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매체 기자가 홍보 담당자들에게 보낸 메일이 정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매체 수입자동차 담당 박아무개 기자는 지난 5월19일 경 수입자동차 홍보 담당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인력풀로 등록 해주시기를 요청 드리며 홍보자료 등을 제 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며 운을 뗐다.

박 기자는 수입차 딜러였던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며 “자동차권익증진 보호를 위해 앞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니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다른 기자분들과 다른 취재성향(많이 불편할 수 있다)을 가진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점은 널리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박 기자는 이어 “‘내부 규정상 협조가 어렵다’는 식으로 요청자료를 거부하거나, 어떠한 사유로든 요청한 항목별로 자료에 대해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기자로서의 사명을 다 할 생각”이라며 “그 방법은 겪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러면서 박 기자는 “저와 협력,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 기업이미지 타격(한 번에 그치지 않습니다) 등에서 협력을 원하시는 담당자 및 책임자께서는 문자, 카톡 등을 통해 19일 오후 4시까지 명함을 보내주시면 협력하려고 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썼다.

해당 메일을 받은 수입차 홍보 담당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A자동차 홍보 담당자는 “대부분의 기자들은 어느 정도 예의나 선을 지키면서 활동을 하는데 그 분은 상당히 강압적으로 메일을 보냈다”며 “모든 요청에 홍보팀은 임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두고 보겠다는 것으로 읽혔다”고 털어놨다. 

이 담당자는 “기자협회 등에서 이런 부분을 공식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홍보 담당자 입장에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봐 달라’고 해야 하고 속앓이를 해야 한다. 어쨌든 홍보담당자들은 기자에게 머리 숙이는 ‘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자동차 홍보 담당자는 “메일 내용이 협조요청이라기보다는 통보처럼 느껴졌다. 고압적이었다”고 전한 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도 없어서 어떻게 응대할지 고민을 했다.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어보고 그에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담당자는 “홍보 담당자가 공식 소통 창구인 건 맞지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가 있다. 특히 개인적인 정보는 더더욱 그러하다”면서 “그 메일은 어떤 정보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으면 (악의적) 기사를 쓰겠다는 것으로 읽혔다. 선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제15조(언론인의 품위)에서 ‘언론사와 언론인은 언론의 사회적 공기성에 합당하는 높은 직업적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공인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자는 오히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기자는 6일 통화에서 “저는 나름대로 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제 취재 원칙을 알려드리는 메일을 보낸건데 그렇게 읽힐지 몰랐다”며 “고압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기자가 자료를 요청하면 기업에서 무조건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처음이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 고압적으로 보였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6일 오전 11시30분 박아무개기자 입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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