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1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국 철수 안 할 테니 정부 지원하라는 GM”
국민일보 “‘5심 동체’ 금빛 코리아”
동아일보 “하나돼 달렸다, 모두를 제쳤다”
서울신문 “짜릿한 ‘금빛 레이스’ 모두 울었다”
세계일보 “최강 女 쇼트트랙, 전설은 계속된다”
조선일보 “‘한국 정부 돈 내면 부평·창원은 생존’ GM의 통첩장”
중앙일보 “잘 밀어줬어요 3000m 계주 6번째 금메달”
한겨레 “‘팀이란 이런 것’…여자 쇼트트랙 계주 2연패”
한국일보 “감동은 남았다 이변은 없었다”

군산공장 폐쇄를 밝히는 등 한국에서 철수할 것을 시사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일 한국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종전 50만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GM이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베리 엥글 GM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한국GM 임원진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TF와 간담회를 가졌다. 엥글 사장은 “한국GM 생산량을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신제품이 만들어지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신제품이 투여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차 2종 배정 계획을 밝혔다.

엥글 사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이런 계획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조와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다수 언론은 이를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GM은 한국GM에 빌려준 3조원대 대출금을 주식형태로 출자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군산공장은 폐쇄할 방침이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을 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보지만 직원들은 최대한 정리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며 “한국의 자동차시장 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수십만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유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없었다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의 매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 21일자 경향신문 만평
▲ 21일자 경향신문 만평

미국 GM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최대 1조원 가량의 신규 자금 투입 등 4가지 지원을 요청했다고 동아일보 등이 보도했다. 정부는 4가지 패키지 가운데 재정이 투입되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지난달 정부 부처와 KDB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신규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유상증자 참여,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투지역 지정 등 4가지를 요청했다. GM 요구대로라면 총 1조3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5억8000만달러(약 6179억 원)에 대해 미국 본사가 한국 GM의 공장을 담보로 설정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동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GM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12월 GM에 총 8개 조항으로 구성된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GM은 요구안에 대해 응답없이 두 달 뒤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업을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에게 직접 전한 요구안은 정부 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산업은행은 GM 측에 흑자전환 대책, 자본잠식 해소 방안, GM 본사 대출금 금리 인하, 생산물량 확대, 산은의 감사권 행사 약속, 중장기 경영계획, 산은의 소수주주권 강화안, 분기별 재무 실적 등 8가지를 요청했다.

중앙일보는 “과거 GM은 경영컨설팅과 주주감사권 행사 등 산은의 경영개선 요구나 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GM이 산은 요구를 무시한데는 갈팡질팡했던 한국 정부의 관리 전략도 한몫했다”며 “2012년 GM은 산은이 보유한 17%의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했지만 당시 산은은 한국GM 철수 가능성 등을 들어 GM 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안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한국GM의 산은 지분을 2018년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금 지원 전에 자금회수장치를 둬야 한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담보를 확보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 21일자 조선일보 사진기사
▲ 21일자 조선일보 사진기사

한국GM 노동조합은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해 글로벌GM을 상대로 차입금 출자전환과 생산 물량 확대 등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 정부를 향해 글로벌GM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GM이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고 구체적인 자구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주장한 자구 노력이란 내외국인 임원 축소와 3조원 규모의 차입금 출자전환, 신차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확약, 내수와 수출 생산 물량 확대, 미래형 자동차 국내 개발과 생산 약속 등이다.

노조는 GM과 정부에 대한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는 GM공장이 폐쇄되는 군산 지역을 ‘고용 위기 지역’으로 예고했고,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한국GM 노조에 대한 비판으로 사설을 채웠다. 사설에서 GM 측이 한국 정부에게 15만 명의 대량 실업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압박했고, GM의 요구가 세금감면·자금 지원을 합쳐 10억 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원칙적으로 외국 사기업이 경영 실패로 철수하겠다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기에 국민 세금을 넣어 연명시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며 “하지만 대량 실업이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충격이라는 현실 문제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국민이 세금을 지원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기업 자체가 회생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업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거액 적자로 망해가는 회사에서 세계 최고 임금을 받고 1000만원 성과급까지 챙겨온 노조가 철밥통을 버려야 한다”며 “이 비용구조로 한국GM이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데도 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공은 노조에게 달렸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하면 GM이 한국민을 속이려는 것인지 아닌지는 자연스레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정말 시급한 것은 노조 철밥통을 깨 기업 경쟁력을 살리는 일, 그것 없이는 세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기사에서도 호주에서는 노조 등쌀에 포드 등 3사가 철수했다며 고용안정성 저하를 주장했다. 이 신문은 “대부분 사례에서 노조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생사가 갈렸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경제논리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사설에서 “GM 회생의 첫 시금석은 현재 진행 중인 노사 간의 원만한 임단협 타결”이라며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단계에서 칼자루를 쥔 쪽은 GM, 정부와의 협상이 단시간 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진전’은 노조의 현명한 대처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어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도 5년 연속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에서 보듯 극단적인 투쟁은 상황을 어렵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정치권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며 “정치 논리로 경제 논리를 왜곡시켜 버리면 문제는 더 꼬여 버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고, 정부도 냉철한 자세로 GM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권의 적절한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군산지역은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이번 자동차 공장 폐쇄로 최악의 상태에 놓인 만큼 지역 경제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정부로부터 원하는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GM이 떠날 가능성도 남았고, 호주에서 그런 전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한국GM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 아래 천수답 생산체제에 놓인 것을 지적했다. GM이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군산공장 가동률이 감소했고, 한국GM의 생산물량은 4년 전 연간 80여만 대에서 지난해 말 50만대로 준 것이다.

이 신문은 김동연 부총리가 “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당연한 얘기”라며 “단순히 신차 배정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산체제가 만들어져야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 21일자 한겨레 4면 기사
▲ 21일자 한겨레 4면 기사

한겨레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사설을 통해 “‘정상화 의지’라는 말로만 해서는 믿음을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중장기 투자 계획과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엄밀한 경영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GM은 산은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GM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2월말 협상 시한’부터 철회해야 한다”며 “경영 실사를 하고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노조가 GM 본사의 자구책을 전제로 ‘고통분담’을 약속한 만큼 “결국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GM의 진정성 있는 경영 정상화 방안 제시”라며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이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군산 르포 기사를 통해 전북 군산시 일대 주민들의 고통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회사는 3월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데 10년차 40대인 한 노동자는 퇴직 신청할 경우 1억원 가량의 위로금을 받는데 자영업을 꾸릴 밑천으로는 부족한 돈이며 은행 빚을 갚으면 빈털터리가 된다. 그는 “GM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만 살리고 군산공장을 버린다고 하는데 고통을 분담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군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군산공장 관련 근무자가 1만3000여명, 가족까지 합하면 5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군산 전체 인구 27만여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