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1일 만의 승리.’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통해 MBC 재건 발판을 만든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10년 4월 ‘김재철 퇴진’을 목표로 거리로 나왔던 39일 파업을 투쟁의 시작으로 봤다.

2010년 파업부터 2012년 170일 파업까지. 처절하게 싸우고 저항해도 꿈쩍하지 않던 방송장악 세력이 지난 13일 김장겸 사장 해임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방문진 현장 앞에서 펑펑 눈물을 보였던 이유였다. “우리는 7년을 싸워 버텼다. 그리고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던 그의 선언은 MBC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김 본부장은 1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장겸 퇴진’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김 본부장은 “MBC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실망하고 마음이 떠나셨던 것 잘 안다”며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되돌아오라고 채찍질해주셨던 많은 시민 분들,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국정농단에 맞섰던 촛불 시민들, MBC 주인은 이들 시청자들뿐”이라고 말했다. “촛불을 들어주신 시민들이 용기를 줬고, 이로부터 자신감을 얻어 투쟁에 대한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 ‘2781일 만의 승리.’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통해 MBC 재건 발판을 만든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10년 4월 ‘김재철 퇴진’을 목표로 거리로 나왔던 39일 파업을 투쟁의 시작으로 봤다. 김 본부장은 14일 “새로운 MBC에 대한 국민 신뢰의 시작은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781일 만의 승리.’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통해 MBC 재건 발판을 만든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10년 4월 ‘김재철 퇴진’을 목표로 거리로 나왔던 39일 파업을 투쟁의 시작으로 봤다. 김 본부장은 14일 “새로운 MBC에 대한 국민 신뢰의 시작은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MBC 파업은 14일 오전 정리 집회로 마무리됐지만 MBC ‘적폐 인사’들이 모두 청산된 것은 아니다. 고작 사장 김장겸 한 사람만 법적 지위를 잃게 됐을 뿐이다. 새 경영진이 들어서기 전까지 김장겸 체제 인사가 사장 대행을 맡게 된다. 보도와 시사 부문 조합원들은 제작거부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MBC 부사장 백종문씨는 MBC 몰락 주범의 한 사람이고 노동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라며 “백씨(김 본부장과 인터뷰 직후 백 부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가 사장 권한 대행으로 앉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현 적폐 경영진이 남아있는 한 어떠한 경우에도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사 발령 및 평가, 조직과 프로그램 개편, 예산 편성 등 현 경영진의 모든 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방문진은 이완기 이사장 명의로, MBC 사장 대행 권한을 제한토록 하는 공문을 MBC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언론인 6인에 대한 복직 문제도 새 경영진이 들어선 뒤에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MBC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소송 등 재판에서 모두 승소해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해직자 복직 문제는 대법원이 하루빨리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국민 편에서 사법 정의를 실현하면 된다”며 “만약 새 경영진이 상고를 취하하면 고법 판결이 확정되기 때문에 해직자들은 즉각 회사로 돌아올 수 있다. ‘공정방송은 방송 종사자의 근로조건’이라는 판결을 두고 대법원 판단을 끝까지 구해야 할지 등에 대해 해직자들과 함께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MBC 새 사장 선임 국면이다. 촛불 민심을 구현하고 공정방송을 실현할 MBC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은 “혁신적인 사장 선임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논의의 문을 열어뒀다. 정치권에서도 국민 200명으로 구성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임명하자는 법안(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의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정치권의 MBC 사장 선임 과정 불개입 △모든 절차에 대한 투명한 공개 △신속한 절차 진행 등의 원칙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보임 사장을 뽑는 것이지만 MBC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이번 사장 선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사장이 되느냐가 국민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극우·친박과 어용학자들이 김장겸을 밀었고 사장에 앉혔다”며 “여든 야든 정치권은 사장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방문진 이사들이 자율적으로 논의하되, 시청자들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MBC 사장 후보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능력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국민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 새로운 MBC에 대한 국민 신뢰의 시작은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에 있다”고 말했다.

▲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본부장은 지난 72일 투쟁 과정에서 파업 지지를 선언하고 퇴사한 프리랜서·비정규직 동료들에 대해 “보도국 파견직 AD, 라디오 작가들과 리포터 등 프리랜서·계약직 신분인데도 저희 파업을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큰 빚을 졌다”며 “제작을 중단한다는 건 이들에게 사실상 실직을 의미한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이들은 좋은 방송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매우 필요한 분들이다. 노조 입장에서 이분들과 함께 하는 방향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채 ‘김장겸 체제’에 그대로 부역했던 극소수 인사들에 대해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분 상당수는 권력에 부역했거나 침묵했다. 이들 중 많은 인사는 징계해야 할 분들”이라며 “올 초 조합원 수는 840여 명 정도였지만 파업 기간 동안 서울지부만 1200여 명, 전체 2000명을 돌파했다. 극소수를 제외한 구성원들이 파업 대의에 동참해주신 것이다. (파업 불참 인력은) MBC를 재건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9년 집권 세력과 부역자들이 공영방송 MBC를 장악한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백서를 준비 중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9년 권력의 방송장악을 핑계 삼지 않겠다. 우리 힘이 모자랐고 침묵했으며 굴종했다”며 “굴종과 침묵의 역사를 낱낱이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MBC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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