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한번에 폐기한 후에 지원을 약속하는 리비아식 모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참여연대 출신의 개혁적 인사인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보수신문은 편향된 인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리비아식 해법 불가” 

단계적 비핵화론이 쟁점이 된 가운데 청와대가 30일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이 즉각적인 핵폐기가 아닌 단계적인 비핵화화 이에 따른 단계적 보상방식을 언급하자 자유한국당과 보수신문은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핵폐기를 우선적으로 단행한 다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리비아식 모델을 미국도 지지하고 있다고 부각해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 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비핵화가 가능할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는 언론이 일부 있다. 혼수나 시부모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미세하게 그런 문제가 없는 결혼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 31일 한겨레 기사.
▲ 31일 한겨레 기사.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리비아식 핵폐기는 북핵 해법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은 “북핵 폐기는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리비아식은) 어디까지나 신뢰가 구축됐을 때 가능한 방식이다. 당시 리비아는 국제사회와 상당한 수준의 교류가 있었고, 유럽이 반대급부에 대한 보증을 섰기 때문에 합의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극도로 악화됐던 한반도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한겨레는 “리비아 방식을 북한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면서 “리비아와는 견줄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리비아의 경우 핵 물질을 생산하기 전 초기단계에서 포기한 반면 북한은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FTA 서명을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발언한 점을 ‘압박’으로 해석하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른 입장을 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북핵을 없애려면 한미가 한몸처럼 움직여도 힘들다”면서 “트럼프의 사려깊지 못한 태도도 문제지만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길래 미국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느냐는 우려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역시 “지금은 미국과 목소리를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조중동, 김기식 금감원장에 집중포화

또 다시 파격 인사가 단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한 것이다. 청와대는 “금융분야 전문가로 금융개혁을 늦추지 않겠다는 결단력을 보여온 김 전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김기식 의원은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명으로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을 거치며 시민운동을 주도했다. 19대 국회 때 민주당 비례대표로 활동하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통과, 은산분리완화 반대 등 경제분야에서 개혁적 성향을 드러냈다.

▲ 31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사설.
▲ 31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사설.

조중동은 일제히 김기식 금감원장에 날을 세웠다. 우선 ‘전문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해 “금융과는 관계 없는 사람”이라며 “한미FTA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19대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으며 금융 업무를 경험했고, 참여연대 시절 금융 현안을 다뤘기 때문에 ‘금융과 관계 없는 사람’으로 보기 힘들다.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은 경제와 시장 논리, 산업 발전보다는 소득 재분배와 친노동, 대기업 규제 등 사회 민주주의적 시각에서 경제 이슈에 접근하는 성향이 강했다”며 “경제 전반을 조망하는 균형있는 자세로 접근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을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금융은 없고 감독만 남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면서 “야당과 시장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이 소속됐던 참여연대도 타깃이 됐다. 조선일보는 “시민단체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기로 으뜸간다는 참여연대”라며 “이 정부 들어서 완전히 출세코스가 됐다. 세계에 이런 나라, 이런 시민단체가 있겠나”라고 비했다. 동아일보는 역시 사설 “양대 경제 검찰 장악한 참여연대 출신들”을 통해 대동소이한 주장을 했다.

“한국당과 연대 가능” 유승민 발언에 바른미래당 내홍

바른미래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30일 유승민 공동대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과 부분적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밝히자 호남쪽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연대 논의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고 박주선 공동대표 역시 유권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 31일 경향신문 기사.
▲ 31일 경향신문 기사.

그러자 유승민 대표가 “부분적 연대에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발언에 대해 분명히 몇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의 배경에 대해 “연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의 유일한 현역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를 의식해 발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에서 1:1구도를 요구해온 데다 최근 탈당 의사까지 내비친 데 대한 대응으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수도권과 충청 등의 일부 출마자들은 선거연대에 찬성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어 이 문제가 당 내부 갈등의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겨레 역시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 연대를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면서 보수정당 연대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 제목은 “유승민발 서울시장 여권연대론 정치권 출렁”으로 이 발언이 정치권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는 “‘국정농단 세력과 연대, 말이 되나’ 바른미래 술렁”(경향신문) “‘한국당과 선거연대’ 유승민 발언에... 바른미래당 발칵”(한겨레), “바른미래 하루 만에 ‘지방선거 연대 없다’ 지도부 적극 진화 나섰지만 여진 계속”(한국일보) 등 다른 언론이 바른미래당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쓴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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