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시작하기 전 임종석 청와대 실장에게 미투운동과 관련해 돌출 발언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오찬 회동을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던 중 “안희정이 그렇게 되냐, 무섭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특히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안희정을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던데”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2차 가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폭로의 방식을 택해 가해자들 행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 취지를 생각하면 이 같은 발언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특히 홍 대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폭로 이후 ‘진보진영에서 더 많이 폭로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미투운동을 진영싸움의 도구로 내세워 정권을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특정해 마치 안희정 전 지사의 폭로를 기획했다고 몰아세우는 듯한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운동을 선언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보다는 정치적 공세의 소재로 삼으면서 연일 관련 발언을 내놓고 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가 이날 대북특사단 보고를 받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에서 내놓은 미투 관련 발언은 충분히 파장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홍 대표 발언은 짧으면서도 농담조로도 볼 수 있지만 미투운동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리 간단치 않다.

안희정 전 지사에 이어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된 이후 추가 명단까지 암암리에 돌고 확인되지 않은 배후설까지 나오고 있다. 임종석 실장이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폭로를 기획했다고 농담조로 흘리는 발언은 미확인 정권암투설을 확산시키면서 문재인 정부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투운동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해 터닝포인트로 삼고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홍 대표가 작정을 하고 청와대 회동 전 발언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정당 대표의 모두발언이 나온 지 2시간이 넘는 동안 풀 취재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렸는데 홍 대표 돌출발언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사전 환담 때 나온 홍 대표 발언에 대한 심각성을 청와대에서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환담 내용에 대해 풀 취재 기자가 질문하고 참석자가 답한 게 아니라며 참고용이라고 공지했다.

환담이 시작되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낙관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가면 좋을지 우리 대표님들께서 고견들 많이 말씀들 해주고 지혜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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