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 타개와 재건 과제를 안은 MBC 경영진이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프로그램 편성·예산에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조직·제도를 성과 중심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2018년도 하반기 첫 업무보고를 가졌다. 이날엔 전사 총괄, 기획편성, 보도부문 보고가 이뤄졌다.

경영진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MBC 매출은 3333억 원으로 전년 동기(3543억 원) 대비 약 200억 원 줄어든 반면, 영업비용은 지난해 3516억 원보다 약 340억 원 증가한 3868억 원으로 나타났다. 변창립 MBC 부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협찬수익 등은 소폭 상승했으나 광고수익 하락으로 매출이 줄었으며, 영업비용 증가는 방송제작비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전임 경영진으로부터 700억 원대 적자를 물려받은 최승호 경영진은 올해 초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작비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구성원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고 밝혔다. MBC 올해 적자규모는 1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 방송문화진흥회 11기 이사진. 사진=방송문화진흥회
▲ 방송문화진흥회는 7일 오전 MBC 경영진의 2018년도 하반기 업무보고를 받았다. 사진은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가운데)와 11기 이사진. 사진=방송문화진흥회

MBC 콘텐츠 수익과 연관성이 높은 예능·드라마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반기 프로그램별 20~49세 시청률을 보면 상위 20개 안에 들어간 MBC 프로그램은 4.2개, 10위권 프로그램은 2.3개에 그쳤다.

MBC는 20~49 타깃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기 위해 비효율적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콘텐츠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변 부사장은 이날 “불요불급 예산을 조금씩 정리해서 콘텐츠 유통 수익 쪽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경우 주말 슬롯 축소, 예능은 금요일 밤 ‘예능 존(zone)’ 특화 편성을 언급했다.

변 부사장은 “예능은 ‘무한도전’을 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백이 상당히 크다. 3년 동안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 피로와 아이디어 고갈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김태호 PD가 최근 돌아와 재충전을 마치고 출근한 지 1주일 정도 됐다. 금년 말이나 내년 초쯤 좋은 기획이나 연출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홍보, 광고, 사업, 유통 등을 연계해 이른바 ‘360도 제작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등 미디어비즈니스를 혁신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오는 10월부터는 실시간·비실시간 시청을 포함하는 통합시청지표와 사회적 영향력 측정을 위한 콘텐츠영향력 지표를 활용해 다면적인 콘텐츠 평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MBC 조직에도 상당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변 부사장은 “주52시간 근로제에 노사가 긴밀하게 협조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한 뒤 “성과중심 인사제도를 도입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받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은 “현재 MBC에는 한시 파견직까지 2300명 정도가 있다”고 전한 뒤 “채널이 여러 개인 KBS와 비교할 수 없어 한 개 채널이 있는 SBS와 비교했는데 MBC가 SBS보다 24% 정도 많은 인력을 운용하고 있었다”며 “전사 인력에 대한 업무 전수조사를 통해 (조직을) 진단하고 합리적 인력 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장겸 사장 시절 편성제작본부장 출신의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이날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170일 파업 이후 대체인력 성격으로 채용된 인력의 업무현황을 거듭 물었다. 김 이사는 “(보도 부문의 경우) SBS에 비해 ‘일할 수 있는’ 인원이 3분의2라고 한다. 이번에 신입 충원도 했지만 인력 자원을 풀가동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시용·경력으로 채용된 인력은 90명이 좀 넘는다. 보도국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가 53명, 뉴미디어뉴스국 12명, 통일방송추진단까지 합쳐 66명이 현업에서 일하고 있다”며 “생방송 뉴스팀과 영상뉴스팀에 11명, TV·라디오 주조정실과 홍보 마케팅 11명 등이 있는데 전부 본인 의사를 물었고, 휴직이 4명”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인 이사는 이날 “8·15 특집 편성을 했었는가”, “(‘스트레이트’에) 김의성이라는 사람과 주진우라는 외부 출연자를 데려다 하면 외부로 나가는 돈이 너무 과다하지 않은가”라는 질문 등을 던져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경환 이사는 “경계를 넘지 말아야 한다. 출연진을 하차시키라든지 프로그램 편성이라든지, 말씀 취지는 알겠지만 깊이 들어가면 프로그램 폐지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김미화씨 논란부터 많은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김도인 이사가 라디오본부 편성기획부장이었던 지난 2011년 MBC 라디오 진행자에서 돌연 하차했다. 이후 김씨가 이른바 ‘국정원 블랙리스트’ 방송인으로 분류된 사실이 알려져 김 이사가 해당 문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이사진 앞에 선 최승호 사장은 ‘청산과 재건’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MBC는 지난 10년 큰 어려움과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현 경영진은 구성원과 함께 MBC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임 경영진 시절) MBC 왜곡보도와 이에 저항하는 구성원을 ‘블랙리스트’로 탄압한 진상을 규명했다. 성적 폭력, 갑질, 횡령 등 각종 비위행위 청산을 통해 어떤 조직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자율적이었던 MBC 정신을 회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비제작부서로 쫓겨나있던 기자·PD들이 돌아와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드라마·예능 등 새로운 전략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약 9개월 지난 지금 콘텐츠 재건을 성공적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미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MBC는 오는 10일 방문진 이사회에 2차 상반기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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