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과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지난 28일자 KBS 단독 보도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삭제되는 등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해당 기사를 쓴 청와대 출입 정아연 KBS 기자는 “오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BS ‘뉴스9’은 이날 “최태원, 문 대통령 독대… ‘UAE 사업 SOS’” 제하의 리포트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한 최태원 SK 회장을 이달 초 청와대에서 독대했다고 청와대와 재계의 복수 소식통들이 전했다”며 “최 회장은 아랍에미리트 측에서 SK 계열사들과 체결한 원유 채굴권 등 2조 원대 사업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어 “소식통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했던 각종 사업과 국방 협력 등을 현 정부가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며 “아랍에미리트측이 이 같은 기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보복으로 비화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난 9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특사로 급파됐다”는 이야기다. 기사에서 취재원은 ‘청와대와 재계의 복수 소식통들’이다.

▲ KBS ‘뉴스9’은 28일 “최태원, 문 대통령 독대… ‘UAE 사업 SOS’” 제하의 리포트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한 최태원 SK 회장을 이 달 초 청와대에서 독대했다고  청와대와 재계의 복수 소식통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KBS ‘뉴스9’은 28일 “최태원, 문 대통령 독대… ‘UAE 사업 SOS’” 제하의 리포트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한 최태원 SK 회장을 이 달 초 청와대에서 독대했다고 청와대와 재계의 복수 소식통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보도 직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SK 최태원 회장이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KBS 기사는 오보”라며 “문 대통령은 기업 대표나 오너 누구와도 독대한 사실이 없다. 정정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일부 방송 뉴스에 언급된 단독 면담 사실은 없으며, UAE 관련 사업 지원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와 SK그룹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자 KBS 보도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세졌다. 이후 KBS 측은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에서 해당 기사를 내렸다. 기사가 내려지자 ‘오보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KBS 통합뉴스룸(옛 보도국)은 29일 미디어오늘에 “보도 이후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취재부서와의 협의를 거쳐 일단 기사를 내렸다”며 “이전에도 해당 부서와 협의해 1차적으로 기사를 내리고 추후 대처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 기자는 같은 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기자는 다음 날인 29일에도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과 관련해 “SK 한 계열사의 경우 10조 원 규모의 정유 시설 건설 계약이 백지화될 위기까지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때문에 이달 초 SK 최태원 회장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최 회장 독대 보도와 관련해선 “청와대는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막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독대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며 29일자 리포트에 청와대 해명을 덧붙였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자 KBS 보도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임종석 비서실장이 SK 최태원 회장을 청와대 외부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나 두 사람의 만남과 임 실장의 UAE 방문은 별개임을 알려 드린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과 최 회장의 독대 보도에 정정을 요구하는 등 완고한 모습을 보였던 청와대도 29일자 KBS 보도에 대해선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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