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 중에 “여성은 뉴스의 주 소비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여성이 뉴스를 싫어한다는 게 아니라, 뉴스, 특히 “딱딱한” 정치 경제 뉴스를 보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언뜻 그 말이 성차별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달리는 댓글의 양을 봐도, 데이터를 들여다봐도 여성들이 뉴스를 적게 읽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여성들은 라이프 스타일 등의 “가벼운”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좋아한다는 말도 한다. 이것도 사실이다. 1980~90년대 까지만 해도 남성들은 ‘신동아’나 ‘월간 조선’ 같은 정치 사회 주제의 월간지를, 여성들은 ‘여성중앙’처럼 광고 가득한 라이프+가십 월간지를 봤고,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들어와서도 포털 뉴스는 남성이 압도적인 소비자이고,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는 여성이 주 사용자다.
그렇다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치 경제 뉴스를 덜 좋아한다’고 해도 될까? 표면적으로는 맞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을 두고 “아무개는 초록색 음식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주위에서 녹색을 가진 음식의 거의 대부분이 식물성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 사람이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는 색깔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신이 들어가는 뉴스 포털에 들어가서 지금 올라와 있는 상위 랭킹 뉴스의 사진들을 한 번 살펴 보라. 그 중에서 여성이 등장한 사진이 몇 개나 있는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 특이한 것은 아니다. 여성은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 적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사회에서 뉴스거리가 되고 뉴스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은 거의 예외없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당신과 신체적으로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 끼리 모여서 만들고, 온갖 이유로 당신을 배제하는 세상에 당신은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한 때 미국에서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 보다 독서량이 떨어진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독서 교사들은 그 원인을 찾는 연구를 했고, 그 결과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의 주인공들, 특히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남자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점점 더 많은 동화작가들이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고, 여자아이들의 독서량은 그만큼 늘어났다.
여성의 뉴스 소비로 돌아와 보자. 여성들이 많이 보는 라이프 스타일 미디어에 등장하는 사진 속 인물들을 보면 절대적으로 여성이 많고, 정치 경제 사회 뉴스는 절대적으로 남성이다. 어느 쪽이나 필요할 경우 필요한 섹션을 읽지만 인구 전체를 놓고 본다면, 남성 뉴스메이커들과 자신을 동일시 할 수 있는 남성들이 정치 경제 사회면을 관심있게 들여다 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여성들이 “딱딱한 뉴스”를 싫어한다는 말은 그만할 때가 되었다. 그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남들 끼리 노는 얘기”에 관심이 적은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