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인구는 2565만6000명으로 총 인구의 49.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뉴스에 등장하는 기자들의 남녀비율은 다르다. 미디어오늘이 7월2일부터 7월13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10일간 KBS·JTBC·SBS·MBC 메인뉴스 리포트 1024건의 바이라인을 확인한 결과 남성기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196건 중 여성기자 리포트는 62건, 남성기자 리포트 134건으로 여성 비율이 31.6%로 나타났으며 SBS ‘8뉴스’ 리포트 275건 중 여성기자 리포트는 87건, 남성기자 리포트는 188건으로 역시 여성 비율이 31.6%로 나타났다. KBS ‘뉴스9’ 리포트 247건 중 여성기자 리포트는 93건, 남성기자 리포트는 154건으로 여성 비율이 37.6%였으며 JTBC ‘뉴스룸’은 리포트 306건 중 여성기자 리포트가 119건, 남성기자 리포트가 190건으로 여성 비율이 38.9%로 나타났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방송4사의 1024개 리포트 중 여성기자 리포트는 361건 35.3%, 남성 기자 리포트는 663건으로 64.7%였다. 메인뉴스에서 여성기자 비율은 JTBC>KBS>SBS·MBC순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주요 이슈를 보도하는 첫 10개 리포트 10일치 100건을 따로 확인해본 결과에서도 JTBC 40%, KBS 39%, MBC 33%, SBS 30%로 4사 평균 35.5%를 나타냈다. 이는 전체 리포트 평균 비율과 유사했다.

이 같은 리포트 비율은 방송사 내 여성기자의 비율과 무관치 않다. 2017년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언론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기자직군은 3만647명이고, 이 중 여성은 8707명으로 28.4%, 남성은 2만1940명으로 71.6%를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역시 편집국 여성비율은 41.2%로 절반 이하다.

방송기자연합회 7·8월호에 따르면 SBS 여성 기자 비율은 보도국 전체 구성원의 약 18%이며 공영방송 KBS의 보도국 여성 비율 또한 약 25%에 불과하다. 나연수 YTN기자는 해당 호에 실은 기고글에서 “현재 YTN 10년차 이하 취재·카메라 기자는 남자 39명, 여자 14명으로 남기자가 여기자보다 2.78배 이상 많다”고 전한 뒤 “현재 보도국 보직 간부 중 여성 부장은 1명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팀장 이상 여성 보직자의 비율은 KBS 18.3%, MBC 10.2%, SBS 9.5%, YTN 6.8%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나연수 기자는 “국제부장, 나아가 국회반장, 법조팀장, 지검반장, 사건데스크, 사건팀장(캡) 자리에 여기자가 앉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라디오 텔레비전 디지털 뉴스 협회(RTDNA)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방송사 보도국 인력이 44.2%가 여성이고, 방송사 보도국장들 가운데 1/3이 여성이다. 특히 상위 25위 이내의 대도시 소재 방송국의 여성 보도국장 비율은 45% 수준이다.

노유진 SBS기자 또한 해당호 기고글에서 “남성적 시각이 지배적인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 뉴스가 보여주는 사회를 현실로 인식하고, 남성 중심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기사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남성지배적인 프레임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7월2일부터 7월13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10일간 KBS·JTBC·SBS·MBC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 7월2일부터 7월13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10일간 KBS·JTBC·SBS·MBC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물론 변화의 싹은 있다. 최근 KBS에선 사상 최초로 서울지방경찰청 첫 여성캡이 등장했다. MBC에선 여성 바이스가 등장했다. 이와 관련 노윤정 KBS기자는 해당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사회부도 여성 성비가 어느 정도 맞춰져야 각 성별의 시각에서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한국방송학회에 의뢰해 확인한 미디어의 성차별 실태 모니터링에 따르면 38개 시사프로그램의 출연자 중 여성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오프닝 멘트의 65.2%는 남성앵커가 담당했다. 뉴스 인터뷰 대상자 간 성비 불균형도 나타났는데 인터뷰 대상자 10명 중 7명은 남성이었다. 기자 바이라인의 성비와 유사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BBC ‘아웃사이드소스’가 소개한 ‘50:50’ 프로젝트는 의미심장하다. 해당 프로젝트는 바이라인, 사진, 디지털 동영상 주인공 등 측정가능한 모든 걸 측정해 일간 대시보드를 운영했다. 그 결과 메인 페이지의 경우 여성 비율이 시행 2개월 만에 35%에서 50%로 증가했다. 그는 “50대50을 위한 데이터의 시각화가 변화의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힌 뒤 “50대50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5%라는 숫자는 물론 부족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거라고 본다. 특히 주요기사 보도 비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는 것은 최소한 과거 이른바 ‘정경사’라고 하는 뉴스의 주요 영역이 남성에 의해 독점되다시피 하던 구조에 의미 있는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비율도 비율이지만 여성기자가 다루고 있는 분야가 어떤 것인가도 중요하다”며 “(여기자의) 출입처나 취재 분야를 한정해서 배치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은 교수는 또한 “현재 보도국 내 여성 기자 비율은 피라미드 구조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현저히 적어진다. 이는 뉴스 아이템 선정이나 내용 등에서 여성 기자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얘기”라고 전한 뒤 “여성의 관점은 단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기보다 남성 중심의 주류적 세계관에 도전하는 소수자의 관점을 의미한다”며 “다양하고 실험적인 도전이 여성 기자와 간부들에게서 시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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