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 윤정호 TV조선 앵커가 6·13 지방선거 직후 방송에서 여당이 압승한 선거결과에 “참 끔찍하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2일 발표한 ‘종편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윤 앵커는 지난달 14일 자신이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서 전국 시도지사 선거결과 지도를 놓고 “예, 그림 한 번 보시면 참 끔찍하죠. 어떤 의미에서는”이라고 말했다.

▲ 윤정호 TV조선 앵커. 사진=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 윤정호 TV조선 앵커. 사진=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실제 TV조선 영상을 보면 윤 앵커의 ‘황당’ 발언에 패널들은 일시 침묵을 지켰다. 말문이 막힌 듯 김종래 충남대 특임교수,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유창선 평론가 등 방송 출연자들은 5초 간 입을 닫았고 이현종 위원이 “그러니까 지금 보면 사실은 TK 지역, 즉 대구·경북를 제외하고 민주당 지역이 됐다”고 운을 떼면서 방송이 다시 이어졌다.

민언련은 보고서에서 “자유한국당에 빙의한 듯한 윤 앵커의 편파적 발언이 방송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며 “윤 앵커는 ‘어떤 의미에서는’이라고 말했지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았고 설명했다 해도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분석하고 그 결과로부터 도출되는 정계 변화나 난맥상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민심 자체가 ‘끔찍’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윤정호 TV조선 앵커(왼쪽)와 김미선 앵커가 지난 4월25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반대 피켓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윤정호 TV조선 앵커(왼쪽)와 김미선 앵커가 지난 4월25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반대 피켓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5일 윤 앵커 발언에 ‘의견 진술’을 청취하기로 의결했다. 의견 진술은 방송사 재승인 심사 등에 벌점이 부과되는 ‘법정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풍계리 취재 외신기자들에게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TV조선 보도는 지난 9일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윤 앵커는 13일 오후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전체 방송을 보면 발언 취지와 맥락이 이해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방송을 직접 모니터한 이봉우 민언련 활동가는 “TV조선이 보통 실수하면 자체 정정이나 사과를 하는 편인데 윤 앵커는 정정이나 사과하지 않았다”며 “발언 취지나 그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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