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경찰서가 댓글 조작 사건의 ‘드루킹’이 운영했던 출판사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훔친 TV조선 최아무개 기자를 불구속 입건한 가운데 최 기자에 앞서 사무실에 몰래 들어간 기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경찰 등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8일 새벽 0시30분경 TV조선 수습기자가 경기 파주시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와 USB, 휴대폰 등을 훔치기 전인 16일에도 여러 명의 기자가 출판사 사무실에 허락 없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기자들이 한두 번 들어간 게 아니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조사는 아직 안 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TV조선 기자 외에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기자가 누구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윤정호 TV조선 앵커(왼쪽)와 김미선 앵커가 지난 25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윤정호 TV조선 앵커(왼쪽)와 김미선 앵커가 지난 25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아울러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실제로 TV조선 내 여러 기자가 (절도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첩보 내용이 있다”며 “매우 많은 기자가 절도한 태블릿PC와 휴대폰, USB 내용을 공유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다른 매체의 김아무개 기자가 당시 현장을 목격하고 관련 자료를 넘겨받는 것으로 묵인했다는 내용까지 전해지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경찰은 정상적인 압수수색 조사를 실시하고 진실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TV조선 수습기자의 이런 절취는 단순한 단독 행위가 아니라 담당 데스크 팀장이나 편집국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언론사 윗선에서) 보고를 받고 실제로 지시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며 “TV조선이나 조선일보가 최 기자를 비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절도 행위로 입건된 기자에 대해 해고나 파면의 인사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수습 위에 사건팀 기자들이 있을 거고 담당 데스크나 사회부장 등에게도 모두 보고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알고 지시·묵인 하에 이뤄진 건지 아니면 정말 개인적 일탈 행위인지 기자의 통화 내역을 조사해 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TV조선 기자의 범행 장면을 목격하고 가담한 타사 기자가 있었다는 홍 의원의 주장이나,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기자가 더 있다는 의혹에 대해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조사를 진행 중인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압수수색한 자료가 많아서 정리가 필요하고 현 단계에선 목격자 등에 대한 조사는 진행이 안 된 상태”라며 “만약 TV조선 기자가 다른 기자들과 태블릿PC 등 자료를 공유했다면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경찰이 TV조선 최 기자의 ‘개인 사무공간’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지난 25일 TV조선 본사를 방문한 이유는 최 기자가 훔쳐간 태블릿PC의 충전 단자가 손상돼 디지털포렌식 결과가 나오기 전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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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TV조선 기자와 관계자 100여 명이 이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언론 탄압”이라며 압수수색을 가로막아 경찰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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