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서 침몰원인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선저가 비교적 깨끗하다는 점에서 외부충격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과 선저 좌현도 더 자세히 들여다본뒤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인양과정에서 절단한 ‘선미 램프’가 열려있는 것이 주요 요인일 가능성이라는 분석, 조타기의 고장설 등 여러 원인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140개 이상의 구멍을 뚫고 추가적으로 절단하겠다는 방침과 관련해 선체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체 조사위원회의 일부 위원은 유가족과 협의 선체 절단 문제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 급격한 침수의 원인은

세월호 침몰원인에서 따져야할 1차적인 요소는 왜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침몰했느냐에 있다. 특히 선체로 급격한 침수를 유발한 요인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상임위원이었던 박종운 변호사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체 부력으로 버틸 수 있는 배가 왜 순식간에 침몰했을까, 급격한 침수원인이 무엇이냐가 침몰원인 파악의 핵심”이라며 “보통 사고가 나도 배가 7~8시간은 떠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1시간 반만에 침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 외부충격, 잠수함충돌 등 가능성

지난해 12월 네티즌수사대로 유명한 누리꾼 ‘자로’가 제시한 외부 충돌 가능성과 관련해 인양된 선체의 선저에 현재까지 육안으로는 뚜렷한 충격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박종운 전 세월호 특조위원은 “외부 충격설에 의해 가라앉으려면 상당히 큰 구멍이 뚫려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육안으로는 구멍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체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자유한국당)된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명예교수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잠수함 부분의 경우 선체가 올라오지 않았을 때는 여러 의혹이 제기될 수 있었으나 (선체가 인양돼 선저를 본 후) 논란이 쉽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잠수함 충돌설은 자연스레 조사대상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동거차도 앞바다에 있는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선미 바닥부분과 스크루, 오른쪽으로 꺾인 방향타. 이치열 기자 truth710@
▲ 동거차도 앞바다에 있는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선미 바닥부분과 스크루, 오른쪽으로 꺾인 방향타.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반해 무언가에 충돌했거나 부딪힌 흔적이 없다고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상철 전 천안함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선저 외판에 길이방향으로 시커멓게 보이는 것이 페인트만 벗겨진 상태인지, 벤트현상(bent:철판이 구부러지고 변형되는 현상)에 의한 것인지는 내부재까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하지만 찢어지거나 파공까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딪혔다 해도 이것이 침몰의 직접적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저 정도 거리에서 본 정도만으로 충돌 흔적이 있다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선수 우현에도 녹이 보이는데, 둔탁한 무언가에 부딪히면 당장은 손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튀어나온 골격쪽에 녹이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저 부분의 길이방향으로 시커멓게 나있는 것도 뭔가 마찰로 문질러진 것인지, 페인트가 벗겨진 것인지까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네티즌수사대 ‘자로’도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아직 물 위로 드러난 세월호에 별다른 충돌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하지만 결과를 섣불리 단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자로는 “세월호의 좌현 측면은 바닥에 닿아있어서 온전히 볼 수 없는 상태”라며 “현재까지 공개된 사진이나 영상은 제한된 정보만 보여줄 뿐”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3. 오른쪽으로 휜 방향타, 조타기 고장 가능성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선저에 보이는 방향타가 약 5도 정도 오른쪽으로 틀어져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참사 당시 현장 채증 사진 등에는 ‘방향타가 왼쪽 혹은 중앙을 향해 있’던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해수부와 해양심판원도 그렇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가 틀린 것인지, 방향타가 3년 새 움직인 건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선체조사위원으로 추천된 김영모 명예교수는 “이것은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며 “1차 조사 때 (조타기 문제는) 큰 원인으로 삼았던 것이고, 재판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므로, 최우선 적으로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검경 합수부 조사하면서 충분히 조사됐던 부분이고, 선행 조사자료 및 수사자료가 있으니 최대한 활용해 추가 의문을 다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운 전 세월호 특조위원은 “방향타가 반잠수식 선박을 올려놓는 과정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는지 어쩌다 저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방향타와 스크루까지 전기적 기계적 장치를 일관성있게 조사해봐야 조타장치 고장인지, 기계적 또는 전기적 고장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타수와도 얘기해봐야 한다”며 “막판에 조타기를 어떻게 틀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바닥 부분. 이치열 기자 truth710@
▲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바닥 부분. 이치열 기자 truth710@
반면, 조타 자체가 침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종인 대표는 “키를 잡고도 계속 표류할 때는 방향타가 어느 방향이든 상관이 없다”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상철 전 위원도 “마지막 순간에 조타수가 오른쪽으로 돌렸든 왼쪽으로 돌렸든 그것을 따지는 것은 (침몰 원인을 밝히는데)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4. 선미램프 개방 후 침수 가능성

