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찾은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소방당국의 구조 실패를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인 구조 방법을 거침없이 나열하거나 “세월호와 똑같은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등 정쟁을 촉발하고 있다.

25일 제천 화재 유족들이 있는 합동분향소를 찾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우리는 이 사고를 세월호처럼 정쟁(政爭)에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국회 차원에서 제천 화재 참사의 원인과 책임, 대책을 철저히 짚겠다”고 밝혀 제천 화재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홍 대표는 또 “세월호 사건과 한 번 비교해 봐라. 똑같은 사건이다. 세월호 때도 TV 화면에서 배는 기울어져 가는데 구명정이 가서 배 주위만 빙빙 돌았다”며 “현장에 출동한 지휘관이 몸 사리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으니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제천 화재 현장을 찾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와 소방방재청장 즉각 파면까지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면서 보여주기 정치로 일관하고 립 서비스만 남발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강도 높은 책임자 문책 등 실질적인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나는 어제 현장에서 무려 17분 동안 통화하면서 부인의 안전을 기원했던 유족의 절규 목소리를 듣고 손을 부여잡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죽하면 인근에 군부대 연락해서라도 소형 박격포로 쏘아서라도 저 유리를 깨 달라고 절규했는데 현장 지휘관은 답이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 25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자유한국당 유투브 채널 영상 갈무리.
25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자유한국당 유투브 채널 영상 갈무리.
아울러 홍문표 사무총장은 “나는 현장에서 언론인 2명과 지역민 말이 지금도 와 닿는다”면서 “1층과 2층 사이가 4m 50㎝ 정도다. 그렇다면 나같이 키가 큰 사람들은 흔히 노동판에서 쓰는 해머(hammer)라고 있는데 2m짜리를 들고 아래층에서 위를 때려서도 유리창은 깨졌을 것이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 역시 “2층 유리만 깼으면 매트리스가 없어도 뛰어내리기만 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 아니냐”며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나도록 방치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소방 관계자들 설명에 따르면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마로 유리창을 깨기 위한 이동식 사다리 전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고,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LPG 가스탱크로 대형 폭발 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폐쇄된 화재 공간에 갑자기 산소가 들어가면 폭발적으로 발화하는 ‘백 드래프트’(Back draft)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한 현직 소방관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과거 경기도에서 가스 냄새로 현장 소방관들이 점검 후 10분 만에 폭발한 경우도 있었는데, 만약 제천 화재 건물에서 가스가 팽창돼 폭발했다면 그 일대가 다 쑥대밭이 됐을 것”이라며 “비상구 문제 등 초기 빠른 대피 조치를 못 한 걸 문제로 지적할 수는 있지만, 죽느니 2층에서 뛰어내리라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도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 건물 옆에 2t 용량의 가스탱크가 있어 불길이 닿아 가스탱크가 폭발하면 반경 3㎞까지 피해가 번질 수도 있었다”며 “건물 외벽을 중심으로 불길이 크게 번져 통유리 창문을 깨더라도 즉각 진입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당은 ‘세월호의 아픔’까지 끄집어내 제천 화재를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개혁을 막아서기 위해 국회를 ‘개점휴업’ 사태로 만든 제1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의 부적절한 정치공세가 민망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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