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선희는 탈북자 사회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간이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돈줄 및 청와대 집회 개최 지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을 놓고 한창권 탈북인총연합회 회장이 한 말이다.

어버이연합 사태는 내부 폭로로 시작됐다. 자칭 애국진영이라는 보수 세력(어버이연합)이 탈북자 사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던 과정에서 내부 갈등으로 번졌고 정권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게이트로까 지 발전했다는 게 한 회장의 주장이다.

한창권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탈북난민인권연합을 통해 탈북자 단체를 휘어잡고 탈북자 사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를 추켜세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주도권을 잡으려면 기존 대표성을 갖는 탈북자 단체를 넘어서야 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탈북인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추선희 사무총장과 탈북인총연합회 엄명철 공동대표가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폭행 사건의 책임 소재를 따지다 어버이연합과 탈북난민인권연합이 갈라서게 됐다는 이야기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한창권 회장이 사주해서 엄명철 대표가 김용화 대표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용화 대표는 '탈북자 사회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며 고발에 반대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폭행사건의 당사자라며 자신에게 엄명철 대표를 고소하라고 종용했다고 김용화 대표는 주장했다. 

결국 김용화 대표는 추선희 사무총장의 어버이연합과 갈라섰다. 김미화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김미화 총무는 탈북어버이연합을 설립해 대표를 맡아 김용화 대표와 등을 지고 추선희 사무총장과 행동을 같이하게 됐다. 

한창권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본질은 어버이연합이 탈북난민인권연합으로 탈북자 사회와 보수 단체들을 장악하려다 내분이 발생했고, 갈라선 김용화 대표가 자금 문제를 폭로하면서 보수 단체들 사이의 갈등 구조가 드러나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거짓 폭로자로 지목한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 그리고 어버이연합과 한몸이 돼 싸우고 있는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등 의혹의 핵심인물 3인 사이의 관계를 털어놓았다. 한 대표는 본인이 이들 3인의 내분이 일어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언론에 흘러나온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를 비롯해 재향경우회가 집회 동원 알바 비용을 지원한 정황을 담은 회계 장부 등도 모두 한 회장이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9일 가락시장 역 부근 한 식당에서 세 시간 동안 한 회장이 주장하는 어버이연합 사태의 전말을 들었다. 한 회장은 근거로 탈북난민인권연합의 출금내역, 횡령보고 자료, 거래내역 문건 등을 제시했다. 심지어 추선희 사무총장과 김미화 대표 등 4인이 단체 카톡방에서 나눈 적나라한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어버이연합 의혹에 탈북자 단체가 껴있는 이유

한창권 회장은 탈북자 사회에서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1994년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한국으로 왔다. 안기부 시절 '간첩'으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한 회장은 탈북자가 부당한 이유로 수사를 받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여론을 공론화시켰고 안기부의 조사 시스템 개선, 탈북자 정착지원을 위한 하나원 개원 등에 적극 참여했다.

그리고 한 회장은 지난 2008년 50여개 탈북자단체의 협의체인 탈북인총연합회를 만들고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2014년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정책을 생산하고 자립하자는 취지로 북한이탈주민정책참여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어버이연합이 김용화 탈북난민연합 대표를 내세워 탈북자들을 아울러 보수대연합을 결성하고 지원 창구의 단일화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음해해왔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 201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아무개 의원이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을 위한 남북하나재단의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다.

