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5월3일 발표된 경남도지사 관련 여론조사를 두고 여론조사 기관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여론조사가 민심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들의 결과 차이가 극심해서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당에 더 불리한 결과의 여론조사가 더 신빙성있는 자료로 보여 한국당의 조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당이 문제 삼는 여론조사는 4월30일부터 5월1일까지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경남도지사 관련 여론조사와 5월1~2일까지 경남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경남도지사 관련 여론조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코리아리서치는 경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 38.7%,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 27.9%로 발표했다. 둘의 격차는 10.8%다.

반면 리얼미터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 58.3%, 김태호 한국당 후보 28.8%라고 발표했다. 둘의 격차는 29.5%였다.

▲ 코리아리서치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비교표. 자료제공=자유한국당.
▲ 코리아리서치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비교표. 자료제공=자유한국당.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은 이를 두고 “같은 날 MBC경남과 MBC서울에서 발표한 여론조사가 너무나도 큰 격차가 나 여론조사라는 가면을 쓰고 민심을 왜곡하고 행위”라며 “같은 날 발표한 결과가 무려 약 3배인데,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국민혼란과 왜곡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MBC는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중 본부장은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인용한 언론을 두고 “동일한 방송사에서 서로 다른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도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의도적으로 보도하는 건 국민 알권리와 보도윤리의 심각한 위반”이라며 “정확한 사실보도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자유한국당 가짜뉴스신고센터는 왜곡편파 보도한 방송사를 선관위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29.5% 격차로 이긴 여론조사를 인용한 매체는 국제신문, 오마이뉴스, 뉴스원, 이데일리, 서울신문, 뉴시스, 폴리뉴스, 내외뉴스통신, 한국경제 등“이라며 “이들 언론사도 편향된 여론조사를 인용했기에 편파보도이고, 선관위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왜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가 이렇게 큰 격차를 냈을까. 코리아리서치 응답자는 총 800명(유선 210명+무선 590명)이며 리얼미터의 응답자는 총 824명(유선 322명+무선 502명)으로 큰 차이가 없는데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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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론조사 방식이다. 코리아리서치는 유선 전화면접,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관이 전화 받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면접 형식이다.

반면 리얼미터는 유선 ARS, 무선 ARS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자동응답 형식으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전화 버튼을 눌러 지지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전화면접 방식은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 반면 자동응답에는 자신의 의견을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동응답 방식이 민심을 담아내는데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권순정 실장은 “지금 전국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지만 경남 지역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 지역”이라며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가 많은 지역에서, ‘나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전화면접에서 이야기하기 더 어려워 민주당 지지율이 더 낮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리서치 결과는 전화면접 방식이라서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후보간 격차가 10% 남짓에 그쳤다.

한국당은 그저 두 여론조사의 격차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조사 기관과 이를 인용 보도한 언론을 선관위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 보다 30% 가까이 더 낮게 나온 여론조사가 더 정확한 여론조사라고 설명한다. 자유한국당의 신고가 자충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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