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은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을 어떻게 영입했을까. 무엇보다, 왜 영입했을까. 홍 회장이 지난해 12월 출간한 자신의 책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쌤앤파커스)에서 손 사장 영입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손석희 사장 영입과정을 전하며 “좀 거창하지만, 손사장의 영입을 <삼국지>의 삼고초려 고사에 비유하고 싶다”고 적었다.

책의 한 대목이다.

“JTBC를 개국할 때 방송의 색깔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열린 보수를 지향하며 진보적 성향의 글들이 많이 실리기도 하지만 중앙일보의 색깔은 보수에 더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같은 그룹에 있으니 방송도 같은 노선을 취해야 할까요? 저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고의 인재와 함께 가는 방송이 되자’를 먼저 생각했습니다.”(179P)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중앙일보
홍 회장은 이 책에서 ‘최고의 인재’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JTBC 간판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사장에 대한 영입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적었다. 홍 회장은 “손 사장이라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보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적었다.

홍 회장은 손 사장 영입 당시 심경을 “천하의 인재를 찾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찾았던 유비의 심정과 비유하고 싶다”라는 문장으로 전했다. 홍 회장은 두 번에 걸쳐 영입을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홍 회장은 “보수로 알려진 중앙일보의 심장부로 들어온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고 술회했다.

홍 회장은 “거기서 그만두었으면 JTBC 메인뉴스는 다른 사람이 다른 색깔로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왠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제법 차갑던 어느 날 자연스레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먼발치에서 보던 대로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술잔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 분위기가 무르익다 보니 방송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저는 한 번 더 간청해보았습니다. 한참 생각하던 손 사장이 그럽디다. 모든 걸 믿고 맡겨달라고.” (180P)

홍 회장은 “손 사장을 영입하면 그에게 보도에 관한 권한 일체를 맡기고 참견하지 않을 작정이었다”며 “그렇게 우리는 손을 잡았다”고 적었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홍 회장은 현재 JTBC뉴스를 두고 “예상대로 그는 잘해주고 있다. 아니,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서 젊은 청년들에게 종편에 대하여 안 좋았던 인상까지 바꾸어놓고 있다. 가장 큰 권력과 맞설 때도 흔들림이 없다”고 호평했다. 이어 손석희 사장과 JTBC뉴스의 힘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진실보도, 그 자체에 있다”고 밝혔다. JTBC ‘뉴스룸’은 1월 현재 동시간대 지상파 메인뉴스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KBS보다 월등히 높은 시청자 뉴스선호도(한국갤럽)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홍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논조충돌’까지 각오하며 왜 손석희를 영입했을까. 홍 회장은 자신의 책에서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그게 제가 JTBC를 시작하며 줄곧 생각해온 바”라고 적었다. 그는 여기서 ‘제대로 한다’는 의미가 “이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는 방송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으며 “사회발전에 일조하는 방송, 사회 구성원과 호흡하며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가는 방송은 처음 동양방송(TBC)를 만드셨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회장과 선친(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뜻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홍 회장의 전략은 성공했다. 지금껏 중앙일보로는 조선일보의 의제선점능력을 압도할 수 없었던 홍 회장은 JTBC를 통해 자사 미디어그룹의 정치적 외연을 확대하며 비로소 조선미디어그룹을 앞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홍석현과 손석희’의 기묘한 공생관계는 손석희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앙미디어그룹의 전략과 MBC가 무너진 뒤 시민사회를 위해 또 다른 공정방송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손석희의 목표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관련기사=홍석현은 JTBC · 중앙일보의 날개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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