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종편 심의를 일체 ‘보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종편 재승인 조건 봐주기 논란에 대해 방통위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아 당분간 종편 심의를 의결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 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특별기구로 교섭단체 정당, 학계, 언론인 협회, 언론시민단체, 변호사단체 등이 위원을 추천한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발단은 지난해 종편 재승인 과정에서 벌어진 방통위의 봐주기 논란이다. 지난해 3월 재승인 합격점수에서 미달된 TV조선을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은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4건 이하를 유지할 것’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 받았다. 1년에 법정제재 4건을 넘기게 되면 시정명령을 받고,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재승인이 취소 될 수 있는 조치다.

그러나 재승인 직후인 지난해 4월 미디어오늘은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이 빠졌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선거기간(통상 선거 90일 전) 선거와 관련한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닌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 이관돼 별도의 규정을 통해 심의하는데 재승인 조건에 ‘방송심의규정’은 명시했지만 ‘선거방송심의 특별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관련기사: [단독]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맹점, 선거기간 제재는 ‘예외’)

최근 구성된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는 지난 3월 선거방송심의가 제외되면 종편 재승인 조건의 실효성이 없다며 방통위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난 20일, 4주만에 보낸 답변서에 선거가 주기적으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으로 넣기 부적절하다고 밝혔을 뿐 ‘왜 선거방송이 빠지게 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정미정 위원은 “종편의 선거방송심의 누락에 대한 경위가 해명되지 않고 명확하고 실효적인 개선방안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실효성있는 답변이 올때까지 종편 심의안건에 대해 의결보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원들 모두 방통위의 답변이 불성실한 점에 공감하고 다시 질의서를 보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다만, 종편 심의를 보류하는 데는 이견이 있어 논의 끝에 8명의 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당분간 종편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심의보류’에 찬성한 김동준 위원은 “방통위 답변에 다들 만족하지 못했는데 오늘 그대로 심의를 진행한다는 건 법적 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의 위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권순택 위원도 “왜 선거방송심의가 누락됐는지는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의견을 낸 박상병 위원 역시 “방통위 답변은 의지가 없어 보였다. 불성실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의 종편 봐주기 논란에 시민사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인권센터는 20일 지난해 방통위의 지상파·종편 재승인 심사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종편 재승인이) 지난 3기 방통위의 결정이었다고 해도, 지금의 방통위는 제대로 된 방송통신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거의 청산과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봐주기 논란’은 이 뿐이 아니다. 방통위는 2014년 종편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이 지분 제한을 초과했음에도 승인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지난해 종편 재승인 심사 때 TV조선만 기준 점수에 미달됐으나 재승인 취소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점수가 높은 다른 종편과 같은 조건을 부과해 봐주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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