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미터가 아니라 518미터요? 미친거죠”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ㅅ아무개씨는 518미터 높이의 ‘빛의 타워’ 건립 계획을 전해들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용섭 신임 광주시장이 광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5·18 민중항쟁을 상징하는 역사적 조형물로서 518미터 높이의 타워 건립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광주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518미터 빛의 타워는 광주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양향자 후보가 들고 나온 공약이었다. 양 후보는 지난 4월 “센트럴파크를 조성하고 518미터 빛의 타워를 건립하면 광주를 방문할 잠재적 총 관광수요는 20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일명 그랜드비전이라고 불리우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광주를 상징하는 518미터 높이의 건물을 세우면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518미터 빛의 타워는 양향자 후보가 꺼내들기 전 2005년 광주시의원들이 518미터 높이의 민주인권탑을 세우자고 주장했을 때부터 시끄러운 논란 거리였다.

다만 양 후보가 광주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주장했을 때만해도 주목을 받기 위한 카드라고 생각했을 뿐 이용섭 신임시장까지 나서 건립을 검토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광주시는 518미터 건물 건립을 위한 여론 작업에 착수했다. 광주혁신위원회 노경수 도시재생분과위원장은 “원래 당선자가 공약한 내용 중 광주다움 복원의 예시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라며 갑자기 꺼낸 사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광주혁신위원회는 “광주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시민광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부재하고 광주정신을 상징하는 역사적 조형물 설치, 대한민국 광산업 첨단도시를 상징하는 빛의 형상화 차원에서 타워 건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 이용섭 신임 광주시장. 사진=이용섭 시장 블로그
▲ 이용섭 신임 광주시장. 사진=이용섭 시장 블로그
518미터 건물 내부를 무엇으로 채울지 구체적인 복안도 나왔다. 518미터 높이의 층엔 5·18 민중항쟁을 기리는 공간을, 419미터 높이의 층엔 4·19 민주화운동 공간을, 315미터 높이 층엔 3·15 의거 공간을 꾸미는 식이다.

반경 10킬로미터에 도달할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광주 전역에 닿을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해 첨단도시 광주를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냉랭하다 못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ㅅ아무개씨는 “부지는 어디로 마련할 것이며 조망권 문제로 인한 민원은 어떻게 해결할지, 이런 것들을 따져볼 때 전혀 현실성 없이 장난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ㅅ씨는 “예를 들어 5·18 묘지가 있는 망월동에 건립하면 광주 시가지와 떨어져 있어 건물만 달랑 남고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다”며 “언덕배기에 30미터 짜리 사직타워을 세웠을 때도 조망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로 민원이 쏟아지고 골머리를 앓았는데 518미터 건물을 세우겠다는 발상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광주시는 지난 2015년에도 광주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남구에 사직공원 전망타워(34.7미터)를 세웠다. 타워 안에는 매점과 카페, 전시공간, 옥상정원이 설치됐다. 당시 광주시는 “사직공원 전망타워 공사가 완료되면 사직공원 활성화는 물론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돼 광주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지만 랜드마크는 고사하고 도심의 흔한 전망대로 인식됐다. 주변 건물 입주민들은 사생활을 침해당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북구 연제동에 사는 ㅈ아무개씨(51)는 “사직공원은 알아도 사직타워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ㅈ씨는 “서울 사람들이라면 롯데월드 타워 같은 고층빌딩에 돈 들여가며 놀러가겠지만 광주 사람들은 산업도 많이 죽고 해서 앓는 소리 나오는데 비싼 돈 들여서 고층빌딩에 놀러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왜 광주정신을 기리고 상징하는 데 518미터 짜리 건물이 필요한 이유를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유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하지만 광주시가 5·18 민중항쟁을 이용한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난도 거세다. 오히려 광주정신을 기리려면 민중항쟁 당시 사망자 조사와 발포 진상규명을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최후 항쟁지였던 금남로의 옛 전남도청을 위한 보존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광주시민들에게 5·18은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고 치유의 대상인 것이다.

당장 부지 확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555미터의 롯데월드타워의 부지 면적은 260만평에 달하는데 518미터 짜리 건물의 부지를 광주시가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이용섭 시장 체제에서 소위 개발론자들이 주장하는 하드웨어 의미만 있을 뿐”이라며 “타워가 세워지면 광주의 가치가 올라가고 5·18을 기억하느냐. (타워 건립 계획 명분은) 궤변적이고 생뚱맞다. 시민들 정서와 전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랜드마크라는 용어를 붙여서 만들어진 것이 셀 수가 없다”며 “이용섭 시장이 타워를 만들 계획을 세울 게 아니라 광주 시민들의 열망과 염원인 도청 복원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518미터 빛의 타워는 광주의 대표산업인 광(光) 산업의 기술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목적도 있다.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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