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피해자들은 참사 이후에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전문의 상담을 받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안산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 사례관리 대상자 1030명 중 전문의 상담을 받은 이는 266명으로 전체의 25.8%에 그쳤다고 8일 밝혔다.

사례관리 대상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 및 생존자 가족 △기타(간접피해자, 개인트라우마) 등이 포함된다. 전문의 상담 대상자에는 간접피해자와 개인트라우마, 일반시민들까지 포함된다. 법에 따라 명확히 사례관리대상자와 전문의 상담 대상자 등이 구분돼있는 것은 아니며 자발적 상담 진료를 요청한 사람들이 대체로 사례관리 대상자와 전문의 상담 대상자 등으로 분류됐다. 

최도자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자 심리치료 및 상담 비율이 늘기 시작하는 기간은 사고로부터 3~5년이 지난 이후라는 분석이 있다. 사고 자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법적 절차나 규명 등 조치가 끝난 이후 피해자 및 가족들도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수요가 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 3년이 지난 현재 이후부터 자발적 상담 및 진료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음에도 현재 수치 상으로 치료를 받은 이들이 현저히 낮게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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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신질환 검사 및 치료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받은 금액도 턱없이 적게 나타났다. 정신질환 검사·치료비를 지원받은 인원은 총 44명(4.3%)에 불과했다. 지원건수로는 289건, 총 지원금액은 1034만원이었다.

올해 8월 말 기준 사례관리 대상자는 88명 줄어든 945명이었고 전문의 상담을 받은 인원도 140명 줄어든 126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145명을 대상으로 자사한 결과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유가족의 비율은 42.6%로 일반인 평균(2~5.6%)에 비해 최소 8배, 최대 20배까지 높았다.

자실을 실제로 시도해본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4.3%로 일반인 평균(0.2~0.9%)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심리상담과 정신질환 치료·검사를 받은 비율이 낮은 이유로 당시 특조위 피해자 실태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허술한 초기조치를 꼽은 바 있다. 3개 이상의 트라우마 의료팀이 컨트롤타워없이 상담치료에 나서다보니 피해자에게 상처만 키웠다는 것.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입원, 연수원 입소, 일상 복귀 등의 과정이 준비 없이 진행되며 참사경험을 다시 상기시키는 등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최도자 의원실에 따르면 해양사고로 인한 심리 상담 매뉴얼이 부족했던 것도 참사 직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상담치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던 데에 한 몫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정작 상담과 진료가 필요함에도 피하게 된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당시 조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다수가 전신피로(80.9%), 수면문제(75.4%), 소화문제(60.4%) 등 신체적 이상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도자 의원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는 세월호 참사유가족을 포함해 구조자 가족, 구조자 등을 대상으로 신체질환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신체적 질환이나 후유증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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