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언론사와 정부기관이 공동주최한 상을 받으면 진급을 한다?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주관하는 청룡봉사상 이야기다.

청룡봉사상은 올해 52년을 맞았다. 1967년부터 조선일보와 경찰은 공동주최해 경찰과 시민을 대상으로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을 받으면 경찰은 1계급 특진이 된다.

청룡봉사상 50년을 맞은 지난 2016년 조선일보는 “경찰관 수상자 1계급 특진이 주어진 청룡봉사상은 제정 초기부터 국내 최고의 사회봉사상으로 자리매김하여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면서 “경찰관만을 대상으로 시상하던 청룡봉사상에 3회부터는 예비군·방범대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상(義賞)이 추가됐다. 수상자들에겐 조선일보가 출연한 상금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금일봉·기념품 등이 답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청룡봉사상에 갖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이철성 경찰청장은 올해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상금 1000만원씩을 수여했다. 수상 대상이 된 경찰관은 조직 수장이 직접 새로운 계급장을 달아주는 영광을 안았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축사를 통해 “수상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숨은 일꾼’”이라며 “이분들이 바로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말했다.

청룡봉사상은 지난달 23일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러면 어떤 일이 생기는 줄 아세요? 특정 언론사하고 유착관계가 생깁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됐다. 

특정언론사와 경찰이 주는 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로 청룡봉사상이 주목을 받으면서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론이 시민에게 묵묵히 봉사하는 경찰을 찾아 칭찬하고 알리는 일은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1계급 특진이라니 이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어떻게 언론사가 경찰의 특진대상을 선정할 권한이 주어질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 공동주최를 철회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조선일보사가 홍보하고, 조선일보사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조선일보사가 대상자를 추천받고, 조선일보사가 심사위원을 선정하며, 조선일보사가 프레스센터에서 시상하는 상이 조선일보가 주는 상이지, 경찰청이 주는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며 “지금부터라도 당장 없얘야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경찰이 수사독립을 외치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조선일보사의 상을 받고 특진한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다니, 국민들이 경찰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와 경찰에 따르면 청룡봉사상 수상자는 각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공적을 확인하고 현지실사와 외부위원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글쓴이의 주장은 청룡봉사상이 존재할 경우 경찰과 언론사간 유착관계가 형성될 여지를 남겨두게 되고 언론사의 비리에도 경찰이 눈을 감게 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현재와 비슷한 논란으로 과거 청룡봉사상이 주최되지 않았던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룡봉사상 41회와 42회 수상자는 선정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경찰청의 공동주최 철회로 행사를 개최하지 못함”이라며 41회와 42회 청룡봉사상을 개최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 조선일보는 대통령 비판 칼럼을 실자 청와대가 취재 협조를 거부하고 정부 부처들이 조선일보와 공동주최한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시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하지만 “조선과의 공동 행사 폐지는 지난해 각 부처에 내려보낸 정책홍보 가이드라인 지침에 의한 것으로, 특정 언론사와 정부간의 공동 행사 결과에 따라 인사 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것 등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점검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

1979년 청룡봉사상 수상자 중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포함된 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룡봉사상 중 충(忠) 부문 수상자는 대공 방첩 분야의 경찰관이 받는 게 특징이다. 조선일보는 올해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충 부문 수상자를 “김수영(가명, 업무 특성상 미공개) 경위”라고만 밝혔다. 이근안도 1979년 청룡봉사상을 수상하면서 수상자 이름이 가명으로 보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에는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이 불법오락실 업주 비호세력이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겨레가 쓴 관련 기사 제목은 <청룡봉사상 특진 경찰 오락실 수뢰 ‘이중생활’>이었다.

홍익표 의원실은 “경찰과 특정언론사가 주관하는 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을 시켜주는 조건에 대한 문제점이 없는지 홍 의원이 청문회 때도 신임 경찰청장을 상대로 검토해보라고 했다. 문제점이 있다고 나오면 시정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현직 경찰은 “경찰관 입장에서는 특정 언론사가 주관하긴 하지만 영예로운 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별한 공적이 없으면 선정되기 어렵고 이슈성도 있어야만 받을 수 있다. 현재 논란이 될지언정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경찰관들은 인센티브를 받을 포상제도로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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