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4일 보도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란 제목의 기사다. 기사는 당일 삭제됐다. 오보 논란이 일었으나 한국경제는 유족의 2차 피해가 우려됐고 경찰이 일부 사실에 항의를 해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대전경찰청은 기사와 같은 내용의 변사 사건은 파악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한국경제가 빈곤이 아닌 최저임금에 원인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오늘이 지난 상반기 한국경제 최저임금 보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경제엔 실증적 근거없이 최저임금 인상 비판으로 귀결된 기사가 많았다. 고용률·물가상승률 등 각종 경제지표 분석 기사는 대부분 근거없는 최저임금 인상 비판보도였다.

무조건 ‘최저임금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1년 간(2017년 7월~2018년 6월) 최저임금 인상이 언급된 기사만 1098건을 냈다. 5개 경제지·9개 종합지를 통틀어 가장 많다. 14개 매체 보도 7684건 중 5개 경제지 보도량만 3980건(약 51.8%)이다. 1년 전 673건에 비해선 6배 증가했다. 5개 경제지는 매일·서울·한국·헤럴드경제·머니투데이고 9개 종합지는 경향·국민·동아·서울·세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일보다.

▲ 한국경제신문 최저임금 인상 비판보도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 한국경제신문 최저임금 인상 비판보도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한국경제는 매달 통계청 발표자료를 인용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라고 결론냈다. 통계청 ‘2017년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지난해에 비해 4만9천명 줄었다. ‘2018년 1월 고용동향’에서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3만1천명 감소했다.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로 추가 대량 해고 등이 지속” “16.4%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의 분석을 달았다. 2~6월 동안 반복됐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 감소는 2016년 7월부터 이어졌다. 2017년 중반 관광 활황 등의 등의 이유로 잠깐 증가세를 보였을 뿐 하락세에 있었다. 구조적 요인이 있다. 자영업 과당경쟁과 경제활동인구 감소다. 2015년 기준 숙박‧음식업 1년 생존율은 59.5%다. 2년 생존율 42.3%에서 점차 감소해 5년 생존율은 17.9%다. 경제활동인구 15~64세 인구 증가율은 2015년 1월부터 확인해도 하강곡선을 그린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였다는 연구결과도 아직 없다. 한국경제 6개월 치 보도 중 실제 연구결과를 인용한 보도는 없었다. 실제 고용효과를 분석한 연구는 황선웅 부경대 교수와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올해 논문이 거의 유일하다. 두 연구자는 2018년 1~4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효과 간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노동부 통계 자료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는 지난 1월31일 “최저임금의 역습인가”란 제목으로 고용노동부 ‘2017년 1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비자발적 이직자’가 크게 늘었고 그 중 84%가 임시‧일용직이었다. 한국경제는 “학계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황선웅 교수 분석 결과 올해 1~4월 간 비자발적 이직률이 최저임금 때문에 증가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 2017년 7월~2018년 6월 매체량 보도량 순위. 그래프=안혜나 기자
▲ 2017년 7월~2018년 6월 매체량 보도량 순위. 그래프=안혜나 기자

해석만 있고 분석은 없다

해석이 아예 틀린 기사도 있다. 지난 5월31일 “소득주도성장이 大·中企 임금 격차 더 키웠다” 기사다. ‘2018년 4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 1분기 대기업 노동자 월급은 16.2% 오른 반면 중소기업 노동자 월급은 4.9% 올랐다. 한국경제는 이 격차가 최저임금 인상과 대기업 노조 협상력 때문이라고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1분기면 올해 임금인상 협상은 진전도 안 된 수준”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또한 “대기업은 최저임금과 동떨어진 집단이 더 많다. 임금 격차는 원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제적 격차 등이 반영된 걸로 봐야지 최저임금 탓을 하는 건 견강부회”라 반박했다.

같은 달 “급하게 올린 최저임금 ‘역효과’ … 최악의 ‘부익부 빈익빈’ 불렀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기사는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인용, 소득 하위 1분위엔 월평균 가계소득이 지난해보다 4%, 2분위엔 8% 줄었다며 ‘최저임금 받는 취약계층의 고용이 준 결과’라 분석했다.

김유선 소장은 “2018년 가계동향 조사 표본이 대폭 바뀌며 최빈층 1분위 표본 수가 대폭 늘은 영향이 있다”며 “논리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혜택은 3~4분위 계층에 주로 간다. 1분위엔 노인가구 등 아예 취업을 못하는 (공적부조를 받는) 집단이 상당하다. 차라리 복지를 강화하는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지표”라 분석했다.

‘치솟은 물가’ 보도도 달마다 2~3건 씩 나왔다. “외식물가 이어 택시요금까지 들썩…‘인플레의 공포’ 닥치나”(2월27일) “최저임금 인상 3개월 만에 … 8년간 숨죽였던 치킨값도 오른다”(4월7일) 등이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1.6%을 넘긴 적이 없다. 1~3월 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0~1.4%대였다. 4월엔 1.6%, 5월 1.5%, 6월 1.5%를 보였다.

▲ 8월24일자 한국경제 온라인판 기사. 현재는 삭제 됐다.
▲ 8월24일자 한국경제 온라인판 기사. 현재는 삭제됐다.

최저임금 인상 총액, 전체 임금 1% 미만

황 교수는 경제지 보도를 “실증적 근거 없이 ‘최저임금 인상’과 ‘취업자 수 감소’ 라는 두 사실만 가지고 편의대로 연결지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황 교수가 국내 전문 학술지, 국책 연구기관 등에 발표된 최저임금 논문 16건을 분석한 결과 총 303건 추정값 중 27.4%만 임금인상 부정적 효과를 유의미하게 입증했다. 나머지 61.7%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고 긍정적 효과를 드러낸 추정값은 10.9%였다.

홍민기 연구위원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조정수단은 매우 다양하며 기업 대응에 따라 영향도 다르다”고 밝혔다. 기업은 노동시간, 후생복리비·관리비 등 비용, 상품 가격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 적용 직원 수 감축은 이 수단 중 하나다. 홍 위원은 “근로자 수를 줄이는 것은 한 달 약 150만 원에 해당하는 큰 규모의 조정인 반면, 근로시간, 노동비용 등은 1만 원 단위의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은 전체 노동자 임금 총액의 1%에 못 미친다. 김유선 소장 분석을 보면, 인상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노동자는 약 522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약 27%다. 이들 월평균 인상액은 1인당 10만 8천원, 한해 임금인상 총액은 7조2천억원이다. 전체 노동자 보수 총액 736조1천억원(2016년 기준)의 1%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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