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문재인 대통령 포항여고 방문 당시 학생들과의 대화 장면을 교묘히 편집해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진 발생 일주일 만에 포항 지역을 방문했다. 첫 방문지는 포항여고. 지진 여파를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 시킨 정부의 이례적인 조치가 있었던 것을 감안한 행보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포항여고 건물 균열로 교실을 옮긴 3학년 9반과 10반이 모여 있는 교실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TV조선이 문 대통령과 학생들의 대화를 왜곡해 보도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금 대화 장면이 주목받고 있다.

TV조선 온라인 콘텐츠 화면(씨브라더)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어제 수능 시험들은 잘 치렀어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웃기 시작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소 실력만큼은 쳤다. 그런 분은 얼마나 돼요”라고 묻자 학생들을 비춘 화면에는 일순 정적이 흐르고 “그런 건 묻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뜬다.

▲ TV조선 방송 화면.
▲ TV조선 온라인 콘텐츠 화면.

하지만 당시 상황은 TV조선 화면과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SBS 스브스 방송 화면을 보면, 문 대통령이 “평소 실력만큼은 쳤다. 그런 분은 얼마나 되요”라고 묻자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와 함께 “많아요, 많아요”라고 하며 손을 번쩍 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TV조선 화면은 문 대통령이 포항여고를 방문해 물었던 질문에 학생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한 것을 보여준 내용이었지만 실제와 달랐던 것이다.

관련 내용은 청와대 풀 기자단의 취재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풀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의 취재 초안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대통령 : 3-9, 10반은 학교 내에서 이재민이라면서요?

학생 : ㅎㅎㅎ(웃음)

대통령 : 원래 교실 못 들어와서 이리로 대피해 있는 거죠?

학생 : 네

대통령 : 어제 수능 잘 치렀어요?

학생 : 네(ㅎㅎㅎㅎ)

대통령 : 정답 다 맞춰봤죠?

학생 : ㅎ (네)

대통령 : 집에서 다 맞춰봤죠?

학생 : 네.

대통령 : 평소 실력만큼은 쳤다. 그런 분 얼마나 돼요? 다 평소실력보다 못친 것 같아.

학생 : 아니에요.

대통령 : 평소 실력보다 더 잘 친 사람 손 들어봐요.

학생 : ㅎㅎ(학생들 손 들고 웃고 대통령 물개박수)

대통령 : 원래 평소실력보다 이렇게 못 치는 것이 정상이에요. 워낙 중요한 시험이고 긴장되니까 늘 우리 사는 게 그렇죠.

‘시험을 잘 쳤느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학생들이 침묵한 순간은 잠깐 있었지만 재차 질문했을 때 손을 들며 박수를 치고 호응한 것은 분명하다.

TV조선 화면과 SBS 화면을 비교해 TV조선이 교묘히 뉴스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가짜로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용민 평론가도 “(TV조선이)사실을 얘기한 것 같지만 편집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TV조선 디지털뉴스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첫 질문으로 ‘평소 실력만큼은 쳤다 그런 분 얼마나 돼요?’라고 묻자 여러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작게 웅성웅성 거리며 즉답을 못했다. 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그런 것 묻지 마세요’라는 자막으로 처리해 재미적인 요소를 더한 것”이라며 “해당 영상콘텐츠 내용의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포항여고 학생들을 격려하러 간 자리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구성하고자 한 취지로 제작된 것이다. 제목도 ‘엑소보다 문재인’으로 작성한 만큼, 당시 문 대통령을 반기며 환호하는 아이들의 분위기를 주로 해서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해명했다.

[기사 보강 : 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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