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저를 비방해 추락시키겠다는 목적 이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지난 9일 황우석 박사는 13년 전 본인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을 폭로했던 ‘닥터K’ 류영준 강원대 병리학과 교수와 법정에서 마주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 승인 연루 의혹을 받았던 황 박사는 당시 류영준 교수가 본인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아 류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증인석에 앉은 황 박사는 류 교수의 ‘악의’를 강조했다. 류 교수가 본인을 비판한 이유는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과거 ‘황우석 논문 사태’ 당시 느꼈던 배신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류 교수가 인용한 보도들에 대해서는 “수백 건의 오류·왜곡 기사에 한 번도 고소한 적이 없다”며 “기자는 오보를 했어도 ‘과대 영웅증’ 환자는 아닐 것”이라고 강변했다. 기사는 넘어갈 수 있지만 기사를 인용한 사람에게는 죄가 있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있을까.

언론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에 “황우석 박사의 대응이 상식적이진 않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언론보도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는 권리일 뿐 의무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황 박사 고소가 위법하지는 않다며 “검찰 입장에서 봐도 고소가 제기된 이상 기소를 했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황 박사의 소송 제기가 비판적 의견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류 교수가 기사 내용이 명백히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황 교수 비방을 위해 출판물을 사용했다면 문제가 됐을 수 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이를 근거로 비판했다고 고소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황우석 박사(위)와 류영준 강원대 교수. ⓒ 이치열 기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황우석 박사(위)와 류영준 강원대 교수. ⓒ 이치열 기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강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은 “소위 말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 맥락에서 본다면 자신에 대해 해악을 끼칠 요소를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략적 봉쇄 소송’이란 비판적인 목소리를 차단하거나 위축시키기 위해 소송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민사소송이나 형사 고소 등을 남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황 박사가 관련 보도는 제외한 채 류 교수에 대해서만 고소를 한 것은 “(재판부로서는) 언론 보도 등이 허위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판에서 류 교수가 인용한 보도의 허위사실 여부를 가려내야 할 책임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검찰이 이를 밝혀낼지는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애매한 사건의 경우 오히려 기소를 하는 게 편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사안의 경우 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강혁 변호사는 언론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고소의 경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소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지만 부당성 역시 지니고 있다”며 “언로를 막기 위한 소송일 경우 형사절차 권리 남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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