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뇌물수수, 350억원 횡령, 수십억원 조세포탈 등 20개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 동안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15일 오전 귀가했다. 

전날 조사를 받기에 앞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A4 용지에 준비해 온 입장문을 꺼내들어 국민에 대한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마지막 문장은 읽지 않았고, 검찰조사에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에는 이 전 대통령 사진이 모두 실렸다.

경향신문 “법 앞에 선 이명박 “국민에 죄송” 혐의는 부인”
국민일보 ““죄송…” 퇴임 1844일 만에 檢 앞에 선 MB”
동아일보 ““참담, 죄송” 10여개 혐의는 모두 부인”
서울신문 “모른다, 아니다… MB ‘발뺌 14시간’”
세계일보 “MB “국민께 죄송… 역사에 마지막이 되길””
조선일보 “1년새 전직 대통령 2명 구속되나”
중앙일보 “MB “역사에서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한겨레 “MB, 모든 것 잡아뗐다”
한국일보 “‘강성·충성’ 트럼프 안보팀, 北 압박 거세진다”


한겨레는 지난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다스 등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던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검찰이 이 전 대통령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17억5천만원)은 물론 삼성(60억여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4억원) 등으로부터 10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와 다스 회삿돈 횡령(350억여원), 조세포탈(수십억원) 혐의 등을 입증할 구체적 물증과 진술이 어느 수사 때보다 탄탄하게 준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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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_경향신문_아들·부인·사위·형·조카… 전 대통령 중 비리 연루 가족 '최다'_종합 04면.jpg

한겨레는 “MB 뇌물이 박근혜보다 죄질 나쁜 3가지 이유”로 ①대가 관계가 선명한 단순 뇌물 ②자기 개인 위한 직접 수수 뇌물 ③친족·측근 대거 동원한 문어발식 뇌물 수수 등을 들었다.

경향신문은 “아들·부인·사위·형·조카…전 대통령 중 비리 연루 가족 ‘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 사건은 ‘가족게이트’”라고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앞서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번처럼 많은 가족들이 대통령의 혐의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적은 없었다”며 “이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가족들과 조직적으로 공모해 범행이 이뤄진 최초의 대통령 게이트로 기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이 전 대통령 기소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구속 수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중대범죄인 뇌물로 의심하고 있는 불법자금 수수액이 100억원을 웃돌고 있어 형사 원칙으로는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혐의와 관련된 ‘MB 측근’들이 모두 구속됐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한국일보는 “수사팀 내부에서도 ‘법과 원칙대로’ 사건 처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들 언론은 사설에서 이 전 대통령의 반성 없는 태도를 지적하며, 초유의 뇌물수수 사례에 대해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이 전 대통령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생각은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를 기대했던 주권자들은 또 한 번 배신당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옛 참모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고 있는데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이번과 같은 노골적 뇌물수수 사례는 초유의 일이다. 검찰은 지체하지 말고 신속히 법과 정의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지금의 검찰 수사는 정치보복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등은 단순히 ‘개인 비리’의 차원이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범죄의 경중에 따라 죗값을 치르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20180315_조선일보_검찰, 심야까지 추궁… MB _나와 무관한 일_ 혐의 대부분 부인_사회 03면.jpg

보수언론은 상대적으로 ‘5번째 전직 대통령 소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등에 집중하는 한편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심야까지 추궁… MB "나와 무관한 일" 혐의 대부분 부인” 기사에서 앞서 구속된 전직 대통령 사례들을 분석했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전직 대통령 구속은 검찰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검찰이 2009년 뇌물 수수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한 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23일 동안 구속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조중동’ 사설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정치 보복’이라 했던 이 전 대통령 주장을 언급하는가 하면, 검찰을 향해 구속수사의 ‘신중함’을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정권과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반년 이상 탈탈 털었다고 보는 국민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이) 1월 17일 낸 성명에선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며 “(MB 수사는) 사람을 먼저 표적으로 삼고 혐의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정상적으로 집권하고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또 검찰 조사를 받게 돼 더 안타깝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까지 수의에 수갑을 차고 구치소와 검찰 법원을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인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서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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