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자 중앙일보의 <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이라는 기사가 논점을 흐트린 전형적인 카더라식 보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4일 오후 11시쯤 직장인들이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을 찾아갔지만 썰렁했다면서 한 상가건물 관리인이 “주 52시간제 시행 탓인지 직장님 손님이 뚝 끊기면서 요즘은 밤 11시가 되기 전에도 썰렁해진다”고 한 말을 전했다.

주52시간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해 자영업자들로서는 수입원이 없어져 어려움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퇴근 이후 여가를 즐기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며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주점업의 생산지수(불변지수 기준)는 99.3으로 2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하고 평가한 유흥주점ㆍ생맥주 전문점ㆍ소주방 등의 매출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역삼동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권아무개씨의 말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워라밸(일과 여가 균형) 바람까지 불면서 연휴가 낀 주는 한 주 전체 매출이 엉망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식비 등을 아껴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을 인용한 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456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5만명)에 비해 11.1%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지난해의 증가율(7.5%)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나아가 주52시간제로 인해 근로소득자도 소득이 줄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직장인들 입장에선 급여가 줄었으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건설회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김모(48)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휴일 수당 등이 줄면서 30%가량 월급이 깎였다. 아직 아내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투잡을 위해 최근 카카오 대리기사로 등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축 이후 삶의 질과 관련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답변이 8.9%였다”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줄고, 근로소득자의 월급이 깎이고, 삶의 질이 나빠졌다는 결론이다. 주52시간제 시행을 경기 악화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으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해 현실을 반영하는 보도 내용으로 보인다.

▲ 중앙일보 5일자 보도.
▲ 중앙일보 5일자 보도.

하지만 관련 기사를 두고 여러 지적이 나온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사람들이 사라져 이른 시각 식당 문을 닫는 현상이 사회적 부작용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부터 나온다.

인용한 통계의 근거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사에선 올해 2분기 주점업의 생산지수가 99.5으로 떨어진다고 해놓고 같은 기간 커피전문점 같은 ‘비알코올음료점업’의 경우 87.8에서 149.6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기사는 52시간 시행으로 인해 자영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꺼내고 있는데 비알코올음료점업의 수치가 늘어난 것은 52시간 시행으로 인한 게 아니라 관련 시장이 커진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이 밝힌 불이 심야에 불을 밝히고 조업하는 오징어 배와 비슷해 오징어 배라는 별명이 붙은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는 밤 10시가 넘자 불이 꺼지기 시작했고 자정 무렵이 되자 깜깜해졌다”며 주52시간 시행으로 인해 강제로 불경기가 심화됐다는 뜻도 은연 중에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상욱 CBS 대기자는 트윗을 통해 중앙일보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남 신사동과 영동 술집 및 고깃집의 매출이 떨어졌다고 하면 근처 일대 근로소득자의 수당을 취재해 분석하는 것이 적절한데 건설현장근무자의 수당 얘기를 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가 신사동과 논현동 골목에 인적이 뜸하다며 제시한 사진에 대해서도 제목에선 밤 11시면 썰렁하다고 해놓고 새벽 3시경 찍은 사진을 제시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석달 전 같은 장소의 새벽 3시경 사진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남겼다.

특히 중앙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서 삶의 질이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이 8.9%라고 했지만, 같은 조사에서 64.2%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 도입을 ‘잘된 일’이라고 평가하고. 노동시간 단축이 앞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3%에 달한 내용은 쏙 빼놨다.

이밖에 노동시간 단축을 현행계획대로 도입하거나 계획보다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65%로 나왔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 미칠 영향에 대해 53%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48.7%가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 기자는 “주52시간 단축에 국민 63%가 찬성하는 내용을 중앙일보가 의도적으로 보도치 않고 반대할 억지 근거를 조합한 황당 허위뉴스”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에 대한 반응은 반박이 주를 이룬다. “주 100시간 일하면 새벽 3시에 사람이 넘치겠네”라고 꼬집는 것부터 기자가 청담동 같은 곳엘 갔다면 이런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영업 불경기의 한 단면을 가지고 주52시간 시행 탓이라고 한 것은 무리한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다.

기사를 쓴 함종선 기자는 통화에서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이라는 제목은 편집기자가 쓴 것이고 심야상권의 불경기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보도가 있기 때문에 사진 설명에 새벽 3시경이라는 말을 안 써도 되지만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지 상황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함 기자는 “해당 장소 일대는 밤 11시면 시작되는 심야 상권이다. 새벽 3시에 간장게장집을 가는 게 제정신이냐는 반론이 있는데 제 취지는 그곳 장소가 전통적으로 새벽에 붐비는 곳이라는 점”이라며 “밤 11시에 찍은 사진도 있는데 간판 몇 개 더 켜진 것 말고는 변동이 없다. 회사에서도 댓글을 보고 제목의 시간을 수정하거나 밤11시 사진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말이 나왔지만 전체적인 맥락상 사실 취지가 맞고 대응할 필요가 없다라고 위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기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 자료의 다른 응답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작하거나 의도한 게 아니라 어차피 주52시간 시행으로 긍정적인 것은 많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 취지의 기사에서 쓴 것이다. 댓글을 보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 기자는 “해당 장소는 심야상권으로 유명해 주변 회식하러 온 분들 뿐 아니라 광역에서 몰려드는 곳이다. 자영업의 불경기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심야상권의 경우 회식이 줄어든 결과로 봤고 자영업자 입장에서 심야상권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기사의 취지”라며 “서대문 영천시장 앞 식당 같은 경우 농협 본사가 있어 가게를 두배로 늘렸는데 주52시간 시행으로 단체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함 기자는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린 것에 대해 “보도 첫날 포털엔 52시간제 시행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가 두 번째 날 갑자기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어 알아봤더니 친여 사이트 커뮤니티에 기사가 올라온 뒤 댓글 내용이 치우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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