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충격적인 사진들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아토피에 걸린 아이가 피가 났는데 병원에 가지 않아 옷까지 붉게 물든 사진이었다. 5만 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하던 카페의 이름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로 불렸다. 카페를 운영하는 30년 경력의 김효진 한의사는 “젖줄 때는 내 품에 안고 아플 때는 (병원에) 맡겨버리는 반쪽 부모인 게지”라며 항생제 등 약 사용을 금지하는 방침을 고수한다.

아동학대라는 논란이 커지자 카페는 곧바로 폐쇄됐고,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김 원장에 대한 징계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의료법 위반으로 김 원장에게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아동학대로 조사받던 회원들도 모두 조사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원장은 경찰의 과잉 수사를 문제제기 했고 이름을 바꿔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논란이 된 주장과 후기를 모아 책도 냈다.

▲ 안아키 카페를 운영하는 김효진 원장. 사진=SBS
▲ 안아키 카페를 운영하는 김효진 원장. 사진=SBS

지난 1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안아키 사태의 진실-엄마는 왜 병원에 가지 않았나’ 편에선 ‘안아키’ 방식을 아이에게 적용해 본 부모들이 나왔다. 부모들 중엔 김 원장의 방식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최근 다시 논란이 된 건 김 원장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추가적으로 피해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원장은 당당했다. 제작진은 그 이유가 뭔지, 김 원장이 운영하는 대구의 한 한의원을 찾았다.

김 원장의 처방의 핵심은 ‘해독’이다. 다수 질병의 원인이 독에 가까운 약의 부작용 탓이고 대신 식이요법 등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해독을 위해 관장도 실시하고, 아이에게 숯을 먹이기도 한다. 물론 전문의들은 아이에게 이런 방식을 적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고, 보건 당국에선 숯을 식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원장은 “선택의 기회를 줬을 뿐”이라며 다소 모호한 책임감을 보이기도 했다.

화상입은 아이를 따뜻한 물로 치료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감내하거나, 백신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을 심어주는 등 기존 상식으로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임에도 ‘안아키’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김 원장은 발효음식을 이용한 식이요법을 소개하는 방송에 2015년 출연했고, 이후 인터넷 카페회원이 급격히 늘었다. 카페에 각종 증상을 문의하는 부모들의 글이 늘었고, 여기에 처방 댓글이 달렸다.

▲ 맘닥터로 불리며 안아키 카페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처방댓글을 달았던 한 회원. 사진=SBS 화면 갈무리
▲ 맘닥터로 불리며 안아키 카페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처방댓글을 달았던 한 회원. 사진=SBS 화면 갈무리

하지만 댓글로 처방해준 사람은 김 원장이 아니었다. 이번 논란 이후 의료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던 ‘맘닥터’라고 불린 안아키 회원들이었다. 김 원장이 강연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회원들은 이를 공부해 11월에 맘닥터 시험을 보고, 일정 횟수의 댓글을 달면 맘닥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김 원장에게 일반 회원과 달리 좀 더 특별한 식의법 등을 배우게 된다. 맘닥터로 활동했던 한 회원에 따르면 댓글에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위로의 말을 먼저 쓰고 김 원장의 처방법만 달라는 지시였다.

해당 카페에는 김 원장이 추천하는 공식 약, 식재료 등을 살수 있는 쇼핑몰이 연결돼있다. 이 쇼핑몰에 입점한 업체 중엔 김 원장 남편이 운영하는 업체도 있었다. 한 회원은 “김 원장은 로션을 바르지 말라며 로션을 팔았고, 집밥을 해먹으라며 ‘집밥생각’이라는 사업자등록을 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연스럽게 맘닥터들이 김 원장을 위한 영업사원이 된 꼴이다.

그간 지적이 없지 않았다.  또 다른 회원은 ‘한의사가 인터넷으로 소화제를 판다’고 김 원장을 신고했다. 진단 없이 약만 파는 건 불법이었다. 약사법 위반에 탈세혐의까지 발견됐다. 김 원장은 자신이 받은 처벌사실을 오히려 카페에 올렸다. 김 원장을 옹호하며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한 ‘집단 린치’가 시작됐다고 그는 전했다. 김 원장은 카페 내에서 절대자가 됐고, 부작용이 생겨도 문제제기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 안아키 김효진 원장의 문제를 지적했던 아이 엄마. 사진=SBS 화면 갈무리
▲ 안아키 김효진 원장의 문제를 지적했던 아이 엄마. 사진=SBS 화면 갈무리

방송에서 많은 전문의는 김 원장이 책 등을 통해 밝힌 처방 법에 대해 반박했고, 우려를 표했다. 올 상반기 안아키 논란 이후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SBS 취재진에게 자신이 무지한 상태에서 맘닥터로 활동했음을 반성하는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개설된 카페에는 5000여 명의 회원들이 있다. 이들은 여전히 진심으로 백신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안아키 방식을 신뢰했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900만 건 백신 접종 중 부작용 신고가 들어온 건 320건, 이 중 인과성이 있다고 밝혀진 건 약 70건이었다. 0.001%. 이 정도의 이상반응은 나타날 수 있고 이 또한 추가 진료를 통해 완전히 회복됐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10년 간 사망자 한 명 없었고,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는 개인의 경험보다 강하지 않았다. 지금도 안아키 회원인 한 아이 엄마는 아이가 감기약을 먹고 전신발진, 손발 말초신경 부증 등 이상증상이 생겼고, 대형 대학병원을 찾으며 입원까지 시켰지만 원인조차 찾지 못했다고 한다. 감기약 한번 잘못 먹여서 이렇게 됐다는 말을 주변에서도 믿기 힘든 상황에서 꾸준히 정보와 후기가 올라오는 ‘안아키’는 그의 대안이 됐다. 불친절하고 기계적인 병원과 달리 ‘안아키’는 꾸준히 친절했다. 항생제 남발 등 기존 의료진의 잘못과 이를 파고든 비과학적인 처방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건 미안함과 무한한 책임감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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