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언론사들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 미전실이 매년 그룹차원의 언론사 광고협찬을 전담해왔으나 미전실이 해체되며 이를 요청할 카운트파트너가 사라져 올해 언론사 협찬 및 광고수주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2월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인 2월28일 미래전략실 폐지를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최순실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 모녀에 대한 삼성의 비상식적 지원 배경에 미래전략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비판에 따른 결과였다.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을 공식 폐지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성 미전실장을 비롯해 미전실 7개 팀장이 전원 사임했고 대관조직도 폐지됐다. 미전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은 계열사로 재배치됐다.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은 4월3일자로 폐쇄됐다.

삼성 미전실 해체와 함께 30석 규모의 서초동 삼성사옥 기자실도 사라졌다. 동영상 플랫폼이었던 삼성캐스트를 비롯해 그룹 사내방송(SBC)도 사라졌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며 ‘또 하나의 가족 삼성’ 같은 그룹차원의 광고협찬이 증발해버렸다.

지금까지는 미전실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전실 주도로 삼성그룹 광고협찬을 한 뒤 각 삼성 계열사로부터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룹 차원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사라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그룹차원의 광고협찬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계열사부터 분담금을 내는데 소극적이다.

박근혜씨와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씨와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삼성이 이재용 구속 이후 보복성으로 광고협찬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금껏 돈을 써왔음에도 그룹 총수가 구속돼버린 상황에서 계열사 돈을 걷어 따로 언론사에 광고협찬을 집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는 현재 구치소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한 경제지 기자는 “개별 삼성 계열사의 연간 광고 집행 금액은 정해져 있는데 계열사에게 삼성그룹 협찬·광고비를 따로 보전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전실이 제공하던 그룹 협찬·광고 규모가 꽤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광고총연합회 관계자는 “삼성그룹 광고협찬규모는 공식적으로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언론사들이 삼성 계열사로부터 그룹의 광고협찬 분을 받기 위해 감옥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미화하거나 또는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를 비판하는 식으로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을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에서도 그룹PR이 줄어들기 시작할 경우 언론사가 받는 타격은 더 심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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