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자기 정치를 한다는 야권의 비판과 별개로 출처나 메시지 무게를 따졌을 때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강점이 국민과 직접 소통에 있지만 집권 2년차 부쩍 청와대 인사들의 SNS를 통한 메시지가 늘면서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사업이 유엔의 제재 면제를 인정받았다. 남북의 합의와 인내, 그리고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룬 소중한 결실이다”라며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동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철도사업이 남북관계를 좁히는 실질적인 사업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유엔 제재가 풀렸다는 건 분명 긍정 신호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 자격으로 기쁜 소식을 국민에게 알려 공유하겠다는 의도지만 굳이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부의 공식 발표 형식을 벗어나 개인 계정의 SNS으로 알렸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이다. 안보 혹은 통일 분야를 맡은 정부 부처 관계자가 공식 발표를 하는 것이 메시지 전달에 있어 바람직한 루트로 통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 실장은 지난달 17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청와대 제작 영상의 내레이션까지 참여하면서 야권으로부터 자기 정치 행보를 걷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9월에도 임 실장은 협치를 주문하면서 “주요 정당의 대표 분들이 우리 정치의 원로급 중진들이다. 저는 이 분들의 복귀의 목표가 ‘권토중래’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면 한다.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밝혀 오히려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경색 국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 지난 10월17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작 영상
▲ 지난 10월17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작 영상

임종석 비서실장은 내년 총선 특정 지역의 출마 후보자로 거론될 정도로 향후 정치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권이 임 실장을 경계하는 것은 그의 파괴력과 무관치 않다.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놓은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임 실장의 향후 행보와 연결돼 있다. 오해 아닌 오해를 받게 되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임 실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 역시 지난 8월 SNS를 통해 고 노회찬 의원의 별세에 애도글을 시작으로 이슈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민정수석은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자리로 그의 말 한마디에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사법농단 수사 관련 현직 판사의 글을 실명 비판할 때만 해도 사법개혁 의제를 적극 추진하고 공론화시키겠다는 민정수석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조국 수석은 이슈를 확대시켜 SNS를 통한 메시지를 내놓고 언론이 비중있게 기사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2일 조국 수석은 “현재의 의회구도 및 경제상황 하에서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운동의 요구를 일거에 다 들어줄 수 없다”며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라고 했고, 25일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성과를 소개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경제성장동력 강화 및 소득양극화 해결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직시하고 이후 경제성장동력 강화 및 소득양극화 해결을 위한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더욱 노력할 것이다. 한 번에 '비약'은 못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것이다. 민주정부 답게 모든 비판을 감내, 수용하며, ‘호시우보’(虎視牛步) 그리고 ‘우보만리’(牛步萬里)“라고 썼다.

이 같은 메시지는 조국 수석이 스스로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듯이 민정수석이 내놓을 내용인지 의문이 나온다.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와 관계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수석이, 경제정책의 효과를 설명하는 것은 정책수석이 할 메시지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월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월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국민과의 소통 지점을 넓히는데 있어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홍보 시스템을 거쳐 조율된 것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메시지라면 역효과가 클 수 있다.

청와대 인사들의 메시지가 통제되지 않은 돌출 발언으로 인식되면 홍보총괄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의심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는 인상만 남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청와대 인사들이 메시지 전달에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출입 한 기자는 “청와대 인사들이 내놓는 메시지가 기획되고 여론까지 고려한 시스템의 결과인지 의문이 든다. 당장 비서실장이 통일 담당 비서관이나 할 얘기를 앞당겨 해버리면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느냐”라며 “청와대 근무자 중 많은 사람이 폐북을 통해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상황은 결코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의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현재 청와대의 위기의식을 드러낸 결과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국회 상황으로 볼 때 개혁 입법은 어려운 상황이고, 경제지표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50%대 아래로 무너진 건 치명타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사건도 연달아 터지고 있다. 이에 언론보도도 호의적이지 않다. 국정운영 돌파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조국 민정수석은 법적인 문제나 측근 관리를 해야 하는 위치인데 경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며 “공무를 맡은 분야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야당의 비판이 뻔한데도 이를 감수하고 했다는 건 의도가 있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국회를 보면 과반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정쟁이 강기화되고 있고, 청와대 조직이 느슨해지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에 위기감이 보이는데 개인적인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을 적극 활용해서 대국민 여론에 호소하려는 징후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남북협력문제도 다자 외교를 통해 어렵게 푸는 과정에 놓여있지만 여론에 힘이 실리지 않고, 여권 내부 갈등 등 선정적 이슈에 묻히면서 고심이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직접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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