한 회장은 남북하나재단의 개혁을 꾸준히 주장해왔고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 의원을 향해서도 재단의 개혁을 요구했다. 250억원에 이르는 예산 중 100억원의 경상비 지출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정 의원과 한 회장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부터 서로 태도 문제를 지적하며 감정이 틀어졌다. 이후 하나재단은 한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했고, 정 의원도 탈북자들의 송년회 초청을 받고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2월 상견례 자리에서 정 의원과 한 회장이 다시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그동안 탈북자 단체에 지원했던 내용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고 밝히면서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고소·고발도 이뤄졌다. 그해 6월 한창권 회장이 하나재단의 개혁을 위한 TF 협상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 자리에서 정 의원을 지칭해 비난했던 발언이 문제가 돼 모욕죄로 고발당했다. 재단의 개혁을 주장한 탈북자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도 비방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리고 한 회장이 2014년 8월 탈북자 단체장 50여명과 함께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데까지 이르렀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 회장이 위협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회장에 따르면 한 퇴역장성이 탈북자단체 대표들을 만나 한 회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보상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또한 박아무개 소령은 탈북자 단체장과 한 회장을 만나 개혁 요구를 중단하고 재단과 타협을 하라고 말했다. 정보사령부 출신인 박 소령은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오면 심문하는 취조관이었다. 탈북자들 사이에서 박 소령은 무서운 존재로 통한다. 한 회장은 하나재단 측에서 박 소령을 내세워 사실상 개혁 요구를 중단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자 단체 대표 폭행 사건의 전말

그리고 2014년 9월 처음으로 추선희 사무총장이 등장해 한 회장과 갈등이 시작된다.  

추선희 사무총장과 김용화 탈북난민연합 대표,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회 대표(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 윤아무개 어버이연합 청년단장 등 50여명은 한 특정 탈북자의 자택 앞에서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게 된다.

이에 한 회장과 함께 탈북인총연합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엄명철 대표가 집회 시위가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서로 몸싸움이 붙게된다. 그리고 양측은 한달이 채 안된 10월 11일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남북하나재단 주최 행사장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엄명철 대표와 김용화 대표가 또다시 언쟁을 벌이고 몸싸움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의 폭력 사건이 벌어진다.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이틀 후인 10월13일 추선희 사무총장과 윤아무개 어버이연합 청년단장 등 4명이 엄명철 대표가 살고 있는 강남구 아파트로 찾아가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엄 대표를 폭행한 것이다.

쌍방 폭행 혐의로 고발된 사건은 올해 1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추선희는 피해자(엄명철 대표)에게 '이 새끼야'라고 욕을 하고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자 피고인 윤모에게 '이 새끼 죽여라'라고 말하고 피고인 윤모는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대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든 후 머리로 피해자의 얼굴로 들이받았다. 계속해서 피고인 추선희는 피해자가 윤모와 몸싸움을 하며 넘어지는 사이에 발로 피해자의 옆구리를 2회 걷어찼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에게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슬개골 골절 등을 가하였다"고 나와있다. 폭행 사건으로 추 사무총장과 윤아무개 청년단장은 모두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엄명철 대표는 벌금 150만원에 처해졌다.


▲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추선희 사무총장은 엄명철 대표에 이어 한창권 회장을 표적으로 삼았다. 추선희 사무총장과 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 김미화 등 4명이 나눈 단체 카톡방 대화 자료에는 한 회장을 거론하며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한창권 대표의 탈북인총연합회를 염두에 두고 탈북자단체를 대상으로 국민감사를 청구해 음해하려는 작전을 세웠다. 대화방에서 한 인사가 국민감사 청구를 위해 300명 서명을 받았다면서 "감사 맛을 좀 봐야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알 듯"이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이에 추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탈북단체들 다 감사받아야 뱉어낼 놈 뱉어놔야해"라고 말한다.

추 사무총장은 자신과 관련해 나쁜 소문을 퍼뜨린 인물로 한 회장을 지칭, "안되면 납치해서라도 산에 끌고 가서 정보 얻을 때까지 손 볼 것"이라는 섬뜩한 발언도 내놨다. 추 사무총장은 경찰 보안계를 통해 한창권 회장의 이동경로까지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추 사무총장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에 대해서 자신이 김용화 대표 밑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치켜세우며 "북한을 통일하는 방법은 탈북자들이 대동단결하여 종북정당들을 척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0월18일 실제 추 사무총장 등이 탈북인총연합회가 주최한 집회에 나타나 집회를 방해하고 한 회장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탈북인총연합회는 이날 서울역에서 남북하나재단의 올바른 예산집행과 정 의원의 해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는데 엄명철 대표의 폭행 가해자인 윤모 청년단장과 추선희 사무총장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회장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집회장소 주변에서 "19일 서울역 역사에서 꼭 잡아야할 놈들"이라고 써진 제목 아래 한 회장과 엄명철 대표의 얼굴 사진이 있고 "한창권-김용화 회장 폭행 사주한 놈 / 엄명철-김용화 회장 폭행한 놈"이라고 쓰여진 전단지를 돌렸다. 

