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지난 15일 파업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유일하게 파업을 이어가던 대전 MBC지부가 21일 임시총회를 열어 오는 27일 오전 9시부로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회사에 복귀해 제작거부 등으로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전MBC에선 보직자 13명 중 4명이 보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추가로 8명이 보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사실상 이진숙 대전 MBC 사장 체제도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오승용 경영기술국장 등 8명은 지난 20일 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엔 최혁재 전 보도국장 등 4명이 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대전 MBC 보직자는 김미리 사업국장만 남게 됐다.

▲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은 지난해 4월27일 서울 종로 상명 아트홀에서 아시아 기자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참석해 “현재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사진=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 촬영 영상 갈무리.
▲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은 지난해 4월27일 서울 종로 상명 아트홀에서 아시아 기자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참석해 “현재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사진=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 촬영 영상 갈무리.

대전지부는 지난 20일 “대전 MBC의 정상화를 바라는 노조와 구성원들의 간절한 요구를 보직자들이 저버리지 않았다”며 “보직자 사퇴는 늦었지만, 올바른 선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직 사퇴로 사실상 식물 사장 이진숙은 고립됐고 회사 경영은 마비됐다”며 “이진숙은 해임이 마땅하지만 이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지부는 21일 오후 임시총회를 열어 파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대전지부는 “쟁의 행위는 ‘블랙리스트 노조파괴 저지, 공정방송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기존 목적을 이룰 때까지 지속하고, 제작(업무) 거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른다”고 결정했다.

지난 20일 대전 MBC에서 열린 대전지부 파업 78일차 집회에는 지역 MBC 지부장들과 김연국 MBC본부장, 도건협 수석부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 지난 20일 대전MBC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지부장 이한신) 파업 78일차 집회에는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도건협 수석부본부장, 지역MBC 지부장들이 참석했다. 사진=대전지부
▲ 지난 20일 대전MBC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지부장 이한신) 파업 78일차 집회에는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도건협 수석부본부장, 지역MBC 지부장들이 참석했다. 사진=대전지부

김 본부장은 “이 사장을 호위하던 보직자들이 사퇴한 건 이미 승리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며 “MBC본부와 각 지역 MBC 조합원들은 대전지부 조합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밀실에서 이뤄졌던 지역 MBC 사장 선임과 공모 절차는 앞으로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이 사장은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은 보직자 사퇴 관련 미디어오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일요일인 지난 19일 오후 회사에 출근해 문을 잠근 채 시간을 보내다 21일 오전 6시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대전 MBC 구성원들을 접촉하지 않고 있다.

이한신 지부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진숙 체제가 붕괴했다고 판단해 전면 파업을 유지할지에 대해 조합원들과 의견을 나눴다”며 “사실상 회사가 마비된 상황이라고 판단해 제작거부 등의 방식으로 쟁의 행위를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 MBC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을 진행 중인 여수MBC·춘천MBC·원주MBC 등의 노조도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지부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 사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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