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PD님에게 미안한데 ‘위쪽’에 전화를 해 죄송하다. 원래 제가 그런 건 안 하는 사람인데 ‘빼 달라’ 이런 얘기는 아니었다. 팩트를 조금 더 철저히 체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분에 나온 이재명 경기도지사 발언이다. 이 지사는 조직 폭력집단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이큰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에 해명하면서 “위쪽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전화했다는 ‘위쪽’은 어디일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 지사 측이 보도와 관련해 연락했던 쪽은 남상문 SBS 시사교양본부장, 김기슭 CP, 진행자이자 배우인 김상중씨 매니지먼트의 관계자 등으로 확인됐다. 

SBS 사내에선 이 지사 측에서 박정훈 SBS 사장에도 연락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BS 관계자들은 이를 이 지사 측 외압으론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이치열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이치열 기자.
남 본부장은 23일 “이 지사가 직접 연락했다”며 “이큰별 PD에 하신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제작진과 말씀을 나눠보라고 했다. 본부장이 (이 지사 측 뜻을) 반영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제작은 제작진이 담당하는 만큼 본부장이 여기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

김기슭 그알 CP도 “직접 전화를 받았다. 압력으로 느낄 것은 아니었다”며 “그알은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조직이다. (전화를 한) 이 지사 측 입장은 SBS 방송에 나갔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고 설명했다.

진행자 김상중씨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경기도 관계자 분께서 전화하신 것은 맞다”며 “위축되고 그런 것은 없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배우랑 통화해보고 싶다는 취지였지만 제작진과 이야기하라고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상중씨는 배우이자 MC로서 중심을 지키려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송을 연출한 이큰별 PD는 “박정훈 사장에게도 전화했던 것으로 안다”며 “박 사장, 남 본부장, 김 CP 모두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PD다. CP께서는 ‘확인하면서 더 해보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장과 본부장은 특별한 말씀을 건네지 않았다. 특별한 압박이라고 느끼지 않았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 PD는 “방송 취지는 ‘이재명 때리기’가 아니”라면서도 “이재명 지사가 주변 관리에 미흡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 큰 정치를 하실 생각이라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책임감 있게 주변을 정리하셨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 PD는 앞으로도 후속 취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께서 (이 사안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1일 방송에서 성남 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 마피아파’에 이 지시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는 SBS 방송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대기득권 ‘그들’의 ‘이재명 죽이기’가 종북, 패륜, 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치닫는다”며 “‘그알’이 진실을 보여줄지 ‘그들’에 보조 맞춰 왜곡 짜깁기로 ‘이재명 조폭 몰이’에 동참하는지 지켜보겠다”고 공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