한 회장은 일련의 사건을 어버이연합이 탈북난민인권연합과 함께 힘을 키우고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존 탈북 대표 단체인 탈북인총연합회의 지도부를 밟기 위한 작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갈등 관계였던 정 의원 측이 이들의 뒤에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분 분열의 씨앗

문제는 폭행을 당한 엄명철 대표와 테러 위협을 받았던 한창권 대표가 추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건 연루자를 폭행 및 사주 혐의로 고발을 하면서 어버이연합-탈북난민인권연합 내부에서 사건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내분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김용화 대표는 엄명철 대표의 변호사에게 "(추선희 사무총장의)폭행 이유가 본인(김용화 대표)이 엄명철에게 폭행당했기에 지켜주려고 한 행위였다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본인이 엄명철을 폭행하라고 사주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본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김용화 대표는 추선희 사무총장과 김미화 총무가 엄명철 대표를 고소하라고 종용했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탈북인총연합회에 맞서 한몸으로 움직였던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대표와 김미화 총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폭행 사건을 계기로 분열을 시작했다. 김용화 대표는 어버이연합과 관계에서 손을 떼게 된다. 반대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였던 김미화는 사직을 하고 탈북어버이연합을 만들어 대표가 되고 어버이연합과 한 사무실을 사용하게 된다. 


어버이연합 의혹 확산 멈추지 않을 것

어버이연합 돈줄 및 청와대 지시 의혹은 이 같은 내분 문제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폭행 사건 이후 서로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각종 비리와 계좌 내역 등 자료도 한 대표에게 흘러들어왔다. 자료에는 김미화 대표가 파악한 김용화 대표의 횡령 비리 내역, 김용화 대표가 파악한 김미화의 부적절한 출금 내역,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추선희 사무총장 계좌로 흘러나간 거래내역 등이 포함돼 있다.

한 회장은 어버이연합이 탈북난민인권연합을 고리로 탈북자 사회를 휘어잡아 보수세력을 키우려 했다가 폭행 사건이 일어나 내분이 생겼고, 관계가 틀어진 김용화 대표가 자금 문제를 폭로하면서 어버이연합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한 회장을 음해하는 내용의 카톡 대화 자료도 추선희 사무총장과 김미화 대표 등 내부관계자 중 한명이 한 회장에 전달한 것이다.

추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볼 수 있는 곳에 전경련이 자금을 지원한 것이 드러나고 청와대 집회 지시 의혹까지 불거진 것도 어버이연합-탈북난민인권연합 내부의 갈등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서로 싸우는 도중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버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회장은 "자금 문제만 보면 2014년까지만 해도 어버이연합 직원이 12명이었는데 한 명당 200만원씩만 해도 2000만원이 넘는다. 무료급식 사업도 한달에 500만원이 들어간다. 사무실 경상운영비(임대료 800만원)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3000만원이 넘고, 1년으로 따지면 3억6천여만원이 들어가는데 이 돈을 누가 지원했겠느냐"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추선희 사무총장을 "청와대를 파는 양아치"라고도 비난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이 정부기관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탈북자 수십명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돈을 빌렸다는 주장이다.

한 회장은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시위, 박근혜 대통령 비방 기사를 쓴 기자의 사법처리 촉구 시위 등도 어버이연합과 관련이 있다며 폭로를 예고했다.

한 회장은 어버이연합과 국정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탈북자들은 국정원을 제일 무서워한다. 북한의 국가보위부처럼 생각한다. 이번 사태도 국정원과 다 얽혀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어버이연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직접 나서 액션을 취하겠다면서 "이제부터 내가 나서서 입을 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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