 준 사람들 얼굴을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빨리 인연을 끊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 ‘까고 있네’를 기획한 까닭은 무엇이었나.

“나는 지난 2014년 7월 ‘뉴스PD’로 국민TV에 입사했다가 퇴사한 뒤 지난 1월 재입사했다. ‘함께 2년 정도만 고생해보자’는 동료 제안을 받아들였다. 와 보니 콘텐츠는 물론, 인적 공백도 컸다. 나 혼자 취재 기자였다. 보도팀에서 사람을 뽑아 훈련시키고 콘텐츠 공백을 메우는 게 시급했다. 여러 기획안을 냈다. 동료이자 제작진(김영환 방송총괄팀장, 강우정 PD)과 매일 회의해야 했다. ‘팟캐스트 스타’에 의존해선 성공할 수 없고 신인을 발굴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국민TV가 뭐야?’라고 묻는 사람들을 주 시청 층으로 만들어야 했다. 페미니즘과 문화 비평에서 새 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 새 시청 층 확보를 기획 의도 가운데 하나로 꼽았지만 진보진영 내부 비판 외에는 특별한 기획력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사·문화 비평방송’을 표방했다. 녹음할 때 상황이 정치·시사 이슈가 워낙 많았을 때라 거기에 눈이 갔지만, 기획자로서 사실 문화 콘텐츠나 미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 대중 문화 콘텐츠에 드러나는 상업주의와 쏠림현상 같은 거. 농담처럼 말했지만 ‘도대체 왜 윤제균 영화엔 1000만명의 관객이 몰리는가’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예술적 가치를 압도하는 대중의 평가가 과연 온당한지, 군중의 정념이 대중의 지성으로 표현되면서 가하는 폭력성, 그로 인한 다양성 박탈에 관심이 많다. 다른 예로 ‘제국의 위안부’ 이야기라든가, ‘쇼미더머니’나 ‘프로듀스101’ 같은 문화 상품 이야기까지.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내용면에서 새로운 시도는 없었다. 2회분 방송에서 나온 얘기들은 사실 인터넷만 뒤지면 다 나오는 얘기다. 새 담론, 토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럴 시간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변명거리로 삼겠지만…. 어쨌든 ‘난 요즘 아이돌을 도통 몰라 껄껄껄’하며 웃는 세대는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새로운 세대가 관심 가질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기획. 사실 국민TV엔 이런 기획과 시도 자체가 없었다.”

▲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를 기획한 성지훈 기자는 중징계를 받자 퇴사했다. 팟캐스트 ‘까고 있네’는 협동조합 최고 의결 기구인 협동조합 총회에서 준승인을 받은 콘텐츠였다. 사진=이우림 기자
▲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를 기획한 성지훈 기자는 중징계를 받자 퇴사했다. 팟캐스트 ‘까고 있네’는 협동조합 최고 의결기구인 협동조합 총회에서 준승인을 받은 콘텐츠였다. 사진=이우림 기자
- 방송이 나간 뒤 제작진 평가는 어떠했나.

“생각보다 재밌지 않았다. 기획 단계에서도 ‘국민TV 조합원 눈높이에 맞춘 방송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엔 시기상조’, ‘자리가 잡히면 문제를 지적해보자’는 등 자기 검열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의미도 재미도 없는 콘텐츠가 되더라. 출연진과 제작진이 만난 자리에서 자기 검열을 하지 말고 정교하게 만들자는 데 공론을 이뤘고 이후 첫 회(‘천하제일 나쁜놈 대회’)가 나왔다. 탄핵 1년을 맞을 때였다. 적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적폐’로 몰아붙이는 현상에 문제의식이 있었다. 물론 많은 악플은 예상했지만 삭제와 폐지로 이어질지 꿈에도 몰랐다.”

- 조합원들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조합원 탈퇴 종용 방송인가요”, “조합원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 “TV조선에서 만든 거 같아요” 등의 비판이었다.

“3월 14일 2회 방송이 나오면서 비판이 많아졌다. ‘너희가 김용민을 욕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국민TV 이사진은 삭제를 부탁했고 제작진은 다음 방송이 올라오기 전까지 회답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 모두가 방송 내용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못 내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논의 중에 갑자기 삭제됐다.”

국민TV 이사회는 지난 23일 성 기자에게 징계를 내린 뒤 “‘까고 있네’는 국민TV의 정체성과 창립 정신에 반할 뿐 아니라 방송의 공적 책임과 최소한의 공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는 3월15일 제작진에게 업로드 삭제 및 방송 제작 중단 조치를 권고했으나 제작진과 협의가 여의치 않아 이사회 권한으로 업로드 삭제 조치를 했다. 그리고 무책임한 방송 제작에 대한 책임 등을 물어 제작진을 징계 조치했다”고 밝혔다. 성 기자는 국민TV 이사회 입장을 “언론사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의 성역을 스스로 쌓아버린 조치였다는 것이다.

