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시작한 이 국민청원은 지난 23일 20만 명을 돌파, 24일 오전 기준으로 21만9000여 명이 서명했다. [▶청와대 청원 바로가기]

최근 미투(MeToo) 운동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이후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단죄 목소리가 높은데 당시 장자연 사건 때도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에 임했으면 사건에 연루된 상당수 권력자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장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장자연 문건’ 등장인물로 지목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관련 의혹 제기자들에게 건 소송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제 검찰도 답변할 때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 故 장자연씨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故 장자연씨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나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통해서 재조사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분들이 더 있다”며 “나는 이 사건이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의 다음 2차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이 돼서 오늘은 청와대를 찾아갔던 국민이 검찰을 통해서 당연히 사건에 대한 해명을 듣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장자연 문건’ 등장인물 중 ‘조선일보 방사장’과 관련해 “문제가 됐던 조선일보 대표는 우리가 관련 서류를 보면서 실제 소환조사가 이뤄졌는지 를 좀 유념해서 봤다”며 “그런데 통상적인 소환조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위 수사 관서에 출석해서 조사한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장소이거나 아니면 서면조사 방식이었던 것 같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고 그야말로 조선일보라는 유력 일간지의 실명이 달린 문제에 진짜 결백하다면 오히려 더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어야 관련된 오해가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년 가까운 소송 끝에 조선일보는 제기한 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항소심까지 패소한 뒤 확정됐다.

검찰이 이종걸 의원을 기소한 사건은 1심 재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조선일보가 모든 소송을 취하해 사건이 종결 처리됐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013년 2월 말 이 의원 재판에 두 차례 증인 출석 명령을 받고도 불응해 3월25일 재차 소환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장자연 사건이란… ‘문건’에 “조선 방사장” 기재 ‘소송전’도 ]

▲ 지난 2009년 3월13일 방송된 KBS ‘뉴스 9’ 장자연 사건 첫 보도
▲ 지난 2009년 3월13일 방송된 KBS ‘뉴스 9’ 장자연 문건 첫 보도
이재정 의원은 당시 가해자들에 대한 고발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9년 전에 조선일보라는 유력 일간지 또는 드라마 PD, 금융사 간부 등이 가진 권력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라며 “장자연이라는 배우가 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주 초라한 사회적 지위라는 것은 지금 우리의 지지를 받는 (미투) 피해자보다 더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추악한 권력의 타락을 온몸으로 막아내고자 했으나 끝내 숨진 고 장자연 양, 미투 운동이 대한민국에서 호응을 얻었던 것도 장자연 양의 숨은 사연 때문이었다”며 “검찰은 미투 운동에 시발이 된 장자연 양 사건에 대해서 여지를 두지 말고 과감하게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는 지난해 12월27일 연대 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 장자연씨가 죽음으로 밝히고 벗어나고자 했던 연예계의 불법적인 성 착취, 성 접대 피해에 초점을 맞춰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며 “대검은 재조사에 대한 결정을 더 미루지 말아야 하며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는 어느 누구도, 어떤 권력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