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숨졌다는 건 그냥 실수라고 치자. 대통령이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몇 차례 데스킹을 거쳤을 텐데 보좌진들 중에 아무도 이런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게 더 심각하다.

“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첫 문장부터 박 대통령의 참담한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1945년 8월16일 광복을 맞았으니 71주년인 건 맞다. 그러나 건국 68주년이라는 건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부르는 보수 진영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 대한민국이 1948년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미 1919년에 건립됐다는 의미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설립된 4월13일과 임시정부가 통합된 9월11일을 지지하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대한민국의 기원이 1919년이라는 건 국민 대부분이 공유하는 상식이다. 굳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고집하는 건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이다. 

임시정부가 정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를 국가가 없었던 시대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해방 이후에도 정부 수립까지 3년 동안 대한민국은 국가의 실체가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1948년에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면 한국은 100년도 안 되는 신생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별도로 건국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역시 분단된 국가가 아니라 애초에 대한민국과 무관한 나라가 된다.

▲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로 만든 단어 구름. '과거'는 1번, '미래'는 8번, '북한'은 10번 나온다.
건국절 논란이 시작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다. 정부수립 60주년이 건국 60주년으로 포장됐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국경일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역사 왜곡 논란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48년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싶은 세력들의 평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 이틀 전인 13일 청와대에서 독립유공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열린 오찬에서 김영관옹의 발언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광복군 출신의 올해 아흔두 살의 김옹은 대통령의 면전에서 마이크를 잡고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김옹은 또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 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란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별히 대답을 하지 않고 말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설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는 사실이다. “과거”라는 단어는 단 한 번 썼지만 “미래”라는 단어는 10번이나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뭉개고 지나갔을 뿐이다.

오히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은 뜬금없는 ‘국뽕’ 발언으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대목은 ‘헬조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며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배려와 포용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나가고, 모두가 스스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콩 한 쪽도 나누며 이겨내라는 말은 며칠 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청와대에 불러서 송로버섯과 캐비어를 곁들인 초호화 만찬을 즐겼다는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도무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말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어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그녀의 부왕께서는 ‘유언비어’를 다스리려 했는데 그녀는 이 거룩한 국정 이념을 이어받아서 인제 신조어까지 다스릴 생각”이라면서 “젊은이들에게 ‘이 신조어를 쓰지 말라’ 훈화 두시는 게 너무나 창조적이라서 참기가 힘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요즘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립됐으므로 그날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헌법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헌 헌법도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고 제헌 헌법으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밝혔다”면서 “우리가 한반도 유일의 정통성 있는 정부임을 자부할 근거가 여기에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연설을 비판했다.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북한 얘기는 많이 해도 일본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는군요.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러는 거겠죠. 가장 심한 것은 부자들의 기득권을 열심히 지켜주는 분이 대체 누구에게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 대목이죠. 그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 일본 언론의 반응도 눈길을 끈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박 대통령은 매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일본 측에 조기 해결을 촉구해 왔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박근혜 정부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연설에서 어떻게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의 해방 71주년 및 건국 97주년 연설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첫째, 건국절은 광복절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일부 보수 진영의 주장이다. 기본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 광복절 아침에 위안부는 언급도 없고 사드만 강조했다. 북한을 비판하면서 정작 일본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건가?
셋째, 과거는 묻지 않고 미래만 강조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  
넷째, ‘할 수 있다’는 정신이면 헬조선을 극복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은 절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콩 한 쪽도 나누면서 이겨내라고?
다섯째,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역에서 의거를 일으켰지만 체포된 뒤 뤼순 감옥에서 돌아가셨다.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 연설에서 해서는 안 될 실수였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와 북한 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이 광복의 역사를 만들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룬 것은 결코 우연히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민통치 36년의 고통과 설움의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은 가혹한 수탈에도 광복의 희망을 잃지 않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안 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윤봉길 의사께서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강인한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하였다'는 결사의 각오를 전하셨습니다.