- 귀를 기울일 만한 비판도 있지 않나.

“내게 오만한 부분이 있었다. ‘방송이 나오면 조합원들은 반발하겠지만 무시하면 된다’는 심리가 있었다. 조합원들 반발에도 강행하려면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했는데 내겐 그런 실력이 없었다. ‘재미 없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는 언론이 아니’라는 식은 ‘언론사 포기 선언’이다. 경영진은 징계 과정에서 ‘배현진은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한 적 없다’는 주장(‘까고 있네’는 MBC의 배현진 앵커 인사 조치를 비판했다)을 펼쳤는데 기사를 뽑아서 보여줘도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웃음) 이사진은 진보진영 인사 비판에는 ‘어떻게 그렇게 수고한 사람들을 깔 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은 훌륭하고 위대한 분들이기 때문’에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의 고정된 세계관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방송에서 비판했던 이들을) ‘진보 쪽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스스로 피아를 구분했고 무작정 두둔했다.”

▲ 방송 2회만에 폐지·삭제된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
▲ 방송 2회만에 폐지·삭제된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
- 특정 인사들에 대한 비판이 엄밀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흘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비판이 예리하지 못했다는 평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나꼼수 인사들을 비판했지만 비판 방식은 나꼼수를 닮아있지 않았나?

“동의한다. 출연진들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내가 답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내 입장에서 김어준과 김용민, 이상호, 유시민 같은 이들에게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비판이 감정적으로 흐른 면도 있었고 그 감정이 비판의 날을 무디게 만들었다고도 생각한다. 그 발언 형태가 감정적이었을 뿐 담긴 내용을 감정적으로 왜곡하거나 뒤튼 것은 없다. 이를 테면 그들에 대한 비판 가운데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나 논리적 적합성이 없는 것은 없다. 표현 방식의 문제였는데 어쩌면 그 내용 그대로 그들에게 매우 정중한 말투의 비판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꼼수와 똑같은 방식으로 비판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고민하던 문제였다. 실은 매우 안이했던 지점인데 나 편할대로 ‘그게 팟캐스트 문법’이라고 자위한 부분이 있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모종의 강박같은 게 있었고 그를 위해선 다소 거친 표현이나 자극적인 단어도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게 재미를 반감시킨 요소가 됐다고 지금 평가하지만. 기획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민했던 것은 ‘일상 언어’였다. 재미 없는 얘기를 문어체로 떠들어대선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상어 범주를 어떻게 둘 것이냐’는 다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난 비하와 혐오의 정서가 없는 욕설 정도까지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게 잘 조율되지 않고, 세세하게 신경쓰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그래서 방송이 더 재미없었다는 자기 평가이지, 경영진이 주장하는 허위 사실, 명예 훼손, 함량 미달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 진보 인사들이 비판 받을 점이 있어도 (조합원들이) 일부러 외면한다고 생각하나. 

“글쎄, 아예 (비판 지점을) 모르는 것 같다.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은 피곤하고 힘들다. 반면, 모르면 편하다. 다양한 층위의 사안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닥치고 정치’만 생각한다. 반지성주의다.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나꼼수’로 대변되는 기성 정치 세력이다. 반지성주의의 집단화, 곧 ‘동원 이데올로기’는 누군가에겐 정치적 자산이다. 그들은 또 다른 누군가를 정치적으로 착취하며 세를 불린다. 이걸 깨자고 하면 ‘입진보’라고 비난하면서 ‘9년 동안 뭐하다가 이러느냐’고 비판한다.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풍토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이런 현상이 국민TV에서 더 천박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

- 국민TV가 협동조합 체제라는 점도 이번 사태를 야기한 원인인가.

“후원 구조 체제인 ‘뉴스타파’, ‘프레시안’에서는 이런 일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국민TV가 지닌 태생적 한계는 있다. 김용민씨가 국민TV 출범을 주도했다. 김용민 팬덤이 동력이었다. 나꼼수를 즐겨 듣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순도 높게 모인 조직이다. 태생적 한계다. ‘체면’이란 게 없는 이들이 가장 높은 비율로 모인 집단이다.”

- 국민TV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것과 과거 몸담았던 언론(편집자주 : 성 기자는 참세상과 옥천신문에서도 언론인 생활을 했다)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다른 언론에서 활동할 때는 수용자들의 반지성주의 폐단을 경험하지 않았나?