선미 램프(차량이 드나드는 문)의 문이 개방된 것이 급격한 침수의 요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상철 전 위원은 “우현 선미램프 수밀문제는 사고후 열흘 만에 내가 제기했을 땐 별로 관심이 없다가 이제와서야 관심을 얻게 됐다”며 “세월호 일등 항해사 강원식씨가 수사 과정에서 ‘램프 문 테두리에 고무 패킹이 돼 있고, 문을 닫은 다음 유압 핀 스위치를 작동시킨 뒤 위쪽으로 핸들레버 2개를 돌려 수밀(물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을 하는데 그날은 모두 했는데 램프 하부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은 “배가 좌우로 기울어졌을 때 선미 램프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며 “대변침하면서 부실한 고박으로 화물이 쏠리면서 더 기울어지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좌현 램프가 열려있는 것만은 분명한 일”이라며 “램프개방의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모 명예교수도 “선미램프의 경우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니 선체 조사과정에서 대상으로 삼고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종인 대표는 “램프는 어차피 수면 위이므로 파도가 한 3~4미터 쳤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 때문에 침수되지는 않는다”라며 “정상 운행했다면 여기로 물이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5. 씨체스트(Sea Chest) 메인엔진 파이프 부식 손상 침수 가능성

선저에 있는 씨체스트(Sea Chest:메인엔진 냉각을 위해 물이 들고 나는 구멍)에서 메인 엔진으로 연결된 냉각수 파이프에 부식으로 인한 파공이 발생해 침수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가설은 씨체스트(Sea Chest:)에서 메인엔진으로 연결되는 파이프(주기냉각수인입파이프)의 배관이 노후 등의 원인으로 손상 또는 부식돼 파공이 생기면 파이프 바깥으로 급격히 물이 새어나와 기관실로 유입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박종운 전 특조위원은 “이것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인 대표는 “이 가능성 역시 조사해봐야 한다”며 “이런 요인으로 침몰직전까지 간 배를 구조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상철 전 위원도 “씨체스트 문제도 침수를 유발시킬 가능성은 있으나 하필 그때만 문제를 일으켰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모 명예교수는 “선체 구조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조사대상에 넣을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6. 앵커침몰설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그동안 의혹이 제기됐던 앵커침몰설에 대해 특조위와 선체 조사위 등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박종운 전 특조위원은 “상식적으로 앵커로 침몰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며 “앵커를 내리면 내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고, 물살 자체도 달라진다. 진술과 여러 정황을 봐서는 가능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모 명예교수는 “제가 사고발생 이후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참여했는데, 앵커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 문제는 전문가들이 모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조사대상으로 삼고 논의할 만한 여유가 없으니 배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종인 대표는 “앵커의 손상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상철 전 위원도 “배를 그대로 올리지 않고, 왜 앵커를 잘라냈느냐”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무거워서 그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앵커침몰설을 제기해온 김지영 감독과 김어준의 파파이스팀은 그동안 조사한 내용의 완결된 가설을 토대로 영화 ‘인텐션’ 제작의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일일이 반론하지 않고, 영화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선수 바닥부분과 와이어 인양 시도에서 찢긴 흔적. 이치열 기자 truth710@
▲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선수 바닥부분과 와이어 인양 시도에서 찢긴 흔적.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지영 감독팀이 항적 조작의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김영모 명예교수는 “여러 다른 복수의 자료가 있기 때문에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항적이 잘못됐는지 오해를 산 문제였던 것인지 조사과정에서 풀릴 듯”이라고 말했다.

한편, 철근설에 대해서도 김영모 명예교수는 “철근 문제 등의 경우 다시 한 번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7. 선체 훼손 및 절단의 문제

자로는 세월호 선체의 훼손에 대해 비판했다. 자로는 “세월호 선체 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인양 과정에서 좌현 램프가 절단되고, 좌현 스태빌라이저도 이미 잘려나갔고, 추가적인 천공을 뚫으려 하고, 미수습자 수색을 명분으로 선체를 절단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정부가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선체 훼손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영모 명예교수는 “당사자인 유가족분과 협의해서 유가족이 동의하는 범위 이내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유가족이 절대 안된다면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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