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성비서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두고 강용석 변호사가 백악관 사진과 흡사하다며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 22일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이 백악관에서 공개한 사진과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쇼라고 비난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영문 연설집에 서명을 하고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 엄규숙 여성가족비서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이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여성비서관들과 오찬을 하고 여성 관련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여성 비서관들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서명을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 공개되고 난 후 탈권위적인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호응을 얻었다. 

다른 한편으론 이미지를 위한 쇼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특히 강용석 변호사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의 유족들과 찍은 사진이라며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의 구도와 비슷한 사진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청와대가 백악관을 따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의 반박에 따라 거짓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SNS 계정 사진 공개 시간이 백악관 사진 공개 시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강 변호사가 제시한 백악관 사진보다 더 일찍 청와대 사진이 공개됐다는 ‘팩트’를 들어 반박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강용석 변호사는 또다른 백악관 사진을 제시하며 청와대가 쇼를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강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가 원래 베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은 2018. 4. 11. 트럼프가 온라인상의 인신매매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찍은 사진”이라며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강 변호사는 관련 사진에 대해 인신매매 반대 법안을 추진한 단체 관련 여성들과 인신매매로 인해 살해된 자녀의 어머니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관련 법안에 서명하는 것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여성들을 많이 뒤에 세우고 싸인하는 사진을 찍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와 상징이 있어야 한다”며 “여성비서관들과 점심을 먹었으면 그걸로 끝내면 될 일이지 자신의 영문연설집에 싸인을 왜 그 여성비서관들에 둘러싸여 하느냐는 거냐. 차라리 무슨 여성관련 정책에 대한 결재 싸인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대통령이 무슨 아이돌이냐”라고 비난했다.

한차례 팩트로 ‘망신’을 당했던 강용석 변호사는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의 구도와 유사한 사진을 찾아내 재차 청와대를 깎아내린 것이다.

▲ 청와대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사진
▲ 청와대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사진


▲ 강용석 변호사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백악관 사진.
▲ 강용석 변호사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백악관 사진.

청와대는 강 변호사의 두 번째 주장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 변호사의 주장이 청와대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의 정치 공세적 성격을 띠어 재차 대응할 경우 의도치 않게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2시간 가까이 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마무리하기 전 해외언론비서관이 영문연설집에 사인 좀 해달라 부탁을 드렸고 사진도 찍기로 하면서 1부속실장에게 촬영을 부탁드렸다”며 사진을 찍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서명하는 걸 보다가, 이럴 때 사진 찍는 것도 좋다고 해서 다들 웃던 와중이었다”며 “나중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여성비서관 오찬 일정 소식과 함께 사진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강용석 변호사의 주장에 대통령을 둘러싸고 찍는 사진은 백악관의 전유물이고 따라서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찍으면 표절이냐는 반론도 거세다.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성비서관들이 찍은 사진은 연출이고, 백악관 사진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의 문제라는 것이다.

강용석 변호사의 주장에 청와대가 팩트로 대응한 이후 논란이 확산된 측면이 있지만 언론이 주장의 공익적 가치를 따지지 않고 인용보도를 하는 관행에 따라 강 변호사의 주장을 다뤘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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