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의 총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 근황이 포착돼 주목되고 있다.

지난 6일 KBS 청주방송총국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돌아와요 고봉순-KBS 청주’ 페이지에는 파업 중인 한 조합원이 게시한 고 사장 사진 몇 장이 공유됐다.

이 조합원은 냉면 전문집 ‘우래옥’에서 자리 순번을 기다리다 고 사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 조합원은 “대기순번 8번. 웨이팅 소파를 둘러보니 자리가 없었다”며 “우래옥 본점은 카운터를 돌아가면 1층 화장실 앞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또 있다. 그쪽으로 돌아가니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 한 분이 등을 돌리고 홀로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 고대영 KBS 사장이 2017년 10월 추석 연휴를 맞아 서울의 한 냉면 전문점에서 자리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KBS 한국방송 청주방송총국의 한 조합원
▲ 고대영 KBS 사장이 2017년 10월 추석 연휴를 맞아 서울의 한 냉면 전문점에서 자리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KBS 한국방송 청주방송총국의 한 조합원
이 조합원은 “‘어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더라’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 0.0001초의 순간. 등을 돌리고 있던 등산복 아저씨와 정면을 마주하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놓칠 뻔 했다. 그는 고대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조합원은 “홀로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서 자주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는 그. 다가가서 명절 덕담을 건네야 하나, 이제 그만 좀 물러나시라 말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도 손가락은 자연스레 카메라 앱으로 향했다”며 “그토록 부르짖던 이름의 당사자를 만나니 셀럽을 만난 느낌이었을까”라고 했다.

이 조합원은 또 “이내 카운터에서 나의 이름이 불렸고 난 1인석으로 안내 받아 평양냉면을 영접했다”며 “내 생애 이렇게 음미하지 못한 평양냉면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그는 냉면을 먹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며 “말을 섞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후회된다. 만감이 교차하고 머릿속이 복잡한 연휴 6일차의 밤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대다수 KBS 기자들로부터 KBS 보도 공정성과 신뢰도를 추락시킨 인물로 꼽히고 있다. 고 사장은 MB 정부인 2008년 12월 KBS 보도국장을 지냈고 2011년 1월 보도본부장을 역임했다. 2015년 11월 박근혜 청와대 낙하산 논란 속에 3년 임기 KBS 사장에 임명됐다.

고 사장은 지난달 20일 KBS 이사회에서 파업에 따른 사퇴 가능성에 대해 “파업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없다”며 ‘자진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파업의 적법성을 판단했냐는 질문에는 “외부 로펌에 이미 의뢰를 해놨다”며 “거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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