두려운 죽음 앞에서도 애국 열사들이 그토록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국의 광복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이념과 종교, 신분과 계층, 세대와 지역의 차이를 넘어온 민족이 하나로 뭉쳐 불굴의 투지로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광복을 되찾아 대한민국을 건국한 선각자들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경쟁과 창의를 촉진하는 나라의 기초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 혼과 얼을 이어받아 자손만대가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존 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취임 후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이뤄낸 오늘의 대한민국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자동차, 철강, 선박 같은 전통산업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제품에 이르기까지, 메이드인 코리아는 가장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 중 하나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는 세계인이 열광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문화 중심지 파리에서는 빗속에서도 한국의 K-POP과 우리 문화를 만나기 위한 유럽 각국 젊은이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를 비롯한 많은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발전 모델로 삼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 세기 전, 우리는 헤이그에서 밀서를 품고 이리저리 뛰어도 호소할 곳조차 찾을 수 없었던 약소국이었지만, 지금은 G20의 일원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직접 참여하며 국제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반세기 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에서 지금은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규모 6위의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혁신지수 세계 1위 국가로 평가받고 있고, 국가 신용등급은 프랑스, 영국과 같은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이러한 기적을 일궈내기까지 우리의 선조들은 가난 속에서도 모든 것을 바쳐 자식들을 교육시켰고, 부모님들은 머나먼 이국땅 캄캄한 지하갱도에서, 밀림의 전쟁터에서, 그리고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피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걸어 온 길과 우리가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세계가 따르고 배우고자 하는 길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저력이자 자랑스러운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법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고, 대외 경쟁력까지 실추되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불신과 불타협,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들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일도 가중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고, 갖은 고통과 시련을 온 국민이 함께 참고 지키며 발전시켜 온 소중한 우리의 조국입니다.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묶어버리고,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게 할 뿐입니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본도, 자원도, 기술도 없던 시절에도 맨주먹으로 일어섰던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까지 가지고 있는 지금 못해 낼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습니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배려와 포용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나가고,

모두가 스스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신념과 긍지를 토대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변화와 개혁의 과제를 완수해 내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도약의 미래로 나아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글로벌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변화와 개혁을 통해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 간다면,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바탕으로,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왔습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규제개혁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 재도약의 발판도 마련하였습니다.

지금 곳곳에서 조금씩 결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더욱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신산업 창출과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산업 창출은 곧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지금, 기업들이 신산업 진출을 두려워하여 머뭇거린다면 경제의 역동적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산업구조의 새 판을 짜는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 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수준의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신산업 창출에 나서도록 할 것입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은 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까지도 언제나 새로운 도전에 주저 없이 나설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생태계를 확실하게 바꿔 나갈 것입니다.

3차 산업혁명 시기까지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를 따라하는 추격자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전 세계가 과거에 없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어야 하고, 우리가 노력하면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창조경제 전략이야말로 우리경제를 세계경제의 선도국가로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서, 청년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무대까지 용기있게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갈 것입니다.

또한, 교육이 진정한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꿈과 끼를 길러주는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스펙이 아닌 개개인의 역량이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치관과 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재능을 찾아내어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선도국가의 꿈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국민과 정치권, 노동자와 기업인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국가경제가 살아나도록 나서주셔야 합니다.

기업인 여러분,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한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저력을 믿고,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기와 좌절을 몰랐던 불굴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이뤄냅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보다 성숙한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공멸의 나락으로 함께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노동개혁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입니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경제의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국가 생존의 과제입니다.

기업주는 어려운 근로자의 형편을 헤아려 일자리를 지키는 데 보다 힘을 쏟아주시고, 대기업 노조를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근로자들께서는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고 노동개혁의 물꼬를 트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진정한 광복은 8천만 민족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더 이상 이산의 아픔과 고통이 없는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이라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 전쟁의 공포를 걷어내야만 합니다.

이 땅의 평화는 물론,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사드 배치 역시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였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이런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북한 당국에 촉구합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도발 위협을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우리 국민을 위협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면 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경제난만 가중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인류의 보편가치를 존중하고 국제적 의무와 규범을 준수하는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려는 시대착오적인 통일전선 차원의 시도도 멈추기 바랍니다.

북한 당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온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의 국제정세, 특히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 변화는 우리에게 엄중한 대응 자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의 전략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 결집이 절실합니다.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합니다.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의 주역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능동적이고 호혜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이고도 창의적인 사고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며, 71주년을 맞는 광복의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미래를 확신하면서, 세계가 말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도전과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며, 새로운 도약과 평화 통일의 시대로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손기정 선수는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눈물의 월계관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 브라질 리우에서는 태극기를 가슴에 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일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 선수들은 모두가 포기한 순간에도 스스로를 믿고 포기하지 않았고, 세계가 감동하는 기적의 승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역전의 드라마야말로, '불가능은 없다'는 우리 한민족의 불굴의 DNA를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슴에 품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간다면, 지금 우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먼 훗날 또 한 번의 위대한 여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위대한 '대한국인(大韓國人)'임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힘을 합쳐 희망찬 미래로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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