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의 가장 큰 성원을 받았던 언론사는 MBC였다.

PD수첩 ‘광우병 편’의 영향이 컸지만 스타 기자와 PD, 그들의 노력과 ‘성역없는 비판’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이었다. 

KBS도 정연주 사장 시절 ‘탐사보도 명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영향력 1위·신뢰도 1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공영방송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8년이 지난 지금, JTBC가 이들의 자리를 대체했다. 한겨레가 열어젖힌 ‘최순실 게이트’에 결정적인 증거(최순실 태블릿 PC 등)를 제시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를 고한 언론사는 JTBC였다. 단순히 손석희라는 언론인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기자들의 노력과 실력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100만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JTBC에 또다시 열광했다. JTBC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KBS 취재 차량은 12일 집회 현장에서 “박근혜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 시민들의 손팻말과 “니들도 공범!” “각성하라” 등의 글귀로 뒤덮였다.(사진=권희정)
이날 집회 말미 경복궁역에서 JTBC 기자는 JTBC 차량 위에서 리포팅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함성을 방송에 담기 위해 목청껏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스타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열기였다.

반면, KBS·MBC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KBS 취재진에 “방송에 나가지 않을 걸 왜 찍느냐”는 비난부터 “KBS가 언론사냐”, “너희가 기자냐”, “당장 카메라 끄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풍경이 이날도 재현됐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는 KBS 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시민들에 둘러싸여 위협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KBS 취재 차량은 “박근혜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 시민들의 손팻말과 “니들도 공범!” “각성하라” 등의 글귀로 뒤덮였다.

MBC도 마찬가지였다. KBS 취재진에 욕을 하던 시민들은 자리에 없던 MBC를 찾으며 험한 말을 했다. 

이날 MBC 기자는 ‘MBC news’가 적힌 마이크 대신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검은 마이크를 들고 현장 중계를 진행했다. 이제 집회 현장에서 ‘MBC’ 로고는 시민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 MBC 뉴스데스크 12일자 보도. 이날 MBC 기자는 로고가 적히지 않은 마이크를 쥔 채 리포팅을 했다. (사진=MBC화면)
공영방송의 한 카메라 기자는 집회 현장에서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이 복부를 가격당했던 경험을 전하면서 그는 “우리가 못해서 그런 거지”라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정작 욕을 가장 많이 들어야 할 이들은 현장에는 없다. 정권 눈치를 보는데 급급한 간부들은 후배들 뒤에 숨어있다.

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공영방송 수난사’는 계속될 것이다. 부끄러움은 왜 항상 아랫사람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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