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탐 경기 도중 북한 응원단이 남성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응원을 하자 이념 논쟁이 일고 있다.

노컷뉴스가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으로 가면의 정체를 김일성 위원장으로 단정 짓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북한 응원단이 대놓고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네요. 여기를 평양올림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도 논란이 커지자 “현장에 있는 북측 관계자 확인 결과 보도에서 추정한 그런 의미는 전혀 없으며 북측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절대 표현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 의원은 통일부의 반박에도 “북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들어 난처해지니 통일부가 김일성이 아니라고 방어해주고 있다”며 “젊은 김일성 사진을 보고도 김일성 아니라고 할 건가? 헤어 스타일까지 똑같다. 통일부는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고 쉴드칠 것이 아니라 김여정(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논란의 중심은 가면의 정체다. 김일성 주석을 형상화한 가면이라면 북이 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남성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북한 응원단이 쓴 가면이 김일성 주석을 뜻한다면 가면을 바닥에 내려놓는 행위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데 관련 사진도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최고 존엄을 상징하는 물건을 절대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가면을 썼던 장면은 북한 응원단이 ‘휘파람’을 부르고 있었던 때였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미남가면’은 휘파람 노래할 때 남자 역할 대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탈북 가수 김복주씨도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복주씨는 “얼핏 보면 김일성 사진 같이 보이긴 한다. 북에서는 대부분 그리워 하는 얼굴이고, 김일성 시대의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신적인 존재 같은 그 시절에 잘 살았고, 미남형의 얼굴에 속한 김일성을 그리워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절대 저렇게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북한 사람 정서상 신적인 존재다. 저렇게 추상화로 다루는 정서가 절대 아니다”라며 “김일성 사진이라고 한다면 권위를 떨어뜨린 일이다. 정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휘파람의 노랫말은 남자가 여성을 휘파람으로 불러냈다는 내용인데 그래서 미남형의 남자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추정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창단된 평양아리랑예술단 황재희 대표는 “김일성 사진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휘파람 노래가 남녀 사랑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잘생긴 배우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김일성 사진은 가면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만약 가면을 보자기나 비닐에 싸서 잘 보관하고 가슴에서 꺼내는 장면이 포착됐다면 모르겠다”며  “김일성의 사진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나라다. 김일성 사진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억지로 남한 사람끼리의 정치적인 싸움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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