“대답하기 어렵고 곤란한 질문이다. 내 경험만으로 언론사들을 좋고 나쁘다고 평가할 수도 있어서다. 국민TV도, 참세상도 ‘수용자’는 전체 대중이다. ‘주로 열독하는 근접한 독자들’의 범주는 분명 다르지만, 어쨌든 기사를 세상에 내보낼 때는 전체 대중을 상대로 한다. 때문에 같은 기사를 다른 매체에서 썼다고 수용자 태도가 달라질리는 없다. ‘반지성주의의 폐단’이라고 하니까 너무 엄청나 보이는데,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대처하는 방식은 경험했던 언론사마다 달랐다. 첫 직장이어서 그런가, 참세상 방식이 내겐 제일 좋았는데, 어쨌든 박 터지게 싸워 데스크를 통과한 기사의 모든 후폭풍은 데스크가 감당한다. 데스크는 작성자인 기자와 상의하고 함께 대처했지, 모든 책임을 기자에게 넘기지 않았다. 좋은 선배들이었다.”

▲ 성지훈 전 국민TV 기자가 지난 26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성지훈 전 국민TV 기자가 지난 26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국민TV 조합원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사회 전반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언론은 여전히 엘리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 언론에 반발로 ‘대중의 다중 지성’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이라는 실체도 잘 모르겠다. 나는 대중 아닌가?(웃음). 어쨌든 마이크나 볼펜을 쥔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이게 맞다’고 박 터지게 떠들어야 한다. 그것에 ‘합리적 평가’도 이어져야 한다. 독자들이 ‘나도 기자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권위를 무너뜨린다면 언론은 하향 평준화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해 ‘오피니언 리더’라는 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에나 선도적인 사람은 있으니까. 그걸 고깝게 여기고 아래로 끌어내려고만 하는 건 ‘반지성주의’다. 내가 모르는 걸 알려줄 때 ‘내가 몰랐네, 공부해야지’라는 태도를 보이는 게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언론은 일반이 하기 힘든 복잡한 고민을 해야 하고 수용자들은 그걸 재수 없게 여기면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언론은 돈 받는 일을 하는 만큼 책임감을 더 보여야 한다.”

- 촛불집회 이후 언론 수용자들이 기성 언론 의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보다 비판적으로 수용한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비판적 수용’이라는 알리바이 뒤에서 자의적이고 악의적인 왜곡, 또는 몰이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이용하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비판적 수용이라는 알리바이로 기성 언론을 공격하고 매도한다. 물론 빌미는 기성 언론이 제공했다. 문제는 그걸 너무 단순화시킨다는 거다. 문재인에게 비판적이면 모두 안철수 지지자 내지 적폐라는 식이다. 다양한 층위에 대한 분석과 고민은 없다. 사실 그런 건 매우 어렵다. 내가 기자라고 잘난 척 하는 것 같지만 그런 건 나 같은 햇병아리 기자도 못하는 일이다. 그저 고민하고 떠들고 선배들한텐 깨지고 물먹으면서 경험치를 쌓아야 그나마 뭐라도 조금 할 수 있겠지. 난 이게 직업이니까 그 지난한 과정들을 하는 거다. 그거 하라고 돈 받으니까. 그런데 그 과정 없이 저마다 말을 보탠 장삼이사들의 댓글과 포스팅을 언론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결국 계속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는 거다.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정교하고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네티즌들도 분명 있다. 그런데 ‘그러니 이제 언론은 다 필요없어’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거다. 물론 이 사회에서 문재인 정부나 나꼼수 지지자들이 해내는 몫은 있겠지. 그렇다고 이를 이유로 ‘그러니까 쟤들은 까면 안 돼’라고 성역을 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국민TV도 ‘대안 언론’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언론인데. 

“미디어 플랫폼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가 중요하다. 미디어 툴들이 발전하면서 레거시 미디어 퇴장을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레거시 미디어들이 역할을 해줘야 할 영역이 있다. 수용자들이 손가락질하더라도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반지성주의를 갖고 있다고 폄하할 수 없지만 그런 태도가 ‘대중의 힘’ ‘민중의 힘’ 등으로 포장되고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혹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은 구직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 지난 하반기부터 도통 보지 못한 영화와 드라마를 몰아서 시청하고 있다. 기자 일을 계속 하게 될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매일 매순간 마음이 바뀐다. 현실 문제도 있다. 징계 먹고 잘린 기자를 어느 회사가 예뻐하겠나. 나에게 맞는 일이 뭔지도 근본에서 고민 중이다. 떠들고 보니 내가 엘리트주의에 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반대다. 난 학벌도, 내 지성에도 콤플렉스가 강하다. 그래서 더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박적으로 여긴다. 대중들이 어쩌고 저쩌고, 반지성이 어쩌고 하는 말은 여전히 희망같은 게 있어서다. 애초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그런 실망이나 다툼은 뭐하러 하겠나. 난 우리 모두가 좀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똑똑해지고 싶다. 그러려면 귀찮아도 책을 많이 읽고 피곤해도 계속 싸우고 떠들고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우리가 영장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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